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 사실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민생 행보를 함께 공개하고 있다. 국방력 강화와 자립경제 기조를 동시에 흔들림 없이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6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제8기 제7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소집됐다고 27일 보도했다.
전원회의는 ‘농사’를 단일 의제로 개최됐다. 북한이 지난해 말 전원회의로부터 불과 2개월여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농업이라는 단일 주제로 전원회의를 개최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회의에 참석해 직접 사회를 맡았다. 그만큼 북한 식량 사정이 심각하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북한은 최근 함경북도를 비롯한 외곽 지역과 개성까지 아사자가 속출할 정도로 극심한 식량난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신은 “전원회의에서는 새시대 농촌혁명강령 실현의 첫해인 2022년도 사업정형을 분석총화하고 당면한 중요 과업들과 국가경제발전을 위한 현 단계에서 제기되는 절박한 과업들, 그 해결을 위한 실천적 방도들을 토의결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절박한 과업’이라는 언급에서 심각해진 북한의 식량난 상황을 엿볼 수 있다.
북한은 2021년 12월 말 전원회의에서 식량문제 해결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사회주의 농촌 발전전략을 채택한 뒤 작년 내내 식량 생산을 늘리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봄 가뭄과 여름 수해,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치면서 식량 생산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김 위원장이 직접 회의를 주도하면서 경제와 민생 부문을 챙기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은 이달 15일 올해 첫 민생·경제 관련 행보로서 평양 화성지구 2단계 1만세대 살림집 및 강동온실농장 착공식에 참석했다.
이어 25일에는 딸 김주애와 함께 평양 서포지구 새 거리 착공식에도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 정권은 집권 이래 임계점을 갱신하는 ‘벼랑 끝 전술’로 핵미사일 프로그램 완성을 기정사실화해 가고 있다.
북한은 최근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로 한반도 긴장 수위를 높이며 무력 시위를 벌이고 있다.
1월 1일 초대형방사포 발사 이후 침묵을 깨고 이달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발사했다.
하루 전날인 17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담화를 통해 “전례 없는 강력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일에는 전술핵 탑재용으로 개발한 ‘초대형방사포(KN-25)’ 2발을 발사했다. 19·20일에는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이 ‘매사 상응하고 매우 강력한 압도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북한은 23일 매체를 동원해 전략순항미사일 ‘화살-2형’ 4발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모두 미사일 발사훈련이라는 명목 아래 핵능력을 과시하는 내용이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학한과 교수는 “2달 만에 전원회의를 다시 개최한 것과 회의 의제가 농업으로 한정된 것이 이례적”이라며 “군사력 강화가 김 위원장의 업적을 드러내는 중요한 수단인 만큼 군사쪽으로 집중하면서도 경제 부분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6개월 단위로 열리던 전원회의가 2개월 만에 열린 것은 북한 식량 사정의 심각성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낙후한 농촌 개혁을 시도하면서도 기존 지속해온 국방력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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