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둥이 리테일 부문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재무통’을 앉혔다. 실적 부진 속 사업 운영전략 전환을 꾀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15일 징둥은 홍콩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신리쥔(辛利軍·50) 징둥리테일 CEO가 물러나고 쉬란(许冉·49) 현 징둥그룹 CEO가 징둥리테일 CEO를 겸임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5월 징둥의 세 번째 CEO이자 최초의 여성 CEO로 임명된 쉬 CEO는 2018년 징둥에 합류해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그룹 재무 및 세무 부문 책임자를 역임하며 배달앱 다다, 중국 최대 물류 기업 더방 등과의 인수합병을 이끌었다.
쉬 CEO는 베이징대(북경대) 출신의 미국·중국 공인회계사로, 징둥 합류 전까진 글로벌 컨설팅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서 근무했다. 재무통인 쉬 CEO가 이끌어가는 징둥리테일은 비용절감 및 효율성 향상에 초점을 맞출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은 징둥이 경쟁사 간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인 광군제 이후 CEO를 교체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중국 양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와 징둥이 코로나19로 판매가 부진했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광군제 매출을 발표하지 않으면서 광군제 특수가 예년만 못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징둥의 실적 부진과도 무관하지 않다. 징둥이 이날 발표한 3분기 실적에 따르면 당기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사실 징둥의 실적 부진은 이미 주가에도 나타났다. 지난달 13일 홍콩 증시에서 징둥 주가는 11% 급락하며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앞서 실적 부진을 이유로 징둥의 투자등급을 잇달아 하향 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이번에 CEO를 교체한 징둥리테일은 징둥의 주력 사업이다. 징둥은 사업 부문을 징둥리테일과 징둥물류, 다다, 부동산 솔루션과 해외사업 등을 포함한 신사업 4개로 분류해 실적을 발표하는데, 3분기 징둥리테일 매출은 2120억 위안으로 지난해 동기 매출 2119억 위안에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징둥물류가 16.5%로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고, 다다와 신사업은 각각 5200만 위안, 1억4000만 위안의 손실을 나타냈다.
징둥뿐만 아니라 지난 10년간 중국 경제를 이끈 대표주자였던 전자상거래 기업들은 최근 경기 둔화와 소비 위축, 시장 경쟁 심화 등으로 성장세가 크게 둔화했다. 알리바바도 활로 모색을 위해 사업 부문을 6개로 나누는 분사 계획을 발표했으나, 이날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등의 여파로 클라우드 부문 분사와 슈퍼마켓 부문 허마셴성의 상장을 포기했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아이메이왕의 장이 창업자는 “(전자상거래 기업들의) 내리막은 이제 막 시작됐다”며 “기업들은 인력이나 사업 전략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CEO 교체 소식이 전해진 당일 홍콩 증시에서 징둥 주가는 6% 넘게 급등했고, 전날 역시 1.98% 뛴 108.00홍콩달러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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