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는 13일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단통법 시행령 개정에 따른 고시 제정안과 일부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달 21일에 열린 전체회의에서 단통법 시행령을 개정해 통신사가 이용자 간 차등적인 지원금을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고시 제·개정은 그 후속 조치 성격이다.
고시를 통해 이통사는 위약금, 심(SIM) 카드 발급 비용과 장기가입혜택 상실비용 등을 최대 50만원 이내에서 전환지원금으로 지급할 수 있다. 즉 번호이동을 할 때 발생하는 이용자 부담 비용을 지원하는 성격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환지원금은 각 이용자별로 다르게 산정되며 세부적인 전환지원금 산정 기준은 이통사의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또 기존 화요일·금요일 주 2회였던 이통사의 공시지원금 정보 변경 주기를 매일 1회로 조정했다. 이 역시 이통사의 지원금 촉진을 유도하는 조치다. 두 고시 모두 오는 14일 관보에 게시되는 즉시 효력을 발휘한다.
이를 감안하면 만일 번호이동을 하고 갤럭시S24를 구매할 경우 최대 115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지원받을 수 있는 셈이다. 갤럭시S24 기본형(256GB 모델)의 출고가가 115만5000원이기 때문에 사실상 '공짜폰'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김홍일 방통위원장은 전체회의에서 "단통법 시행령에 있는 사업자가 자율적 경쟁을 활성화해, 실질적으로 국민들의 단말기 구입 부담을 줄일 수 있게 사업자 자율성을 보다 강화하고 지원금 경쟁 활성화를 위한 세부 기준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시행령·고시 제·개정은 사실상 단통법 폐지를 앞둔 과도기 단계라는 것이 방통위의 설명이다. 이미 정부 차원에서 단통법 폐지를 수차례 천명한 상황에서, 단통법 폐지 전 이통사의 마케팅 자율성 확대를 통한 경쟁 촉진을 하겠다는 의도라는 뜻이다.
다만 정부의 의도대로 이러한 조치가 실질적인 경쟁 활성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당장 이통사들이 적극적인 지원금 투입에 대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내며 눈치를 보는 모양새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1인당 수십만원을 더 투입하게 된다면 재무적으로도 상당한 부담"이라며 "더욱이 단통법 시행 이전과 비교해 현재는 이통사들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각각의 점유율을 늘려야 할 유인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로서는 정책 목적 달성을 위해 이통사들의 협조가 필수적인 만큼 지속적으로 이통사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할 방침이다. 오는 22일 김홍일 방통위원장이 이통 3사 최고경영자(CEO)와 갖게 되는 간담회에서도 단통법 시행령·고시 개정 관련 이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도 관건이다. 알뜰폰 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알뜰폰협회)와 소비자 단체인 서울YMCA는 이번 고시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방통위에 제시했다. 알뜰폰협회는 이통3사 간 경쟁 심화로 자칫 알뜰폰 사업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하며 전환지원금 상한을 낮추고 알뜰폰 업계의 의견을 더욱 철저히 수렴할 것을 요구했다. 서울YMCA는 자칫 번호이동 시장이 과열돼 잦은 단말기 교체로 인해 오히려 가계통신비가 증가하고, 계속 기기변경을 하는 장기가입자와의 차별을 확대하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이들의 우려 사항을 해소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원안 그대로 안건을 통과시켰다. 알뜰폰 업계의 우려에 대해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알뜰폰협회 등과 함께 알뜰폰 사업자가 경쟁력을 갖춰 시장에서 건전하게 성장하는 지원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했다. 김경만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관은 "알뜰폰 도매대가(망 사용료) 인하 방안 등을 고려할 계획"이라며 "이와 함께 알뜰폰이 대형화된다면 통신 시장에 자체 요금제를 설계하는 등의 방식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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