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후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쇼핑몰 선웨이 피라미드에서 만난 나 주라(Na Zura)씨는 한식을 처음 접하게 된 계기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이날 쇼핑몰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쿠알라룸푸르 지사가 진행하는 'K-Food 페어' 기업 대 소비자(B2C) 행사가 한창 이뤄지고 있었다.
행사장에서 만든 비빔밥을 시식하고 있던 그는 "비빔밥은 처음인데 평소 먹던 볶음밥과 비슷해 또 먹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조만간 떡볶이도 도전해 볼 예정”이라며 “평소 한국 드라마 등을 통해 한식에도 관심이 있었는데 우연히 쇼핑몰을 지나던 중 행사장에 들렀다. 덕분에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된 듯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익숙한 K팝이 흘러나오는 행사장은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품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쇼핑몰을 오가던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춘 채 한국산 라면과 음료, 과일 등 제품을 유심히 살펴본 뒤 직접 구매하기도 했다.
드라마로 김치를 접한 뒤 한식의 매력에 빠졌다는 파르하나(Farhana)씨는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에 등장한 김치를 처음 먹은 뒤로 한식을 자주 즐기는 편"이라며 "주변에도 K드라마나 K팝 등에 대한 애호가 한식 사랑으로 발전한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동남아·중동 공략에 유리…농축산물 수출 증가세
말레이시아는 국민의 60%가량이 이슬람 교도라는 종교적 특징과 동남아시아 중심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 국가다. 동남아와 무슬림이 많은 인도네시아·중동 등 할랄(무슬림 전용 먹거리) 시장 공략의 교두보로 삼을 만하다. 대(對)말레이시아 교역이 늘면서 농림축산물 수출도 증가하는 추세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말레이시아로의 수출은 2018년 1억1400만 달러에서 2022년 1억8000만 달러로 57.9% 증가했다.
현지 유통업체 역시 최근 K푸드의 인기를 체감 중이라로 전한다. 말레이시아 내 한국계 유통업체인 KMT그룹의 이마태오 회장은 "2002년 월드컵 이후 한국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높아졌다"며 "'겨울연가'와 '대장금' 인기로 한국 식품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고 최근에는 BTS나 손흥민 등을 통해 문화적 측면에서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식에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말레이시아는 코로나19로 인한 락다운을 했는데 당시 새로운 음식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한식 소비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팬데믹을 잘 극복한 이후 우리나라가 더욱 주목 받게 됐다. 특히 국내 콘텐츠의 역할이 한국 중소기업의 세계 진출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지 B2B 행사 성황…230만弗 MOU·계약 체결
K-Food 페어의 B2C 행사에 앞서 진행된 기업 간 거래(B2B)에서도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등 현지 구매기업 56곳과 국내 농식품 수출기업 30곳이 참석한 가운데 237건(2000만 달러)의 수출 상담이 이뤄졌다. 이 가운데 22건(230만 달러)은 업무협약이나 현장 계약 체결로 이어졌다.행사에 참여한 현지 유통업체도 K푸드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현지 신선 과일 수입·유통 업체인 CTG의 클로이 코아이(Chloe Koaay) 매니저는 "aT의 지원·판촉 사업에 힘입어 한국에서 매년 10~15%가량 수입 물량을 늘리고 있다"며 "회사에서도 공격적인 마케팅과 교육을 통해 판매 지원에 나서고 있다. 향후 한국에서 개발된 하트 모양 포도 등 새로운 품종을 말레이시아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도록 시도할 것"이라고 했다.
양주필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은 "이번 행사는 다양한 문화 행사와 한국 농식품 홍보·판매를 병행해 소비 분위기를 높였다"며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동방정책 추진 40주년을 계기로 K푸드가 양국 간 교류와 협력의 교두보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수출 지원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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