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번 분리 징수 조치가 국민 불편 해소와 선택권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신료 폐지가 아니라 징수 방식만 바뀌는 것이라 TV 수상기를 보유한 가구라면 의무적으로 수신료를 부담해야 한다.
또 아파트는 관리사무소가 가구별 분리 징수 업무를 전담해 대단지 아파트는 업무 부담과 각종 혼선이 예상된다.
정부는 11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TV가 없는 가구는 수신료를 내지 않을 권리가 강화되는 등 수신료 관련 편익이 증진될 것으로 기대했다.
개정안은 12일부터 시행되지만 분리 징수를 위해서는 한전과 KBS 간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 고지서 제작·발송 인프라 구축과 수납시스템 보완 등에도 일정 기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3개월 정도를 현행과 같이 통합 고지하되 이 기간 신청 고객에 대해 전기요금과 수신료를 분리 납부할 수 있도록 조치할 방침이다. 전기요금 자동이체 고객은 분리 납부 요청 시 한전이 TV 수신료 납부 전용 계좌를 별도로 안내하는 방식이다.
분리 징수가 시행됐지만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KBS와 수신료 징수 위탁계약을 맺은 한전은 수신료 청구서 제작비, 우편 발송비 등 건당 680원 정도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별도 청구서 제작과 발송에만 연간 1850억원이 추가로 필요한 셈이다.
여기에 시스템 구축과 전산 처리 비용, 전담 관리 인력 인건비 등을 포함하면 분리 징수에 추가로 필요한 비용은 2269억원에 달한다.
한전은 KBS와 맺은 위탁계약에 따라 통합 징수 대가로 수신료 중 6.2%를 수수료로 받고 있다. 지난해 한전 수수료 수익은 423억원. 분리 징수 시행으로 추가 지출되는 비용 대비 5분의 1에 불과하다. 한전은 KBS에 수수료 인상을 요구할 방침이지만 수용 여부는 미지수다.
다만 한전은 이번 분리 징수로 발생하는 비용과 관련해 추가적인 고객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전 관계자는 "분리 징수 비용이 고객에게 전가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KBS와 비용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계약 파기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분리 징수 시 수신료 징수율이 낮아져 공영방송 재정 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수신료 납부에 부정적'이라고 답변한 비율이 95%에 이르는 등 수신료에 대한 반감이 커진 상황에서 분리 징수가 납부 거부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OTT 등을 많이 이용하는 최근 미디어 소비 행태를 감안하면 (수신료 납부를) 동의하지 못하는 국민들도 있겠으나 현행법상 납부 의무는 분리 징수 후에도 유지된다"며 "수신료를 내지 않으면 방송법에 따라 미납 수신료의 3%만큼 가산금이 붙거나 KBS가 방통위 승인을 얻어 국세 체납에 준하는 강제 집행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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