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바닷가재 산업이 난관에 직면했다. 중국 수출이 막히면서다.
베트남 바닷가재 산업이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다른 악재를 마주한 가운데 대응 방향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베트남 농업농촌개발부는 2025년까지 바닷가재 수출액을 연간 2억 달러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국은 베트남 바닷가재 수출량의 98%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수출 시장이었다. 하지만 올해 중국이 돌연 베트남산 바닷가재 수입을 중지하고 나섰다. 그 이유는 바닷가재의 일종인 가시랍스터를 양식하는 과정에서 추적성 절차의 어려움이 있다는 것.
베트남 농산물가공품질개발국 레 바 아인(Le Ba Anh) 부국장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5월에 야생 동물 보호법을 개정하여 보호가 필요한 멸종 위기 야생 동물 목록에 있는 가시랍스터 등 종의 거래, 포획, 이용, 판매 금지 내용을 포함시켰다. 중국은 앞서 지난 2021년 2월에는 가시랍스터를 멸종 위기 그룹 2 목록에 포함하도록 규정했다. 그 결과 올해 베트남의 대 중국 바닷가재 수출은 크게 감소했다.
따라서 중국에 가시랍스터를 수출하려면 기업은 해당 바닷가재가 바다에서 직접 잡힌 것이 아니라는 점과 양식 과정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자연에서 잡은 것이 아닌 F2 세대, 즉 자연에서 잡힌 바닷가재의 새끼여야 한다.
이와 같은 중국의 수출 통제로 인해 바닷가재 가격이 급락했다. 올해 8월만 해도 킬로당 170만~180만동(약 9만1000~9만6000원)이었던 1등급 가시랍스터 가격은 현재 100만~110만동까지 떨어졌다.
바닷가재 가격 하락은 곧 바닷가재 양식 어가의 수입 감소로 이어졌다. 베트남에서 바닷가재 양식은 카인호아와 푸옌성, 두 곳에 집중되어 있다. 이 두 지역은 베트남의 "바닷가재 수도"로 알려져 있다.
푸옌성 호아쑤언남(Hoa Xuan Nam)면에서 총 50개의 바닷가재 양식장을 운영하고 있는 레 응우옌 꾸옥(Le Nguyen Quoc)씨는 올해 들어 약 10억동의 손실을 입었다.
가시랍스터의 양식 주기는 닭새우보다 6개월 이상 길며, 판매 가능 무게인 0.7~1㎏에 도달할 때까지 14개월이 걸린다.
카인화성 번퐁(Van Phong) 양식 및 관광 협동조합 보 반 타이(Vo Van Thai) 조합장은 협동조합에 32명의 협동조합원이 있으며 수출할 수 없어 적체된 바닷가재가 약 100톤 가까이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협동조합원들은 투자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냐짱(Nha Trang)에서 바닷가재 양식장을 운영하는 응우옌 티 아인 꾸옌(Nguyen Thi Anh Quyen)씨도 "바닷가재 양식업자들이 오늘처럼 비극적인 상황에 직면한 적은 없었으며, 분명히 우리는 바닷가재를 키우는 것이지 잡는 것이 아닌데, 왜 지금은 수출이 안되는 것이냐”며 막대한 손실과 파산 위기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물론 중국으로의 수출 시장이 막히면서 다른 수출 시장 모색 및 베트남 내 소비 촉진 같은 대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단기간 내 타격을 만회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일을 통해 드러난 베트남 바닷가재 산업의 주요 문제점은 종자 공급 문제이다. 지금까지 베트남은 종자 육성 및 공급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가운데 바닷가재 종자를 거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수입해왔다.
종자 수입은 바닷가재의 위생 관리 및 수입 비용 문제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어민들의 부담으로 직결된다.
카인화성 깜라인시 경제실의 후인 반 흥(Huynh Van Hung) 부실장은 지역 내 바닷가재 양식장들은 지금까지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종자를 공급하지 않은 이유로 모든 종들을 수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인화성 농업농촌개발청에 따르면 현재 바닷가재 품종은 주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수입되는데, 해마다 품종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수입 바닷가재 품종의 양이 증가하고 있다.
2022년 카인호아에 수입되는 바닷가재 품종의 수는 약 8300마리로 전년보다 늘어났다. 또한 2023년 첫 9개월 동안 카인호아로 수입된 바닷가재 품종의 수는 5900만 마리로, 이 추세대로라면 작년 수입량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 주 수입품종은 닭새우와 가시랍스터이다.
바닷가재는 개방된 환경에서 양식되기 때문에 환경이나 자연먹이 등으로부터의 병균 방제가 어렵고, 종자가 주로 해외에서 수입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질병에 많이 시달리고 있다. 바닷가재 양식업자에 따르면 표면적이 약 10제곱미터인 양식 상자 안에는 150마리 이상의 바닷가재가 들어 있다. 그러나 양식 과정에서 손실률이 매우 높아 양식업자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히고 있다.
다년간 바닷가재를 양식해 온 송꺼우면 응우옌 반 빈(Nguyen Van Binh)씨는 현재 바닷가재 양식의 위험률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양식장 안에서 바닷가재가 죽는 비율은 30~50%이며, 질병으로 인해 전체 폐사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종자 수출국에서 베트남으로 보관 및 운송하는 과정에서 바닷가재의 상태가 상당히 안 좋아지며, 양식장에서 생존율도 감소한다.
종자가 부족할 경우 종자 가격이 상승하여 어민의 생산 비용이 증가한다. 종자를 구입할 수 없는 경우 가두리 양식을 계속 유지하려는 바닷가재 양식업자는 해양 어류 및 연체동물 등과 같은 다른 종을 양식하는 것으로 전환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베트남 바닷가재 산업의 공급망이 완비되지 않은 것도 주요 문제점 중 하나이다.
현재 베트남 바닷가재 산업은 대부분 소규모 양식 모델에 의존하고 있고, 상품 가치 사슬과 체계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시장 변동에 직면했을 때 안정성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어민들은 주로 전통적인 방식으로 바닷가재를 양식하고 있다 보니 기술,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양식지 이력추적코드 시스템 문제이다. 바닷가재와 같은 수산물을 수출할 때 안전성을 판별 및 확보하기 위해 수출품의 이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이다.
중국이 베트남산 바닷가재 수입을 금지한 것도 바로 이 이력 추적 문제와 관련이 있다. 그러므로 바닷가재의 수출 시장 확대 및 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양식지 이력추적코드를 구축해 원산지를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카인화성 농업농촌개발청의 응우옌 주이 꽝 청장은 바닷가재 양식업자들이 소비 시장에 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수집함과 더불어 제품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원산지 추적성에 대한 수입국의 규정 및 요구 사항을 준수할 것을 당부했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는 어민들이 안전한 바닷가재 상품 체인에 참여하도록 장려해 원산지 추적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푸옌성 등 베트남 내 주요 바닷가재 생산 지역은 우선 한국을 비롯한 다른 수출 시장을 모색하는 동시에 품질 향상에 주안점을 두고 현재 위기에 대처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송꺼우면 인민위원회 럼 주이 중(Lam Duy Dung) 부위원장은 지역이 가치 사슬을 완성하기 위해 농업농촌개발부 수산국 및 유관 기관과 협력하고 있으며, 전문 기관에서는 바닷가재 양식업자에게 종자 선택과 안전한 양식 절차에 대해 교육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후 양식장 이력추적코드를 만들고, 수출용 코드를 개발해 바닷가재 제품의 가치를 높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푸옌성 수산지국 레 티 항 응아 부지국장은 수출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바닷가재 수출 기업들이 국제 박람회에 참석하여 제품을 홍보하고 전 세계 시장을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기업들이 더욱 다양한 바닷가재 제품을 가공하기 위해 제휴 파트너를 물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닷가재는 활어뿐 아니라 냉동 제품으로도 수출할 수 있어 시장 수요 충족을 위해 상품의 다양화를 이룰 필요가 있다는 것도 설명했다.
현재 베트남 수산경제계획연구소(VIFEP)는 ‘바닷가재 생산 및 소비 연계 구축’ 프로젝트 실행을 기반으로 바닷가재 생산 및 연계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결국 현재 베트남 바닷가재 양식 모델은 여전히 영세적이며 상품 가치 사슬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지 않아 지속 성장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베트남 바닷가재 산업의 많은 과제들이 드러난 상황에서 무엇보다도 가치 사슬을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평가이다.
따라서 베트남 바닷가재 산업이 중국의 수입 통제 등을 비롯해 여러 어려움에 처한 가운데, 이를 기회로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경쟁력 개선 및 시장 안정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