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긴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벗어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3월 개최된 ‘양회’에서 경제 관련 영역의 안정을 강조하면서 해외 투자 유치를 강화할 의지를 표명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을 5% 전후로 예측하며 세계 각국은 중국의 ‘리오프닝’과 관련해 경제적 낙수효과를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과 밀착했던 일부 국가들도 국익과 각자도생을 적극 추구하고 있다.
미국도 중국과 대화할 가능성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지난 4월 11일 백악관 대변인에 따르면 중국은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을 중국으로 초청해 이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달 20일 옐런 장관이 존스홉킨스대학에서 미·중 경제 관계에 대해 연설을 했다. 그의 연설 내용을 두고 국내 일부 언론은 미국이 국가안보에 ‘올인’하고 중국에 대한 견제를 지속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사실 그의 연설은 중국과 협력할 수 있는 범위와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마치 중국 측 초청에 호응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의 연설에서 미국이 대중국 경제 관계에서 추구하는 목표 3가지가 소개되었다. 첫째, 미국뿐 아니라 동맹과 우방의 국가안보 이익과 인권을 수호하겠다. 이는 중국의 대외 행위를 교정하겠다는 미국의 정책 기조와 일치된다(본지 2022년 2월 22일자 [주재우의 프리즘] 대한민국, 美 인태전략의 '인싸'가 되자” 참조). 이 같은 정책 기조가 경제적 영향은 있겠으나 미국의 안보와 가치에 대한 우려에 기반하기 때문에 불변하다는 사실을 명확히 했다. 그러면서 이런 정책 기조가 경제적 우위를 점하기 위함만이 아니라는 점 또한 강조했다.
둘째, 중국과의 건강한 경제 관계를 모색이다. ‘건강한 경제 관계’는 미·중 두 나라의 성장과 창의력을 진일보 양산하는 데 있다고 부연했다. 부상하는 중국이 국제 규범을 준수하는 것이 미국과 세계에 이득이기 때문이다. 두 나라 모두 이런 경제 관계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기본적인 이유로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전제조건을 제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는 공정한 경쟁이 건강한 경제 관계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미국이 우방과 중국의 불공정한 경제 행위에 대해 계속 대응할 것이라는 점도 상기시켰다.
마지막으로 오늘날 해결이 시급한 세계적인 문제에 대해 중국과 협력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작년 회담에서 거시경제 문제 해결을 위한 소통 강화에 합의한 사항을 적극 개진해야 하는 당위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적극적인 호응을 촉구하면서 이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아니고 세계의 요구에 대한 미·중 양국 공동의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요구 사항을 제시했다. 양국이 건강한 경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특히 중국이 불공정한 행위를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중국이 ‘리오프닝’을 앞두고 미국과 우방의 일부 기업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는 행보를 지적했다. 미국의 마이크론 반도체 기업에 대한 전수조사를 염두에 둔 대목이었다. 이러한 강압적인 행위에 대해 불만을 보이면서 그는 중국이 ‘양회’에서 밝힌 것과 같이 시장이 문제 해결의 핵심 주체로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도록 촉구했다. 또 양국은 협력과 경쟁이 상존하나 경쟁 속에서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을 잘 식별하는 것이 양국의 평화와 번영에 대한 공통된 국익에 부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우방인 서유럽과 동아시아 국가들의 중국을 향한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특히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해 11월 베이징을 가장 먼저 방문해 중국과 경제협력 강화를 논의했다. ‘양회’ 폐막 이후 싱가포르 총리 리셴롱이 3월 27일, 말레이시아 총리 안와르 이브라힘이 3월 29일, 스페인 총리 페드로 산체스가 3월 30일, 그리고 일본 외무상 하야시 요시야마도 4월 1일 베이징을 방문했다. 이 중 산체스 총리는 국빈 방문이었다. 이 밖에 올 상반기에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방문이 예정되어 있다.
최근 들어 미국 기업들도 중국과 협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 2월 12일 미국 자동차 산업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포드자동차는 중국 CATL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 생산에 합의했다. 포드자동차는 2026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1년에 전기차를 200만대 생산한다는 계획에 부응하기 위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제약을 우회하기 위해 중국과 협력하는 결정을 내렸다. 포드 측은 35억 달러(약 4조5000억원)을 투자하면서 지분 100%를 소유하고 CATL 측은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데 합의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전기차 생산업체 테슬라는 지난 4월 9일 상하이에 대용량 에너지 저장장치인 메가팩 생산 공장을 건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가을에 착공하고 내년 봄에 완공해 연간 1만개의 메가팩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른바 ‘메가팩’은 테슬라가 생산하는 산업 설비용 대용량 에너지 저장장치다. 테슬라는 이 공장을 상하이 린강 자유무역구에 위치한 자사 기가팩토리공장에 역시 건설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기가팩토리에서 작년 한 해 생산한 전기차는 71만대를 넘었다.
그리고 지난달 6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중국 방문 기간 프랑스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의 중국 투자도 확정되었다. 에어버스는 중국 톈진의 조립 공장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리는 투자를 결정했다. 이런 배경에는 에어버스가 중국에서 일궈낸 계약 성과가 주효했다. 에어버스는 2022년 여객기 292대 판매계약에 이어 또다시 160대의 추가 구매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로 인해 톈진 조립 공장의 확대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중국이 에어버스의 라이벌인 보잉사를 배제한 사례에서 보듯이 미·중 갈등 심화는 미국 기업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미국 의회가 제정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반도체법이 현실적 한계를 드러내면서 미국 기업이 중국에서 활로를 모색하게끔 만들고 있다.
미국 내에서 전기차 배터리와 반도체가 생산되거나 제조와 조달이 되지 않는 현실에서 이들 법안의 규제는 미국 기업들의 눈에는 비현실적인 법안으로 비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작년 12월에 공개된 IRA 백서에서 중국·러시아·이란 등 해외우려기업(FEOC)에서 조달한 배터리 부품은 2024년부터, 핵심 광물은 2025년부터 사용을 금지시켰다. 다시 말해 중국산 전기차 배터리와 중국산 부품(희토류 등)이 내재된 배터리에 대한 차별 정책은 배터리와 희토류를 생산하지도 않는 미국의 산업 실정에서 어불성설로 들릴 수밖에 없었다. 작년에 IRA와 반도체법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통과되었기 때문에 미국 기업의 입장에서 비현실적이고 허술하기 짝이 없었던 것이다. 더욱이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30년까지 신규 판매 자동차의 50%를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원대한 목표가 IRA나 반도체법은 제동만 가할 뿐이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 기업들은 이들 법안에 반하는 행보를 보일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자 미국 상무부는 임시방편의 조치를 취한다. 3월 21일 반도체법의 가드레일 규정, 3월 31일에는 IRA의 세부 지침을 소개한 것이 조치였다. 세부지침으로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사용 시 미국이나 FTA 체결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핵심 광물의 40% 이상 사용하면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반도체 가드레일의 핵심은 미국의 보조금을 받으면 앞으로 10년간 중국 등에서 현행 대비 첨단 반도체는 5%, 범용 반도체는 10% 이상 생산능력 확대가 제한된다. 생산능력을 완전히 차단하려 했던 원안보다는 한층 더 유연해졌다.
최근 외부 세계의 중국에 대한 경제 행보가 달라진 데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2021년 중국이 8%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을 당시 각국이 대중국 무역에서 누렸던 낙수효과에 대한 기억이다. 가령 프랑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일본, 독일의 대중국 수출은 전년 대비 각각 182%, 145%, 145%, 132%, 124% 증가했다. 대중국 수입 면에서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독일, 프랑스, 일본 등 국가는 전년 대비 171%, 154%, 147%, 134%, 126% 증가율을 기록했다. 미국도 대중국 수출과 수입이 각각 전년 대비 142%와 132% 증가했다. 그렇다고 이들이 모두 대중 무역흑자를 기록한 것은 아니다. 독일과 싱가포르를 제외하면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미국의 대중 적자도 7100억 달러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그럼에도 이들이 누렸던 경제 낙수효과는 국내 경제 안정이었다. 지금과 달리 안정적인 물가를 유지하면서 경제 발전에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중국의 ‘리오프닝’으로 대단한 낙수효과를 경험했다. 우리의 대중국 수출과 수입이 전년 대비 각각 145%와 154% 증가했다. 그 결과 우리의 대중 무역흑자 또한 오랜만에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2021년 우리의 흑자는 486억 달러를 기록했다. 2018년 557억 달러를 기록한 이후 하향세에 접어들었던 우리의 흑자가 다시 상승세로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비록 이듬해 우리의 흑자 규모가 12억 달러로 급락했지만 우리가 중국 시장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다.
미국과 동맹이 중국에 대한 전략을 조정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하나다. 미국 주도의 대중 전략 구상이 정상궤도에 올라 정상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구는 2018년부터 인도·태평양전략(‘인태전략’)의 참여와 자국의 전략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이를 이미 본궤도에 올려놓고 자국의 이익을 모색할 수 있는 여유와 여력이 생긴 것이다. 일본 또한 2021년 미·일 동맹 70주년을 맞아 쿼드를 출범시키고 인태전략에 대한 입장을 공표했다. 우리가 비록 이들에 비해 후발 주자지만 인태전략 보고서를 발표했고 이에 참여 의지를 공식화했다. 이제는 우리도 여유를 갖고 중국에 대한 정책과 전략을 탐구할 때가 되었다.
주재우 필자 주요 이력
▷베이징대 국제정치학 박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Sam Nunn School of International Affairs Visiting Associate Profess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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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깨가 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