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섭 칼럼] 미래차 '모빌리티 빅뱅' …3가지 트렌드에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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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섭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 前 중소기업청장
입력 2023-02-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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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섭 교수 ]



- 미래차는 대규모 모빌리티 산업으로 빅뱅 중
- 전기차 생태계 발전으로 진입장벽 낮춰
- 자율주행은 환상에서 탈피, 현실적 접근
- 차량 내 고객 경험 및 서비스로 차별화
 
매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소비자전자쇼)는 미래 기술 트렌드를 제시하는 세계 최대의 기술 전시회이다. 미·중 갈등의 여파로 중국 기업들의 참여가 대폭 축소되고 올해 예상되는 큰 불황에 대비하여 보수적인 참가 분위기였음을 감안할 때, CES 2023은 3200개 기업의 참가로 사실상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20년의 역대 최고수준을 거의 회복했다고 볼 수 있다. 올해 대부분의 분야에서 2020년 대비 참가 기업 수가 감소했지만, 두 가지 분야에서는 괄목할 증가가 이루어졌다. 자동차 및 모빌리티 분야와 건강 및 헬스케어 분야이다. 특히 자동차 및 모빌리티 산업 분야는 작년에 이어 신축한 LVCC(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웨스트홀에서 300여 개 기업이 참가하는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려 전자쇼가 아니라 마치 모터쇼를 방불케 하였다.
 
디지털·그린·문명 대전환이 이루어지는 세계적 격변기에 열린 CES 2023을 통해 자동차 및 모빌리티 산업의 미래 트렌드를 가늠할 수 있었다. 자동차 산업은 현재 및 미래 대한민국 경제의 핵심으로서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제조업 고용의 11.5%, 생산의 12.7%, 총 수출의 12.1%를 차지하는 중추적 주력산업이다. 자동차산업은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전기차, 커넥티드카 및 자율차의 발전으로 서비스, 정보통신, 에너지, 콘텐츠 산업과 융합을 통한 대규모 융합 신산업인 모빌리티 산업으로 빅뱅하고 있어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 EU를 위시한 세계 주요국은 미래 산업 패권의 핵심이 될 자동차·모빌리티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사활을 건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올해 경제 불황이 전망되는 가운데도 CES 2023에서 자동차·모빌리티 분야가 역대 최대 규모로 확대된 것은 이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CES 2023에서 보여준 자동차·모빌리티 산업 트렌드는 먼저 전기차와 전동화 생태계의 확대이다. 전기차 출품을 주도하던 GM, 포드, 현대차가 참가하지 않았지만 메르세데스 벤츠, BMW, 스텔란티스 등 기존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참가하여 전기차 신차 경쟁을 벌이던 예년과 달리 이제 전기차는 친환경차의 대세이자 기본으로 굳히고 있음을 차분하게 보여 주었다. 여기에 일본의 소니가 혼다와의 합작사인 소니 혼다 모빌리티를 통해 첫 전기차 아필라(Afeela)를 2025년 출시한다고 발표하며 전기차 경쟁에 가세하였다. 혼다의 전기차 기술에 소니의 센서, 제어, 커넥티비티, 인포테인먼트, 콘텐츠, 게임 등 다양한 기술이 결합된 아필라는 이번 CES 2023의 자동차·모빌리티 부문에서 가장 큰 화제를 일으키며 주목을 받았다. 소니와 혼다의 협력은 일본 자동차업계와 전자업계 간의 협력으로 우리나라에도 그간 논의는 많았지만 실현되지 않은 현대기아차와 삼성전자의 협력과 같은 이종 업계 간 협력을 위해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베트남의 빈패스트, 튀르키예의 토그와 같은 신생 전기차 회사도 글로벌 경쟁에 가세하며 전기차 시장 춘추전국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종래의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에서는 매우 높았던 진입장벽이 전기차 시장이 열리면서 대폭 낮아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전기차 확산과 함께 전동화 생태계의 발전이 이러한 전기차 시장의 변화를 가속하고 있다. 특히, 스케이트보드 또는 롤링샤시라 불리는 전동화 모듈 및 플랫폼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구동모터, 배터리, 조향, 제동, 서스펜션을 스케이트보드 형태로 통합 설계·제조하여 그 위에 다양한 디자인의 차체를 올리면 전기차가 완성된다. 전기차 시장 진입이 대폭 용이해지고 있다. 마그나, 보쉬, 센트로일렉트릭, 리오토모티브 등 많은 기업들이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을 선보였다. 이러한 많은 전문 기업의 등장으로 전기차 부품, 모듈, 플랫폼, 완성차에 이르는 전기차 생태계가 더욱 다양하게 확대될 전망이다. 아울러 전기 추진 트럭, 보트, 비행기 등 육해공 전반으로 전동화 확대와 함께 배터리 및 충전 기술의 발전도 두드러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둘째로, 승용차 자율주행 분야의 침체이다. 과거 CES에서의 자율주행에 대한 뜨거운 열기가 무색하게 올해는 차분함을 넘어 다소 싸늘해진 느낌이다. 올해 경제 불황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을 수 있으나 자율주행차에 대한 환상에서 탈피하여 현실적 접근이 강해졌다고 볼 수 있다. 고정형 라이다 센서, 4D 이미징 레이더, 자율주행 프로세서 등 핵심 기술의 진보는 여전했으나 완성차 분야에서 레벨 4, 5의 자율차에 대한 관심은 퇴조하고 벤츠, 볼보, 스텔란티스 등이 레벨 3 중심으로 명맥을 유지했다. 레벨 3의 자율차조차도 사고 시 책임 소재가 자동차 회사로 명시화 되지 않아 사실상 레벨 2.9와 다를 바 없다는 냉랭한 시선이다. 세계 자율주행 기술 스타트업 중 기업가치 3위 기업인 아르고 AI가 작년 투자 유치에 실패하여 폐업한 것도 심리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주요 투자자였던 폭스바겐과 포드가 추가 투자를 포기하면서 자율주행 업계 전체에 큰 충격파를 던졌다. 기업가치 1, 2위 기업인 구글의 웨이모, GM의 크루즈도 대량 해고가 진행되고 있고 많은 스타트업이 문을 닫고 있는 암울한 현실이 그대로 CES 2023에도 반영된 것이다. 자율주행 기술 트렌드는 당분간 승용차 분야에서는 레벨 2, 3의 자율주행이나 ADAS(첨단 운전자지원시스템) 중심으로 전개되고, 셔틀, 배달 트럭 등 다양한 특수목적 차량, 농기계, 건설기계, 물류 로봇, 보트, 항공기 등으로 자율주행 기술이 확산되며 시장 확대를 도모할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로, 차량 내부에서의 고객 경험의 대전환이다. 자동차 경쟁의 초점이 과거 엔진, 모터 등 파워트레인에서 차량 내 고객 경험, 서비스 등으로 전환되고 있다. 디스플레이 및 사운드 시스템, 음성 제어 등 유저 인터페이스, 5G 기반 V2X(Vehicle to X), 온디맨드 인포테인먼트 및 전자상거래 서비스 등 다양한 차량 내 고객 경험 및 서비스 제공이 차별화 경쟁의 새로운 트렌드가 될 전망이다. 아울러 소프트웨어의 무선 업그레이드 기술이 발전하면서 차량 내 특정 기능을 월정료 기반의 구독 모델로 서비스화 하는 FaaS(Feature as a Service)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 혁신도 제시하였다.
 
CES 2023이 제시하는 트렌드에 효과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대한민국의 현재 및 미래 핵심 주력산업인 자동차·모빌리티 산업의 글로벌 선도국으로 도약하길 기대한다.




주영섭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 △전 중소기업청장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산업공학박사 △현대오토넷 대표이사 사장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한국디지털혁신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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