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이 부당한 고객유인행위 제재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에 불복 소송을 냈으나, 법원이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12일 공정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지난달 30일 대웅제약과 대웅이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소송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전부 승소에 가까운 판결을 내렸다.
공정위는 대웅제약과 대웅이 부당하게 특허권 침해금지의 소를 제기해 이를 영업활동에 연계함으로써 경쟁사의 복제약 판매를 방해한 행위에 대해 지난 2021년 3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22억9700만원(대웅제약 21억4600만원, 대웅 1억5100만원)을 부과했다.
대웅제약과 대웅은 해당 처분에 불복해 2021년 4월 서울고등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이번에 서울고등법원이 공정위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다만 법원은 공정위의 과징금 산정의 오류를 지적하며 대웅에 대한 과징금 일부(1100만원)는 취소했다.
이번 소송에서 원고들은 이 사건 특허소송과 관련해 경쟁사의 특허 침해를 의심할만한 정황이 존재했고, 소송 제기 당시에는 특허 취득과정에서 데이터 조작이 개입된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으므로 특허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어 공정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없다는 등의 주장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원고들이 특허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했음을 인지하고도 경쟁사의 복제약(제네릭) 시장 진입을 저지하고 판매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부당한 특허소송을 제기했다고 인정했다. 이는 특허법의 목적과 취지에 반하고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특허권의 부당한 행사라고 판시했다.
나아가 병원 등에서 복제약 사용을 꺼리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특허소송 제기 사실을 알리는 등 부당한 특허소송과 영업활동을 연계하는 행위는 경쟁사업자와 그 고객의 거래에 대해 계약성립의 저지, 계약불이행의 유인 등의 방법으로 거래를 부당하게 방해해 경쟁사업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하는 행위로 봤다. 가격과 품질에 근거한 경쟁과는 거리가 먼 부당한 경쟁수단을 사용해 경쟁사업자의 시장진입 및 영업활동을 방해한 것으로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즉, 특허소송이 제기돼 해당 경쟁사의 복제약에 대한 판촉활동이 위축되면 △한 번 처방했던 약을 잘 바꾸지 않는 습관이 있는 의사들이 오리지널에서 복제약으로 바꿔 처방할 유인이 낮아지고 △병원도 소송 패소시 더 이상 처방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는 복제약을 애당초 처방가능 약제목록에 등록하는 것을 주저하게 되며 △특허소송은 직접적인 상대방뿐 아니라 복제약 출시를 고려 중인 다른 경쟁사들의 시장진입까지 막는 효과가 있다고 봤다.
아울러 재판부는 이 사건 특허소송 제기 등으로 인해 저렴한 복제약의 시장진입 및 판매가 방해돼 소비자들의 후생이 저해되는 결과를 가져왔고, 국가 보험재정의 절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이번 판결은 부당한 특허소송 제기를 통해 경쟁사의 거래를 방해한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고객유인행위로 인정된 최초의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했다. 공정위는 판결내용을 분석해 향후 제기될 수 있는 대법원 상고심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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