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중국 전기차 부동의 1위 비야디(比亚迪·BYD)가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프리미엄 시장은 자율주행차가 주를 이루고 있는 데다가 '비야디는 가성비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야디가 지난달 30일 밤 발표한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매출은 1621억5100만 위안(약 30조원), 순이익은 104억1300만 위안(약 1조93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38.5% 증가했고, 순이익은 무려 82.2% 급증했다. 판매 대수로 환산하면 1분에 6대씩 팔려나간 셈이다.
이처럼 급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야디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기간 프리미엄 모델인 텅스 시리즈를 비롯해 한과 탕 시리즈의 판매량이 모두 동기 대비 감소세를 나타냈다. 특히 7월 말 출시된 텅스M7의 경우 8월 1480대, 9월 1810대, 10월 1079대가 팔렸다. 당초 목표로 세웠던 월간 판매량 2만5000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판매가 부진하자 가격을 낮추지 않겠다고 공언한 지 한 달 만에 비야디는 텅스 시리즈의 가격을 2만2000위안 인하했으나 그 효과도 미미한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판매 부진으로 2년 안에 텅스N7 생산이 중단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비야디가 프리미엄 전기차 판매량에서 저조한 성적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자율주행 기술의 부재다. 위카이 호라이즌로보틱스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중국 시장에서 30만 위안(약 5460만원)이 넘는 모델 중 L2+급 이상의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모델이 80%가 넘는다”고 지적했다.
텅스N7와 동급 모델이지만 최근 출시 후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샤오펑의 원제M7의 경우에도 L2+급 자율주행 기술을 장착했다. 하지만 비야디는 자율주행 기술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 지난 3월 왕촨푸 비야디 회장이 “자율주행은 사기다”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소비자들이 가성비보다는 브랜드 가치를 더 중시하는 영향도 크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비야디는 가성비 브랜드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어 기능이 비슷하다고 하더라도 더 비싸게 느낀다는 것이다.
장샹 자동차 시장 애널리스트는 "동일 가격대에 모델과 비교했을 때 비야디 텅스 시리즈는 특별한 경쟁력이 없다"며 "브랜드 가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야디가 고전하고 있는 것과 다르게 중국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중국 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승연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30만 위안이 넘는 자동차 모델의 판매량은 약 131만대로 지난해 동기 대비 32% 증가했다.
한편 선전 증시에서 비야디 주가는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전날까지 3거래일 기준 하락 마감하며 5% 이상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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