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에 대해 소개를 부탁한다.
“디지털혁신센터는 삼성서울병원 부원장급인 디지털혁신추진단장 아래에서 정보전략팀, 데이터서비스팀, 의료정보팀과 산하 7개 파트를 총괄하며 협력사를 제외하면 80명 남짓한 인력이 일하는 조직이다. AI를 필두로 한 디지털 기반을 다지고 안정적 시스템 운영으로 혁신적인 디지털 전환을 진행하는 것에 목적을 뒀다. 2021년 4월 설립돼 제가 초대 센터장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ICT를 다루는 센터장을 맡게 된 계기가 뭔가.
-삼성서울병원의 디지털 경쟁력을 상징하는 사례가 있을까.
“삼성서울병원 데이터 플랫폼은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해 임상 연구를 지원하며 글로벌 임상 연구 클라우드 플랫폼인 다윈을 도입해 데이터를 안전하게 연계하고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이를 사용하는 전 세계 의학 연구자들은 치료 요법 및 진단 참조 등 환자 데이터를 안전하게 공유하며 협업해 질병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다윈 구축 과정, 활용 성과를 이달 초 클라우드 기술 콘퍼런스 ‘AWS 서밋 서울’에서도 소개했다. 또 삼성서울병원은 AWS를 활용해 2022년 세계 최초로 미국 보건의료정보관리시스템협회(HIMSS)의 IT 인프라 인증(INFRAM) 최고 등급인 7단계를 받았고 올해 4월 HIMSS 2023 행사에선 DIAM과 EMRAM 7단계 인증을 획득해 ‘HIMSS 3관왕’을 달성했다.”
-센터의 주요 운영 성과를 소개해 달라.
“우선 병원에서 발생하는 환자 안전 관련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욕창, 낙상 등을 모니터링하거나 응급실 중증 환자를 신속하게 처치하기 위해 AI 기반 CDS(임상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를 구축한 사례가 있다. 이는 다른 선진국보다 앞선 것으로 삼성서울병원이 의료 현장에 안전하고 효과적인 AI를 활용하기 위한 별도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원동력이 됐다. 또 1년 전부터 표준 환자 데이터를 진료에 쓰고 EMR에 반영하는 PRO(환자 자기평가 결과)를 외래 진료부터 여러 진료과에 확대 적용했는데 2022년 초 프로젝트 시작 단계에 비뇨의학과를 시작으로 현재 14개 과에서 81개 PRO 서식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올해 4월 기준 저희가 환자에게 받는 PRO는 주당 3000여 건에 달하고 이는 계속 축적되고 있다. 셋째로 환자 개인에게 의무기록을 빠르고 간편하게 전자문서로 돌려주는 ‘모바일 사본 발급’이다. 휴대전화로 발급 신청을 받아 업무일 기준 2일 내에 보안 PDF로 제공하고 카카오톡으로 쉽게 공유·활용하게 하는 서비스로 올 초 시작했다.”
-어디에 어떤 디지털 기술이 주로 활용되나.
“우리는 현장에 도움이 될 모든 기술을 활용한다. 기술의 안전성과 정확성이 현장에 활용할 만한 수준인지 평가한 후 현장의 필요에 집중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빅데이터 분석은 병원 물류체계 분석, 병동·외래·수술·응급·검사 등 거의 모든 시스템 최적화에 활용한다. 클라우드는 CDM(공통 데이터 모델), 클라우드 CDW(임상데이터 웨어하우스), SEARCH(보안 강화 학술 연구 클라우드 허브) 등 연구 시스템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AI는 환자 안전 시스템, 로봇 운영 시스템 등에 쓰인다. 센서(레이더)와 사물 인터넷(모바일 침상카드) 역시 환자 안전과 진료 효율화에 활용된다. 특정 요소기술보다는 현장의 필요에 맞는 기술을 찾고 적용하는 것이 성공적인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의료계는 클라우드·AI 도입과 확산이 상대적으로 늦는 것 같다. 데이터 수집·활용에 제약이 크기 때문인가.
“그렇다. 환자 진료와 관련된 데이터와 개인정보가 의료 데이터에서 중심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데이터를 수집·저장·유통·활용하는 모든 단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진료 자체를 위한 (개인정보) 동의 절차도 복잡하지만 진료 후 2차 활용을 위해 다시 동의를 받아야 한다. 데이터 활용 주체에 만만찮은 환경이지만 병원은 민감 정보를 다룬 오랜 역사와 경험이 있어 다른 어떤 산업 주체보다 환자 정보를 소중히 여긴다. 삼성서울병원은 법령을 보수적으로 해석하고 제도의 틀 안에서 지속 가능한 형태로 혁신하는 것이 남보다 빠르게 일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까지도 병원 의무기록은 병원 울타리 안에 있어야 했다. 법과 기술이 바뀌어도 문화와 철학이 변화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앞으로 의료 분야에 어떤 혁신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나.
“의료계에서 디지털 혁신은 가능의 문제를 넘어선 필수적인 과정이다. 기후변화, 고령화, 의료기술 발전, AI를 필두로 한 세계적 디지털 전환 흐름이 모두 의료계를 압박하고 있다. 디지털 혁신 없이 좋은 병원이 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병원이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진료다. 과거 진료는 환자가 병원에 와서 의료진을 만나고 의료 서비스를 받은 뒤 집으로 돌아가는 병원 기반 서비스였다. 오늘날 건강 관리는 병원이 아니라 주로 집에서 이뤄진다. 약을 먹고 재활 훈련하고 수술 전후 자가 관리하는 곳은 병원이 아니다. 병원은 개인, 가정과 긴밀히 연결한 ‘건강관리 컨트롤타워’가 되기 위해 물리적 제한을 넘어설 디지털 기술이 필요하다.”
-의학 교육과 연구 영역은 어떻게 바뀔까.
“200년 전부터 이어져온 도제식·일대일 교육의 한계를 넘어야 한다. 환자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효과적인 교육을 수행하기 위해 가상 공간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교육자, 환자, 학생을 이을 수 있는 원격통신 기술과 로봇 기술이 필요하다. 요즘 메타버스 기술은 의료 교육 현장에 도입할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과 품질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어 시공간 한계를 넘어설 도구로 쓰일 것이다. ‘연구’는 다른 분야보다 디지털 혁신이 빠르게 이뤄지고 이미 고성능 컴퓨터가 활용되고 있다. 데이터를 분석해 얻은 의학 지식을 현장에 적용하고 그 결과로 다시 데이터를 얻는 순환 체계를 LHS(학습기반 보건의료시스템)라고 부르는데 그 시작점이 여기다. 연구자가 PC로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고 논문을 쓰는 일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의료 데이터와 관련한 여러 학회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연구자들의 주된 관심사는 뭔가.
“최근 키워드는 생성 AI, 의료 품질과 형평성, 포스트 코로나 등 세 가지라고 생각한다. 의료 정보 관련 학회 특징이긴 하지만 화두가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국내외 (연구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분야에 대한) 간극이 좁아지고 있다. 자칫 연구 트렌드에 뒤처지기 쉬워 늘 주의를 기울이며 공부하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 후 디지털 신기술과 보건의료·제약에 대한 연구 속도가 빨라졌다는데 체감하나.
“AI와 클라우드 기술 활용이 특히 일반화했다. 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이 의료계에 적극적으로 접근하고 있고 이들과 함께하는 프로젝트가 성과를 낸 것 같다. 국내외에 산업계와 의료계가 디지털 기술 도입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온도 차가 있지만 한국에선 이 차이가 더 크다. 의료계는 기술 활용 방안을 더 적극적으로 찾고 산업계는 이 분야에 더 긴 호흡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본다. 산업계에서 활동하는 의료인이 많이 늘었지만 디지털 기술 활용 관련 의료 전문가가 아직 많이 부족해 보인다.”
-챗GPT 같은 생성 AI 기술이나 그 기반이 되는 초거대 AI 모델에 영감을 받아 시작한 일이 있는지.
“마침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 산하 ‘알젬(RGGeMM·Research Group for GEnerative Model)’이라는 생성모델 연구회를 공식 출범했다. AI와 사람이 언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진 것이 (기존 AI와 생성 AI 간) 가장 큰 차이다. 또 질문과 답변에 대한 자유도가 높고 결과에 대한 신뢰도 또한 상당한 수준이다. 특히 컴퓨터 언어로 코딩하는 문턱이 낮아져 아이디어 시작부터 서비스 단계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짧아진 것이 앞으로 발전을 촉진하는 큰 요소가 될 것이다.”
-보건산업진흥원 의료 분야 마이데이터 추진위 분과위원 활동 이력이 있어 묻는다. 환자가 자기 건강·진료 정보를 쉽게 확인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의료 마이데이터의 지향점을 언제쯤 실감할 수 있을까.
“(정부 정책 사업으로) 현재 시스템을 구축하는 시점에서 실현 정도를 평가하기는 어렵다. 환자 정보 주도권을 강화하는 것이 거스를 수 없는 방향이라 사업 당위성은 충분히 크다. 지금은 마이데이터 활용 전략, 세부 사례, 추후 시스템 효과를 평가할 정량·정성 평가지표 구체화가 필요하다. 이 같은 로드맵을 잘 만들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사업이 빨리 자리 잡고 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다.”
-의료 현장에선 응급의학 전문가로 활동해 왔는데, 이 분야에 기대할 수 있는 디지털 혁신 방향은.
“모든 의료 분야가 그렇지만 응급의학이야말로 의료 시스템 영향이 의료진 개인 역량보다 더 크게 작동할 수 있는 분야다. 응급실은 소속 병원과 지역 의료 시스템, 국가 시스템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우리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코로나를 통해 한 응급실에서 발생한 재난이 인근 응급실과 국가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모습을 목도했다. 시스템 간 연결성을 강화하고 적정 응급 환경을 구성하면 응급실이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안전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디지털 혁신이 잘 이뤄지지 않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까. 신기술과 데이터 활용 관점에서 정부와 의료계에 제언을 한다면.
“디지털 혁신이 성공적으로 추진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의료 서비스 수혜자인 환자들이 불편을 겪는 일이 더 늘어날 것이다. (금융 분야에 비유하면) 모바일 앱으로 거래를 할 수 없는 은행 계좌와 통장을 써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환자들에게 이와 같은 피해가 더 크게 나타날 것이다. 저는 병원에서 디지털 기술을 다루는 사람이고 병원은 의료인과 환자가 함께 삶과 건강을 추구하는 곳이다. 의료진과 환자, 이를 포괄하는 지역 사회를 연결하는 것이 기술이고 디지털 혁신은 그 구성원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차원철 삼성서울병원 센터장은
▷現 삼성서울병원 디지털혁신센터장
▷現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 부교수
▷現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부교수
▷現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 부회장 겸 학회 산하 생성모델연구회 회장
▷現 대한응급의료정보연구회 회장
▷現 빅데이터임상활용연구회 부회장
▷現 대한의료정보학회 국제협력 이사
▷現 한국보건정보통계학회 특임 이사
▷現 대한의료메타버스학회 교육 이사
▷現 보건산업진흥원 의료분야 마이데이터 추진위원회 분과위원
▷서울대학교 의학대학원 의학박사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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