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이 현실로 다가왔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발해 100개 병원 전공의 6000여명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이들 중 25%는 의료 현장을 떠났다.
정부가 앞서 업무개시명령과 면허 박탈까지 공언하며 초강수를 뒀으나 전공의들이 잇따라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집단 사직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보건복지부는 2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을 열고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한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체 전공의 1만3000명 중 약 95%가 근무하는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19일 오후 11시 기준 전공의 64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는 소속 병원 기준 55%에 달하는 수치다. 사직서 제출자 중 25% 수준인 1630명은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복지부가 현장점검한 결과도 공개됐다. 19일 오후 10시 기준 10개 수련병원 전공의 1091명이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이 중 757명이 출근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미 업무개시명령을 한 29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728명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한 상태”라며 “근무지 이탈은 세브란스병원, 성모병원 등이 상대적으로 많았으며 나머지는 이탈자가 없거나 소수인 곳이 대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빅5’ 등 서울 시내 대형 병원뿐만 아니라 전국 대다수 병원에서 전공의 집단 사직과 현장 이탈이 이어지면서 현장은 큰 혼란을 겪는 모습이다. 수술과 입원 연기 등 의료 공백에 따른 환자 피해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를 통해 접수한 국민 피해 사례는 개소 첫날인 전날 오후 6시 기준 34건이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수술 취소 25건, 진료예약 취소 4건, 진료 거절 3건, 입원 지연 2건 등이다.
정부는 이러한 피해 사례를 검토해 환자 치료에 공백이 없도록 신속히 지원하고, 필요하다면 소송에 대한 지원도 하겠다는 방침이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집단행동으로 인해 초래될 상황을 알면서도 정책에 반대하기 위해 환자 곁을 떠나는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전공의들은 환자와 그 가족들을 불안하게 하는 집단 사직과 휴진을 조속히 철회하고 환자 곁을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의대 2000명 정원 증원’에 대해서는 강력한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진행한 국무회의에서 “일각에서는 2000명 증원이 과도하다며 음모론까지 제기하고 있지만 이 숫자도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최소한의 확충 규모”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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