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주 김규현 국정원장에게 "조직‧인사에서 손을 떼고 기다리라"는 메시지를 전달했고,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국정원 감찰을 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장의 거취 문제 등은 윤 대통령이 프랑스‧베트남 순방을 마친 24일 이후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김 원장은 이달 초 윤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1급 부서장 등 간부 17~18명에 대한 인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김 원장의 최측근 A씨가 인사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 별도의 라인을 통해 윤 대통령에게 보고됐고,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윤 대통령이 일주일 만에 기존 인사안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김 원장 취임 이후 국정원 인사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김 원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6월 24일 문재인 정부 당시 승진한 1급 보직국장 27명을 대기 발령했고, 국장 아래 직급인 단장들을 '국장 직무대리'로 보임했다.
같은 해 10월 검사시절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됐던 조상준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이 임기 4개월 만에 돌연 사퇴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활약한 인사를 쳐내고 조직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의견 충돌이 있었다는 후문으로, 여기에도 A씨가 개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2월에도 3급 이상 간부 150여 명이 직무에서 배제되거나 한직으로 발령받는 등 '전 정권 물갈이'는 계속됐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과정에서 쫓겨났던 이명박‧박근혜 정부시절 인사들이 복귀하면서 내부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즉 국정원 내부에 현 정권 라인과 전 정권 라인의 갈등이 있었고, 여기에 과거 정부 인사들까지 복귀하면서 상황이 더욱 복잡해지고 갈등이 극심해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대통령실이 나서 김 원장의 거취 문제를 포함해 교통정리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그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원 장악력'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정원 인사 파동이 국민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며 "(관련)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는 조직의 붕괴"라고 우려했다. 그는 "보도대로 이런 국정원이라면 김정은이 웃는다. 김정은의 기쁨조가 돼선 안 된다"면서 "윤 대통령이 해외순방 출발 전에 단안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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