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임창수 서울시 물순환안전국장 "침수 징후 사전 포착, 피해 예방"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두일 선임기자
입력 2023-10-23 15:49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서울시 올여름 532mm 장맛비…비 피해 266건 중 인명피해 0건 성과

  • 게릴라성 호우·태풍 등 갈수록 심화…강화된 대책 구축

  • 사당역·한강로·길동에도 대심도 빗물터널 설치 검토 중

  • 반지하주택 거주 중증장애인 등 재해 약자 '동행 파트너 제도' 운영

임창수 서울시 물순환안전국장은 지난 1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게릴라성 호우 태풍 등 풍수해가 빈번해지고 있다며 지역별 특성에 맞게 대심도빗물배스터널 빗물 펌프장 하수관로 준설 작업 등 풍수해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서울시
임창수 서울시 물순환안전국장은 지난 19일 아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게릴라성 호우, 태풍 등 풍수해가 빈번해지고 있다"며 "지역별 특성에 맞게 대심도빗물배수터널, 빗물 펌프장, 하수관로 준설 작업 등 풍수해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서울시]

기상청은 세계기상기구(WMO) 2024년 달력 공모전에 국내 작품 2점이 선정됐다고 지난 5일 밝혔다. 선정된 작품의 이름은 ‘태풍의 흔적’과 ‘케이-버스’다. 이 달력의 4월과 1월에 각각 등장한다.
 
조은옥씨의 작품인 ‘태풍의 흔적’은 지난해 9월 6일 태풍 힌남노가 덮친 뒤 종잇장처럼 부서진 경북 경주의 해파랑길 도로와 거센 파도,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시민의 모습이 함께 담겼다. ‘케이-버스’는 지난해 8월 경기 광명에서 장마철 폭우를 뚫고 물에 잠긴 도로를 주행하는 버스를 담은 윤성진씨의 작품이다.
 
세계기상기구 달력 공모전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 변화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시작됐다. 그런 공모전에 대한민국의 자연 재난 사진 2장이 뽑혔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올여름 역시 전국적으로 장마 기간 역대 3위에 해당하는 집중호우가 내려 많은 인적, 물적 피해가 발생했다. 서울시 역시 평년보다 121%가 많은 장맛비(532㎜)가 내렸다. 시간당 강우량 30㎜가 넘는 비가 내리는 집중호우도 빈번했다. 과거 30년간 평균 4.1회였던 집중호우는 올해 11회 발생했다. 기후 변화가 이변이 아닌 일상이 되었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는 여름이었다.
 
임창수 서울시 물순환안전국장은 “게릴라성 호우, 태풍 등 갈수록 심화하는 여름철 풍수해에 대응하기 위해 서울시도 구조적, 비구조적 대책을 통해 한층 강화된 재해 대책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국장은 “서울시는 지역별 특성에 맞게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빗물펌프장 등을 확충하고 있다”며 "또 전국 최초로 도심지 침수 예·경보제를 운영해 시민들이 침수에 빠르게 대응하고 관계기관이 대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 국장을 만나 서울시가 이상 기후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다양한 대책과 구체적 성과 등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여름도 서울에 많은 비가 내렸다. 이로 인한 피해는 어느 정도였는지.
“올해 발생한 비 피해는 총 266건이었다. 그중 사유 시설은 261건, 하천 시설물 파손 5건이었다. 피해가 발생한 것은 아쉬우나, 지난해 2만76건의 피해가 있었던 것에 비하면 많이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큰 성과라 생각한다.”

-지난해와 올해 서울시 수해 대책이 어떤 점에서 달라졌다고 생각하나.
“지난해 수해 이후로 서울시는 상습 침수 피해 지역에 대한 근원적 해결을 위해 ‘이상폭우 수해 안전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도시의 방재목표, 수방 역량, 시스템 모두를 기후재난 대비 체제로 재편하는 큰 변화였다.”
 
-좀 더 자세히 말해 달라.
“풍수해 대책은 크게 구조적 대책과 비구조적 대책으로 나눌 수 있다. 구조적 대책의 대표적 사례로는 대심도 빗물배수터널이 있다. 대표적인 상습 침수구간인 강남역, 도림천, 광화문 인근은 침수가 잘되는 지형으로 배수 용량이 부족해 침수 피해가 컸다. 1단계로 위 3곳에 대심도 빗물터널을 추진 중이며 오는 2027년 우기에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완료했다. 현재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총사업비 타당성을 검토 중이다. 

1단계 빗물배수터널의 효과를 바탕으로 사당역, 한강로, 길동에도 대심도 빗물터널 설치를 검토 중이다.  이 밖에도 빗물펌프장과 빗물저류조도 신설하며, 하천 단면확장도 진행한다. 앞으로 10년간 총 3조5000억원을 투자해 방재 인프라를 순차적으로 개선할 것이다."
 
-비구조적 대책에는 무엇이 있나?
”비구조적 대책으로는 ‘침수 예·경보제’가 있다.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진행하는 제도로 강우량과 도로침수심을 활용해 침수 위험정보를 사전에 전파하고 대응할 수 있게 준비했다. 또 반지하주택에 거주하는 중증장애인 등 재해 약자를 위해 ‘동행 파트너 제도’를 운영한다. 중증장애인, 노인 등 재해약자 가구에 돌봄공무원, 통·반장, 이웃주민 등 가구당 5인 내외를 매칭해 침수 예·경보 때 재해약자가 신속히 대피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뿐만 아니다. 서울 시내 반지하 23만 가구를 전수조사해 물막이판과 같은 침수방지시설이 필요한 가구 중 설치에 동의한 가구는 내년 수해 기간 전까지 설치를 완료할 계획이다. 설치에 동의하지 않은 가구에도 침수방지시설의 필요성을 홍보하는 문자를 발송하고 직접 방문해 설치를 유도할 예정이다.”
 
-‘10㎝ 빗물 담기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10㎝ 빗물 담기 프로젝트’는 청계저수지, 공원 내 호수 연못, 사용중단 시설, 건물 옥상 등 가능한 저류 공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해 집중호우 때 빗물을 임시 저장해 도심지 저지대나 하천으로의 빗물 유입을 줄여주는 프로젝트다. 올해 4차례 호우 때 빗물 43만t을 임시 저류했는데 이는 지난해 강남역 일대를 침수시킨 유량 50만t의 약 80%다. 내년에도 우기 전까지 빗물을 담수할 수 있는 가용 용지를 최대한 확보할 계획이다.”
 
 -올해 시범 운영 중인 ‘침수예측 정보시스템’에 대해 소개해 달라.
"‘침수예측 정보시스템’은 기존 인력 중심의 수방 대응 활동을 과학적 예측기반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첫 프로젝트다. 기후 위기에 따른 강우 특성 변화로 재난관리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어 지금보다 빠르고 정확한 예·경보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에 시는 침수 위험징후를 빠르게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침수예측 정보시스템’을 개발했다. 서울시 하수관로, 빗물펌프장 등 시설물 정보와 실시간 강우 관측자료, 하천수위, 여러 조건의 예상 침수 시나리오 등을 활용해 미래 3시간까지 침수를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다.
올해 여름철 시스템을 시범 운영했다. 대규모 침수를 유발할 정도의 큰 비가 내리지 않아 검증에 한계는 있었으나 일부 국지성 호우가 발생한 동작, 영등포 지역에서 테스트한 결과 약 70%의 신뢰도를 보여줬다. 앞으로 정확도 개선과 시스템 안정화를 통해 실제 재난상황을 예측하고 시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시스템의 수준을 높이겠다.“
 
-호우 때 빗물이 빠져나가야 할 빗물받이가 쓰레기나 담배꽁초로 막혀 있어 제대로 배수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한 개선 방안은 있는가.
“빗물받이는 지속적인 청소에도 불구하고 쓰레기 무단 투기가 일반화돼 청소 후 2, 3일만 지나도 다시 쓰레기가 쌓이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시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빗물받이 준설공사를 시행하고 자체 인력을 활용해 청소, 순찰, 점검을 했다. 또 빗물받이 내 쓰레기 무단 투기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개선을 위해 서초구, 강남구, 관악구에 빗물받이 뚜껑 디자인 ‘옐로박스’를 시범 설치해 시민반응과 투기량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7~9월 집중호우 기간 동안에는 카카오페이 애플리케이션 푸시 알림을 통해 빗물받이 쓰레기 무단 투기 금지 등 풍수해 예방 행동 요령을 알렸다.”
 
-빗물받이 TF도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맞다. 빗물받이의 원활한 관리를 위해서는 서울시와 자치구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에 서울시 물순환안전국, 기후환경본부, 25개 자치구가 함께 빗물받이 유지관리 TF를 구성해 오는 11월까지 운영한다. TF는 지난달 20일 첫 회의를 열어 가을철 낙엽 발생 시기를 고려한 선제적 가을철 낙엽 대비 계획을 수립했다. TF를 통해 추진사항을 점검하고 모니터링 후 개선사항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내년에도 TF 추가 운영을 검토할 방침이다.”

-기후재난 시대에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재난피해 예방에는 지자체의 풍수해 대책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재난 상황 발생 때 재택근무 등을 활용해주시고 침수된 지역에서 보행 및 자동차 운전은 자제해주시길 부탁드린다. 또 동행파트너, 하천순찰대와 같이 시민들과 함께 운영하는 제도들이 있다. 많이 참여해주셔서 나 그리고 이웃을 지키는 데 동참해주시면 감사하겠다.”
 
 -기후재난이 일상화된 뉴노멀 시대다. 앞으로 서울시의 목표는.
“그동안 방재시설 확충 사업을 통해 서울의 수방 능력은 대폭 향상됐다. 그러나 아직 더 보완해야 할 점들이 남아 있다. 방재시설을 확충하고 개선하는 데에는 긴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대심도 터널, 하수관로 개선 등 방재시설에 대한 투자를 계속해 나갈 것이며, 이와 함께 과학적이고 정교화된 예·경보, 대피 통제 체계 도입,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방재 교육 등을 통해 앞으로 다가올 기후 위기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


<임창수 물순환안전국장>

△1977년 1월 4일 생
△고려대 토목환경공학과 학사
△도시계획국 도시재생추진반장
 △도시계획국 도시관리과장
 △도시재생실 광화문광장사업반장
 △안전총괄본부 도로계획과장
 △균형발전본부 균형발전기획관
 △도시기반시설본부 도시철도국장
 △물순환안전국장(현재)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