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삼다수 2.0시대를 열겠습니다. 올해를 100년 기업으로 가기 위한 초석을 다지는 원년으로 삼고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한 혁신에 박차를 가하겠습니다.”
백경훈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사장은 19일 제주 조천읍 소재 공사 사옥에서 진행된 아주경제 인터뷰에서 제수 삼다수에 대한 미래 비전을 공개했다.
반복되는 수급 문제에...내륙거점 물류센터 짓는다
제주도개발공사(이하 공사)는 줄곧 제주 삼다수의 내륙 수급 문제에 시달려왔다. 삼다수는 선박을 통해 내륙으로 해상 운송된다. 하지만 기록적인 폭우나 태풍이 오면 내륙으로 전달하는 운송 루트가 막히면서 삼다수 생수 운송에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화물연대 파업도 운송에 큰 타격을 준다. 지난해 6월에도 제주항 봉쇄로 삼다수 배송이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서귀포항과 삼천포항 등을 통해서 운송이 가능하지만 제주항의 비중이 워낙 높다 보니 공급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작년에 태풍과 화물연대 파업 등으로 삼다수의 내륙 공급에 차질을 빚었던 사례는 확인된 것만 네 차례에 이른다. 이런 사례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소비자 신뢰 하락으로 이어져 실적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실제 삼다수의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수도권이 절반 이상인 55%를 차지한다. 내륙 운송이 필수적인 온라인 매출 비중도 30~40%에 이른다.
백 사장은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연내 ‘내륙거점 물류센터 구축 로드맵’을 완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공사는 6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백 사장은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등 세 곳을 물류 거점지역으로 대략 정하고 부지 물색을 위한 사전 작업에 돌입했다. 공사는 최근 ‘수도권 대응을 위한 내륙물류거점 적정후보지 선정 용역’ 입찰공고를 내고 용역업체 선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용역에는 5000여 만원이 투입되며, 용역 기간은 계약 이후 100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생수 경쟁사들의 거점 현황과 위치 등을 분석해 구체적인 물류센터 부지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지역별 삼다수 판매량 비중을 비롯해 센터 보관 능력, 물류 서비스 범위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한 뒤 최적의 물류거점 후보지를 선정한다는 구상이다.
백 사장은 “삼다수는 제품 전량이 제주도에서 생산돼 육지로 운송되는 특성상 날씨와 선박 물류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면서 “불가피하게 도외 유통에 차질이 생기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륙 물류거점 구축을 추진해 더욱 빈틈없는 유통 체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로벌로 뻗어나가는 제주 삼다수
백 사장은 임기 내 삼다수를 프랑스 에비앙과 같은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전략도 내놨다. 기존 교민 사회 중심의 유통망을 현지 대형 유통채널로 변경해 교민은 물론, 현지인들까지 삼다수를 즐기도록 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첫 타깃은 동남아시아다. 백 사장의 임기는 오는 2026년 4월 9일까지 3년간이다.
백 사장은 지난 4월 공식 취임 직후 임직원에게 해외 수출 전략의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고 현지화를 위한 조직 개편에 돌입했다. 현지 법인을 열고 영업망을 구축한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공사는 이르면 9월 안에 글로벌 영업·마케팅 전략 수립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백 사장이 수출 전략을 재편하는 것은 기존 해외 수출 방식의 한계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다수는 독자적으로 해외 유통망을 구축해 왔지만 한인 마트나 현지 교민이 운영하는 매장 위주였다. 주 고객층 역시 해외 여행을 떠난 한국인 관광객이나 현지 교민으로 제한적이었다.
현지인을 고객으로 끌어들이지 못한 탓에 삼다수의 수출 실적은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삼다수의 총 생산실적은 99만742톤(t)을 기록했지만 수출량은 8000여 톤(0.8%, 500㎖ 1600만병)에 그친다. 미국, 중국 등 21개국에 진출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백 사장은 글로벌 브랜드로 대변신을 꾀하기 위해선 현지 판매망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보고 수출 콘셉트를 현지인이 마시는 ‘삼다수’로 변경했다. 현지 대형마트, 편의점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과 물밑 접촉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적인 생수 브랜드 ‘에비앙’ 역시 국내에 진출할 당시 롯데칠성음료의 유통망을 적극 활용했다.
생수는 수출 시 물류비용과 판촉비가 추가되며 국내보다 원가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백 사장은 현지 브랜드와 가격 경쟁을 위해 저가 정책을 펴는 대신 '화산암반수'란 강점을 앞세워 프리미엄 전략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생각이다. 삼다수는 지난달 미국 환경자원협회(ERA)의 먹는물 분야 국제숙련도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5년 연속으로 우수 분석기관 인증을 획득할 만큼 높은 품질을 자랑한다. 국제숙련도 평가는 분석기관의 국제적 역량을 검증하는 제도다.
백 사장은 “삼다수의 해외 수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빠르면 1~2달 안에, 늦어도 연내 중장기적인 영업·마케팅 전략을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내 생수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로, 해외 수출만이 답이라고 본다”면서 “현재는 해외 유통망이 없기 때문에 현지 유통업체와 손잡고 수출을 꾸준히 늘려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환경에도 진심..."제주도 ‘플라스틱 제로섬’ 만들겠다"
삼다수는 친환경 생수 시장을 이끌고 있다. 백 사장은 친환경 경영을 한층 강화해 제주도를 ‘플라스틱 제로섬’으로 만들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친환경 제품 전용 생산라인인 신공장(L6)이 2025년에 완공되면 플라스틱 감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백 사장은 기대하고 있다. 공사는 2년 전인 2021년 친환경 경영 비전인 ‘그린 홀 프로세스’를 발표하고 삼다수 생산부터 수거, 재활용(업사이클)까지 모든 과정에 환경 보호를 중점에 두고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같은 해 3월엔 무라벨 제품인 ‘삼다수 그린’을 출시, 음용 후 별도 분리배출 없이도 자원 순환이 될 수 있게 ‘3無(무라벨, 무색캡, 무색병) 시스템’을 완성했다. 페트병의 라벨을 제거해 재활용을 쉽게 했으며, 페트병과 뚜껑을 단일 재질의 무색으로 전환해 뚜껑부터 페트병까지 완전한 재활용이 가능하게 한 것이 특징이다.
공사는 '삼다수 그린' 제품 생산량을 점차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현재 30% 정도인 무라벨 제품 비중을 2025년에는 50%로 늘리고 1년 뒤인 2026년에는 전 제품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올해부터 QR코드를 표기하면 무라벨 낱개 제품 판매가 허용된 만큼 백 사장은 다음달 중으로 뚜껑에 QR코드가 삽입되는 ‘무라벨 양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삼다수 그린의 낱개 판매를 처음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백 사장은 재생 페트를 활용한 시제품 개발과 용기 경량화 등 소재 혁신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국내 생수업계에서 처음으로 재활용 페트 '리본'을 개발한 삼다수는 오는 2030년까지 재생원료 사용 비중을 30%로 늘리기로 했다. 제주 도내 투명 페트병을 전량 회수해 삼다수 병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것이다.
백 사장은 “정부가 작년에 폐페트병을 식품 용기로 재활용하는 것을 허용했다. 공사도 삼다수 병의 재생 원료 사용 확대 방안을 마련 중”이라면서 “재생 원료를 활용한 시제품을 개발해 빠르면 2026년 상용화할 계획이다. 2040년엔 제주도를 '플라스틱 제로' 섬으로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으로 백 사장은 L6가 완공되면 생산량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100만톤에 달하는 생산량은 L6 완공 이후 140만톤으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같이 생산량이 증가하면 삼다수의 시장 점유율이 기존 42%(공사 추정)에서 46%로 확대되고 현재 3000억원 수준인 연간 매출도 4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공사 측은 보고 있다.
◆WHO IS...
△1962년 출생 △동국대 회계학과 학사 △1990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입사 △LH 기획조정실 부장 △LH 재무처 처장 △LH 기획조정실 실장 △LH 서울지역본부 본부장 △LH 주거복지본부 이사 △LH 기획재무본부 부사장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사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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