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협상을 재개해 각 당사자, 특히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해결하고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추진하는 것이 근본 해법이다."
‘중국 외교사령탑’인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한반도 정세 긴장 국면과 관련해 이같이 말하며 대화와 협상 재개를 촉구했다.
7일 오전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입장을 묻는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 답하면서다. 중국은 지난해에는 양회(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외교부장 기자회견에서 한국 기자의 질문을 받지 않았다.
"한반도 문제 해결...北 안보 우려부터 해결해야"
왕 주임은 한반도 문제가 수년간 지연돼 온 이유는 “냉전의 잔재가 남아 있고, 평화 체제가 확립되지 않았으며, 안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왕 주임은 “한반도 정세가 날로 긴장되는 것은 중국이 원치 않는 일"이라며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했다. 그는 "누군가 한반도 문제를 핑계로 냉전 대립 시대로 역주행하려 한다면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며 "누군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파괴한다면 엄청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왕 주임은 “중국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일관적”이라며 한반도 지역의 평화 안정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위협과 압박을 중단하고 번갈아 고조되는 대립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는 게 급선무라고도 했다.
美에 경고 "中 압박 몰두하면 스스로 해칠 것"
왕 주임은 이날 미국을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는 "지난해 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정상 회담 이후 미·중 관계는 약간의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하면서도 미국의 중국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꼬집었다.특히 "대중국 압박 수단이 계속 새로워지고, 일방적인 제재가 계속 연장되고 있다”며 "미국이 죄를 뒤집어씌우려는 행위(欲加之罪)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고 꼬집었다.
왕 주임은 "미국이 항상 말과 행동이 다르면 강대국의 신용은 어디에 있냐", "미국이 '중국'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긴장한다면 강대국의 자신감은 어디에 있냐", "미국이 자신만 발전하고 다른 나라의 정당한 발전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국제사회 공리는 어디에 있냐", "미국이 가치사슬의 상부를 차지하고 중국만 하부에 머물게 한다면 공정한 경쟁은 어디에 있냐"고 반문하며 강력히 힐난했다. 그러면서 미국을 향해 "중국을 압박하는 데만 몰두한다면 결국엔 스스로를 해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왕 주임은 동시에 올해 미·중 수교 45주년이라며 "미국과 대화와 소통·교류를 강화하면 불필요한 오해와 편견을 해소할 수 있다"며 "서로 다른 강대국이 상호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도 말했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 왕 주임은 '하나의 중국' 원칙은 국제사회의 일반적인 공식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제사회가 조만간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는 '가족사진'을 볼 수 있을 것이며 이는 단순한 시간 문제라고 했다.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지 않는 대만 독립 성향의 민진당 정권이 대만을 집권한 지난 8년간 총 10개국과 단교를 겪었는데, 민진당 집권 연장 후 기존의 노선을 고집한다면 향후 더 많은 국가가 대만과 단교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왕 주임은 "대만 내에서 ‘대만 독립’을 시도하면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며, 국제적으로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것을 용인한다면 반드시 화를 자초하고 쓴맛을 볼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1시간 32분 기자회견서 21개 질문··· 韓은 16번째
이날 기자회견에서 왕 주임은 미·중 관계, 대만 문제 외에도 중·러 관계, 중동 정책, 일대일로, 중국 경제, 인공지능(AI) 등을 포함해 총 21개의 내외신 기자의 질문에 답했으며, 이 중 절반은 외신 기자로 채워졌다. 중국 외교부장의 기자회견은 매년 전인대 개최 기간 중 정례적으로 이뤄지는 행사로, 중국 외교기조를 대내외에 알리는 의미가 있다. 지난해에는 친강 전 외교부장이 기자회견을 했으나, 그가 각종 불륜설, 간첩설 등 의혹으로 낙마하면서 중앙정치국원인 왕이 주임이 지난해 7월 말부터 외교부장을 '겸임'하고 있다. 2013년부터 약 10년간 외교부장을 역임한 왕 주임은 현재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을 맡고 있는 외교통이다.
하지만 당중앙 정치국원인 왕 주임이 체계상 하급자인 외교부장직까지 겸직하는 상황에 대해 '임시방편'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따라 중국이 이번 양회를 계기로 후임 외교부장을 인선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렸다. 중화권·서방 매체들이 꼽는 유력한 외교부장 후보는 류젠차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다. 다만 일각에선 외교부장 교체가 이번 양회를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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