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방중은 지난해 양국 의회 수장이 합의한 '양국 의회 교류'의 첫 행보로, 한·중 관계 회복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해 국회를 방문했던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과 양국 의회의 교류를 강화하자는 데 뜻을 모은 바 있다.
13일 외교가와 정치권에 따르면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들은 14~18일 중국 측의 초청을 받아 시안, 상하이, 베이징을 차례로 방문한다. 시안의 삼성전자 공장을 둘러보고 상하이와 베이징에서 현지 진출 한국 기업들과 간담회를 통해 애로사항을 청취한다. 베이징에서는 전인대 측과 교류 행사를 하고 왕 위원과 회동도 예정됐다.
한·중의원연맹 회장인 홍영표 민주당 의원과 수석부회장인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을 필두로 양국 경제교류와 관련이 있는 소병훈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박정 환경노동위원장,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이재정 위원장과 김한정 야당 간사 등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도 동행할 전망이다.
이번 방중이 현재 꽉 막힌 한·중 관계 개선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앞서 지난 6월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내정간섭 논란’ 등으로 양국 관계의 갈등이 고조된 이후 눈에 띄는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 8일 방한한 블링컨 장관은 다음날 한·미 외교장관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북·러 군사 협력에 대해 "우리 양국이 매우 큰 우려를 가지고 있는 사항"이라며 중국 역할론을 꺼내들었다. 그는 "중국이 영향력을 발휘해 북한이 무책임하고 위험한 행동에서 발을 떼도록 건설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 또한 미국 캠프 데이비드 회동을 계기로 한·미·일 밀착 행보가 이어지면서 그나마 대화가 가능한 한국과의 관계 개선이 시급해졌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수의 외교 전문가들은 "한·미·일 공조 강화 속 중국도 상황이 급해졌고, 우리나라도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 견제를 위해 중국이 역할을 해주는 것이 필요해졌다"고 분석한다.
그 결과 지난 9월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총리의 회담, 시진핑 국가주석과 한덕수 국무총리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회담이 잇달아 열리면서 조금씩 한·중 간의 무거웠던 분위기가 풀리고 있는 기류다.
특히 윤 대통령이 오는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시 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약 1년 만의 회담이다.
다만, 짧은 일정의 다자회의 특성상 변수가 많아 APEC 기간 도중 회담 일정이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일단 중국 당국은 15일로 예정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의 미·중 정상회담에 최우선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 외교가의 평가다.
한‧중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16일 혹은 APEC 순방이 마무리되는 18일이 가장 유력하다.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은 양국 경제 및 인적 교류 활성화 방안과 함께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문제를 집중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이 탈북자 북송 문제를 제기하며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할 가능성도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