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에서는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기업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2년 추가 유예 추진을 놓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찬성 측은 아직 소규모 사업장 특성을 반영한 수사 지침이 없어 소규모일수록 사업주 책임만 커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만큼 유예 연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이미 2년간 유예 기간을 뒀음에도 대응 여력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한 건 정부 책임이라는 주장이다.
반대 측, "2년 유예 동안 못했으면 책임져야"
법조계에서는 유예기간 동안 정부가 대응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며 시행 의지에 의문을 품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년간 대응 여력을 마련하기보다 중대재해처벌법 유예기간 연장 논의에만 집중한 정부와 이를 법 시행 유예 신호로 받아들이고 대응책 마련에 힘쓰지 않은 사업장 양측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이용우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는 "유예기간을 줬으면 그 기간 안에 해야 할 책무와 의무가 있는데 그런 부분들을 방기하고 다시 또 2년을 유예해 달라는 셈"이라며 "중소 사업장에 미흡한 부분들이 있다 하더라도 더 이상 유예가 능사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소규모 사업장에 중대재해가 빈번하다는 점이다. '산업재해 예방'이라는 정책 목표가 가장 필요한 곳이 정작 시행대상에서 벗어났다는 얘기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로 숨진 644명(611건) 중 60.2%인 388명(381건)은 50인 미만 사업장 소속이었다. 올해 상반기 집계도 산업재해로 숨진 사망자 가운데 62%인 179명이 50인 미만 사업장 소속이었다.
권영국 변호사(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는 "2년을 유예하고 또다시 유예한다는 것은 산업 현장에서 사람이 죽는 것에 대해서 계속적으로 유예하겠다는 정책을 펴겠다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이어 "인간의 생명이나 안전을 규모에 따라서 이게 차별하는 게 맞는 것인가"라며 "(사업장이) 작으면 사람이 죽어도 괜찮고 규모가 일정 부분 이상 되면 사람이 덜 죽어야 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인간의 목숨을 이렇게 규모에 따라서 차별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반인권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찬성 측, "형평에 맞는 수사 기준 없어 유예 기간 더 필요"
그러나 소규모 사업장의 대응 여력이 부족한 상태로 시행부터 했다가 산업재해 예방이 아닌 범죄자만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과 규모를 고려해' 처벌하도록 규정하지만, 아직 수사기관 실무상 사업장 규모별 차등을 두는 지침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대기업과 영세한 사업장의 인력·비용 차이가 수사기관이 사업주에게 묻은 책임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박찬근 변호사(법무법인 화우)는 "아직 그 규모와 특성을 고려한 수사기관의 지침이 전혀 없고 획일적인 기준밖에 없다"며 "그 잣대를 작은 회사에 적용을 하면 작은 회사로서는 그냥 처벌을 더 받을 수밖에 없고 위반 사항이 훨씬 더 많이 적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소규모 사업장은 대기업 만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상황에 만전을 기할 수 없고, 인력 대부분이 현장 실무자이기 때문에 안전 책임자나 관리자를 따로 분리할 여력도 마땅치 않다는 설명이다. 특히 대기업은 각 사업장별로 책임자를 둘 수 있지만, 소규모 사업장은 여러 현장을 한 책임자가 맡고 있는 경우가 많아 위험 부담이 더 높아진다. 한 사람이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 책임자이면서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관리 책임자로 특정되고, 산업재해 발생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까지 받게 될 수 있다.
일각에선 사업장 특성에 맞는 수사 지침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추가적인 유예 적용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강세영 변호사(법무법인 광장)는 "사례가 2년 정도 쌓이면 법원도 대기업과 5~10명 있는 기업을 똑같은 수준으로 조치를 하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형평에 맞도록 해야 되는데 그런 내용들이 아직 없어 현장에서 소규모 기업들은 대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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