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작성한 기업 및 산업 리포트 문구(텍스트) 분석을 통해서도 향후 산업 전망과 GDP 등 거시지표를 예측하는데 유용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챗GPT(ChatGPT) 등 고도화된 자연어 처리 기술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텍스트 분석 기술 발전에 따른 산업 및 경제지표 전망 역시 고도화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15일 한국은행은 'AI 알고리즘을 이용한 산업 모니터링: 증권사 리포트 텍스트 분석' 제하의 BOK이슈노트 보고서 발간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2개 증권사 애널리스트 1080여명이 작성한 기업평가 보고서 12만8000여건을 AI(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빅데이터로 구축하고 보고서 상 숫자 정보를 제거한 뒤 텍스트에 나타나는 정성적 정보만을 이용해 취합한 결과다.
한은은 애널리스트들이 평가하는 기업 업황을 산업별로 추정한 결과 새롭게 제시한 텍스트 업황 지수가 GDP와 BSI 등 거시경제 지표를 예측하는 데 유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전산업 텍스트 업황지수와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와의 인과관계를 분석해 보면 코스피 컨센서스 전망치에 나타나지 않는 경기선행지수로의 인과관계가 보고서 문구 상에 반영돼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에대해 한은 측은 "숫자가 전달하지 못하는 새로운 정보가 보고서 증권사 리포트 문구 상에 반영돼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해당 알고리즘을 이용해 기업경영환경 변화요인표를 추정한 결과에서도 산업별 이슈 동향 파악에 유용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해 1분기의 경우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시장, 의료정보시스템, 검사막모바일(모바일게임), 스튜디오 연결편입이 상위 정보통신업권 기업경영 상위 5개 키워드로 제시됐다. 이후 지난 4분기에는 의료정보시스템과 데이터센터화재, 게임매출감소, 웹툰웹소설, 기존게임매출이 주요 키워드로 등장했다.
이와함께 코로나,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등 특정 이벤트에 대한 영향도와 평가지표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파악됐다. 한은은 "일반적으로 특정 이벤트의 산업별 영향을 정량화해 평가하는 것이 어렵다는 측면에서 해당 지표들의 효용성이 매우 높다"며 "서베이 조사 없이도 전문가들의 생각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고 분석했다.
이밖에도 산업 간 공통으로 나타나는 키워드 분석을 통해 산업 간 유사도 지표와 전망을 추정하고 본사 소재지를 기준으로 분류해 각 지역별 기업 업황지수를 추정, 지역별 산업 동향 파악에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됐다.
한은 관계자는 "텍스트는 정보를 주고받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일 뿐 아니라 전달하는 정보 범위에 한계가 없다는 점에서 텍스트 분석 기술은 경제 분야에서도 활용될 가치가 매우 높다"며 "방대한 양의 텍스트 정보를 취합할 수 있다면 애널리스트들의 생각을 실시간으로 취합할 수 있고 이를 2차 가공자인 경제분석 연구자들의 업무 효율도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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