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장기 투자가 상식·합리적...경계해야 할 것은 과도한 욕망
몇년만에 큰 돈 벌었다면 운...수익률 하락에 대비해야
반도체는 모든 기술에 필수불가결한 존재...기업 아닌 산업에 투자하라
솔루션본부 신설 등 조직 강화 행보 이어 시장 변화 적극 대처 노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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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주 열풍이 휩쓸고 간 뒤 매일 하락하는 주식시장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오른다는 이도, 폭락을 예견하는 이도 있지만 "주식시장을 예측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주식시장을 예측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ETF에 장기 투자하는 것이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조언하는 이가 있다.
우리나라에 '상장지수펀드(ETF)'와 '주가연계증권(ELS)'을 처음 소개하며 'ETF와 ELS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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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인간의 과도한 욕망'이라고 지적했다. 배 대표는 "인간의 욕망이 과도하다 보니 짧은 시간에 돈을 버는 일에 초점을 맞춘다"며 "비트코인 한 종목에 투자해서 몇 배 남기기 등을 찾는 데 집중할 필요 없이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좋은 투자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 대표는 투자자 스스로 '운 좋은 투자자'가 아닌 '평균적인 투자자'라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며 "골프는 18홀 내내 최고의 샷을 치지 못해도 경기가 끝난 뒤 스코어가 낮은 사람이 이기는 경기"라며 "못 치는 사람일수록 매번 멋진 샷을 하려고 힘을 들이고 결국 경기에서는 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매번 투자 결정을 내릴 때마다 최고 수익을 내겠다며 힘을 주면 몇 번은 가능하겠지만 실패도 잦을 수밖에 없다"며 "내가 목표로 한 투자 기간이 끝났을 때 목표로 하는 수익을 냈느냐는 것이 한투운용이 투자자들에게 제시하는 투자의 정의"라고 말했다.
배 대표는 살아 움직이는 주식시장을 예측하지 않는 것이 한국투자신탁운용 투자철학이라고 강조했다. 단기 시장 예측을 토대로 고객과 소통하면 '신뢰'라는 자산을 쌓을 수 없다는 것이다.
배 대표는 "신뢰는 고객의 기대를 만족시킬 때 얻을 수 있다"며 "고객들이 원하는 수익률을 얻기 위해서는 시장에 일희일비하는 대신 장기 투자가 필요하다는 우리 철학을 명확히 이해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배 대표와 일문일답한 내용.
-이제 막 투자를 시작한 젊은 세대와 노후 자금을 준비해야 하는 세대들에게 투자에 대한 조언을 해 달라.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버는 투자를 찾는 이들이 많은데 이런 사례는 거의 없다. 부동산에 대한 막연한 믿음도 그렇다. 그런데 최근 상승장을 감안해도 유가증권 투자 수익률이 부동산보다 높다. 유가증권시장에 투자해 충분히 노후를 준비할 수 있다.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도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 바로 자산 배분에 투자하면 된다."
-왜 자산 배분이 중요한가.
"투자의 정의는 자산을 불리는 것이다. 매번 투자해서 돈을 잘 벌고 싶지만 실패할 때도 있다. 좋은 투자는 스스로 목표한 시점에 목표한 만큼 자산을 준비하는 것이다. 투자하는 시간을 정해 놓고 거기에 필요한 수익을 내기 위해 자산을 배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 몇 년 만에 큰돈을 벌었다면 투자를 잘한 것이 아니라 운이 좋았던 것일 뿐이다."
-단기간에 2배씩 버는 상품들도 있지 않나. 이차전지 같은.
"2명이 같은 종목을 놓고 하락과 상승에 각각 베팅했을 때 한 명은 초과 수익을 낼 수 있다. 4명이 하면 2년 연속 1명도 나온다. 8명이면 3년 연속 초과 수익을 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베팅을 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10년 연속 초과 수익을 내는 사람도 나오겠지만 결국 운일 뿐이다. 액티브펀드 운용사 일부가 3개월, 6개월 수익률을 강조하며 상품을 팔고 있다. 여태 잘 벌었다는 것은 곧 수익률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한투운용은 미래에 대한 베팅 대신 시장에 장기 투자하는 패시브 상품 위주로 판매하며 타깃데이터펀드(TDF) 수익률 1등을 기록하고 있다. 상식과 합리에 투자한 결과다."
-하반기 주식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나.
"기업 가치를 숫자로 평가하는데 여기에는 자의적인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한 평가가 들어 있다. 과학적으로 보이지만 과정에 오류가 있을 수밖에 없다. 확실한 것은 자본주의 국가에서 경제는 장기 성장하고 물가는 오른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198개국을 대상으로 1988년부터 2021년까지 경기 전망을 한 자료가 있다. 198개국이 30년 동안 경기 침체를 469회 겪었다. IMF 경기 전망 중 1년 전에 경기 침체기를 맞힌 것은 4번, 6개월 전 맞힌 것은 13번에 불과하다.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이 의미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어떤 상품에 어떻게 투자해야 하나.
"세계 최고 투자자라고 하는 워런 버핏의 버크셔헤서웨이 실적을 살펴보면 50년 전에 돈을 맡긴 사람은 수익률 45배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20년을 보면 S&P가 오히려 높다. 최근 15년, 10년, 5년도 마찬가지다. 시장이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워런 버핏 역시 시장을 넘어서는 초과 수익률을 얻기 어렵다는 의미다. 결국 기본이다. 분산투 자하고 적립식 투자, 그리고 미래 트렌드를 이끌 반도체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
-왜 반도체인가.
"최근에 반도체 공부를 열심히 했다. 반도체는 모든 기술에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 탱크 1대에 100억원 정도 하는데 이거 잡는 포탄은 최첨단 반도체가 탑재돼 명중률을 최대 80%까지 높였다. 가격은 1억원이다.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반도체다. 그렇다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만 사면 될까? 반도체 기업이 아닌 반도체 산업에 투자해야 한다. 메모리, 비메모리, 파운드리, 장비·소재 업체 등을 한 바구니에 담을 필요가 있다."
-어떤 상품인가.
"'ACE 글로벌반도체TOP4 ETF'가 그 주인공이다. 현재 순자산 1036억원으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앞서 설명한 4개 섹터 1등 기업들을 각각 20% 비중으로 담았다. 메모리에 삼성전자(18.45%), 비메모리에 엔비디아(21.96%), 파운드리에 TSMC(19.34%), 장비에 ASML(19.60%)을 담고 나머지 20%에 글로벌 시가총액이 높은 반도체 업체들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했다. 이 상품에는 한투운용 철학이 담겨 있다. 종목이 아닌 산업에 투자하고 시간에 배분해서 분산 투자하자는 개념을 담았다. 이런 상식적인 투자를 해야 시간이 지나면 투자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하반기 계획 중인 주요 상품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먼저 설명한 반도체는 인공지능(AI) 발달 등 장기적으로 심화할 수밖에 없는 시장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 국채 30년물은 이미 오를 만큼 올랐다는 견해가 많지만 더 오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미국 빅테크 업체들도 눈여겨봐야 한다. 한투운용에서도 애플, 아마존, 구글,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빅테크 톱5를 필두로 한 주요 빅테크 기업들을 담은 새로운 상품을 준비 중이다. 반도체 상품처럼 빅테크를 하나의 산업으로 보고 섹터별로 담은 상품을 조만간 내놓을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기후변화와 우주 경쟁 역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수수료 경쟁 등 자산운용시장에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데.
"자산운용시장이 저질 경쟁으로 격하되고 있다. 어딘가에서 잘되고 있는 펀드가 있으면 이름만 바꿔 똑같이 내고 보수를 낮춘다. 차별화 없이 수수료 경쟁만 하고 서로 싸워대는 격이다. 규제 완화라는 미명 아래 자산운용업 일부를 증권사와 은행에 허용한 당국도 일부 잘못이 있다. 장기적으로 자산운용사들이 고객 수익률에 집중하려면 기본적인 생존 걱정을 하지 말아야 하는데 산업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각자 살아남는 것이 목표가 됐다. 결국에는 투자자들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고 한국 자산운용업계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한투운용이 지난 7월 ETF 순자산 5조원을 돌파했다. 이후 목표는.
"2012년 10조원 돌파 파티를 한 적이 있다. 11년이 지난 현재 5조원 달성은 과정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자산운용업은 과거 주식·채권 위주 펀드에서 ETF로 전환되고 있다. 한투운용 대표이사를 맡고 각계에서 다양한 인사들을 영입하며 임직원들에게 3가지를 얘기했다. 가장 먼저 한투운용은 펀드 운용에 대한 실력은 여전하지만 시장이 바뀌었다는 점을 설명했다. 시장 변화를 못 따라가서 한투운용 위상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그래서 솔루션본부를 새로 만들어서 새로운 TDF 상품을 만들었다. 앞으로도 기존 조직도 강화하고 역동성 있는 회사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배재규 대표는
배재규 대표는 1961년 경남 산청에서 태어나 보성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한국종합금융, SK증권 주식운용팀을 거쳐 삼성자산운용(삼성투자신탁운용 포함)으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자산운용 재직 중 아시아 최초로 레버리지 ETF와 인버스 ETF를 출시하며 'ETF의 선구자' 'ETF의 아버지'로 불린다. 2021년 말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로 선임됐으며 2022년 2월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사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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