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거대한 화마의 상처"...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인근 주민 300여명 손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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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지 기자
입력 2023-10-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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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민반응, 건강우려, 우울감 등 트라우마 발생"

2014년 9월 30일 오후 8시 55분께 대전 대덕구 한국타이어 공장에 불이 나 불길이 치솟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4년 9월 30일 오후 8시 55분께 대전 대덕구 한국타이어 공장에 불이 나 불길이 치솟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3월 발생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로 정신적 트라우마를 입었다며 인근 아파트 주민 300여 명이 한국타이어를 상대로 공동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인근에 위치한 A아파트 주민 385명은 최근 대전지법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소송가액은 총 2억3000여 만원이다. 화재 발생 지역과 가까이에 위치한 101동‧104동 주민은 1인당 70만원, 나머지 주민은 1인당 50만원을 각각 청구했다.

아파트 주민들은 대전공장에서 이미 두 번(2006년‧2014년)의 화재가 발생한 데 이어 올해 더 큰 규모의 화재(2023년)를 겪으면서 거대한 화마(火魔)에 대한 잊을 수 없는 공포와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 등은 "작은 소리에도 과민하게 반응하는 과각성과 자택이 다른 사고로부터 안전한지에 대한 불안, 분진과 악취로 인한 청소와 건강에 대한 강박, 인근 토양 및 하천의 오염으로 발암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 불면 및 우울감 등의 정신적인 고통을 경험하고 있다"며 "거주지에 대한 이미지 실추 및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상실감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화재 당시 집 내부에서 열기를 직접 느낄 수 있었으며 화재로 인한 분진과 불씨가 창문을 통해 들어와 아파트 단지 화단에 불이 붙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 분진 유입으로 방충망, 창틀뿐 아니라 가구와 냉장고 안 식기류까지 분진이 묻어났고, 일상 집기 등에도 악취가 뱄다고 주장했다. 계속된 기침으로 수개월간 공기청정기를 틀어놓거나 거주지를 옮긴 사례도 있었다.

주민들은 화재의 근본적 원인이 방호조치 및 재발방지 의무를 다하지 않은 한국타이어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 관계부처로부터 시정권고를 받았음에도 개선이나 적절한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인근 주민들에게 납득할 수 없는 조건으로 빠른 합의를 종용했고, 합의에 응하지 않을 경우 합의안에서 제시한 보상조차 받을 수 없다고 하는 등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했다고 덧붙였다.

아파트 주민 소송대리인 양태정 변호사(법무법인 광야)는 "워낙 큰 화재였기 때문에 분진이나 악취, 매연 등으로 인해서 내 몸에 대한 우려와 정신적 스트레스나 우울감 등 후유증이 (인근 주민들에게) 생겼다"며 "특히 어린 아이들이나 임산부, 노약자들은 더 큰 걱정에 사로잡혀 있다. 이 부분이 정신적 손해에 해당하기 때문에 위자료를 청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타이어 측은 "아직 소장을 받지 못한 단계라서 정확한 입장은 정리 중에 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12일 대전 대덕구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지하 1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다른 물류창고로 화재가 번지면서 불은 화재신고 시점으로부터 약 58시간이 지난 뒤에야 진화됐다. 연면적 8만6769㎡ 및 21만개의 타이어 제품이 연소하는 과정에서 인근 아파트 등에 유독성 매연과 가스가 확산됐다. 지난 6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 화재의 정확한 원인은 특정하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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