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임시 휴전 종료 시점이 하루도 안 남은 가운데 휴전은 나흘뿐이라던 이스라엘이 휴전 연장에 긍정적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 국민들이 인질-수감자 맞교환을 적극 환영하면서, '시한부' 휴전 연장 여부에 국제 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6일(이하 현지시간) CNN, AP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날 외국인 4명과 이스라엘 인질 13명 등 17명을 석방했다. 이스라엘인 13명 중 9명은 17세 이하 미성년자, 나머지는 여성으로 알려졌다. 인질 석방의 대가로 이스라엘은 자국 교도소에 있던 팔레스타인 수감자 39명을 풀어줬다.
이날까지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수감자 78명과 인질 26명을 맞교환했다. 양측의 합의에 따라 수감자와 인질은 3대 1의 비율로 교환됐다. 이스라엘은 대부분 여성이나 미성년자 수감자를 풀어줬고 하마스도 여성이나 미성년자 인질을 석방했다. 다만 하마스가 석방한 외국인 인질 15명은 이와 별개로 진행됐다.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되면서 휴전 연장안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당초 합의대로면 오는 28일 오전 7시를 기해 휴전이 종료된다. 그러나 여론이 협상에 우호적으로 바뀌면서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인질이 탑승한 차량이 이스라엘에 도착하자 일부 국민들은 국기를 흔들며 환호성을 보냈고 언론도 이를 집중 조명했다. 이날 열린 이스라엘 정부에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집회 참석자 수는 10만명에 육박했다.
전의를 불태웠던 이스라엘 정부도 여론 앞에서 톤을 누그러뜨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추가 인질 석방을 위한 휴전 기간 연장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전쟁 내각도 하마스와 임시 휴전 연장 가능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CNN은 "휴전 연장 조건은 전과 다르지 않으며, 휴전 연장에 따라 하마스는 인질을 하루에 10명씩 추가 석방해야 한다"고 전했다.
하마스도 휴전 연장에 대해 긍정적인 기류를 보였다. 하마스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풀어주기 위한 노력을 하면 휴전 기간 연장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발표했다. 하마스는 "4일간의 휴전이 종료된 후 이를 연장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며 "인도주의적 휴전 합의문에 명시된 대로 석방 인원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휴전 중재에 힘을 쓴 카타르도 연장 가능성을 거론했다.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 겸 외교부 장관은 미국 CBS방송과 인터뷰에서 "그들(하마스)이 여성·어린이(인질)를 추가로 찾는다면 휴전이 연장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마스 외에도 가자지구 내 다른 무장 단체들이 인질들을 억류하고 있다는 게 카타르 정부의 분석이다. 알사니 총리는 휴전 연장 가능성을 묻는 말에 대해 "희망적"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미국도 휴전 연장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인질 추가 석방을 위해 임시 휴전을 연장하는 것이 나의 목표"라며 "나는 인질이 석방되는 한 휴전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이스라엘을 압박했다. 특히 내년 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은 친이스라엘 정책에 비판적인 미국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최근 CNN 등 미국 내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답변의 이유로 '이·팔 전쟁에서의 행보'를 꼽은 사람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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