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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권이 기업금융을 강화하고 나서면서 일선 현장에서 기업 영업을 책임지는 ‘RM(Relationship Manager)’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각 은행들은 RM을 늘리거나 역량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기업 영업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최근의 분위기 속에서 책임감과 무게감에 부담을 느끼는 RM도 적지 않다. 은행으로서는 RM 확대가 불가피해 이와 같은 상황이 향후 풀어야 할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주요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RM의 양적 확대와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은행들은 ‘영업기밀’이라며 구체적인 RM 규모를 공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RM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라는 점, 타행 대비 양적·질적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RM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양한 육성 프로그램도 늘리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일반 영업점 상담창구는 비대면으로 대체될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 일선 영업점은 개인 고객 중심의 프라이빗 뱅커(PB), 기업 고객 중심의 RM 등 두 업무를 중심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고금리 기조 속 기업대출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RM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지난 4월까지 전월 대비 감소세를 보인 반면 기업대출 잔액은 꾸준히 늘었다. 게다가 정부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규모를 관리하겠다고 나서면서 은행도 기업금융에 더욱 집중하는 분위기다.
주요 은행들이 RM 규모를 앞다퉈 확대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RM이 영업점 일선에서 기업 영업을 책임지는 만큼 부담감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RM 역할을 부지점장급에서 소화해 온 만큼 이를 확대하면 더 낮은 직급이 ‘실적 압박’을 마주하게 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근무하는 A씨는 “RM이 되고 싶다고 아무나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들이 영업 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도 “행원 입장에서 영업점 실적에 기여하는 것과 실적을 책임지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RM 확대를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업무 역량을 인정받고 싶은 사람과 워라밸을 추구하는 사람의 시각이 다르다는 것”이라며 “뜻이 있다면 빨리 RM이 되는 게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굳이 낮은 직급일 때부터 실적 압박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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