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참석 등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가운데 국내 매체와 만나 "미국 정부가 곧 한국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3월 말에는 발표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조금을) 받을 것은 분명한데 그 규모는 두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상무부는 현재 반도체지원법(CSA)에 따라 미국 기업인 글로벌파운드리·마이크로칩테크놀러지, 영국 기업인 BAE시스템즈 등에 대해서만 보조금 지급 규모를 확정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에 신규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170억 달러(약 22조3000억원)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미국 상무부에 관련 보조금을 신청했다.
하지만 현재 미국 애리조나주에 신규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인텔이 100억 달러(약 13조1000억원) 이상, TSMC가 50억 달러(약 6조5000억원) 이상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알려진 데 이어 보조금 재원 한계로 삼성전자가 받는 보조금 규모가 수십억 달러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와 한국 정부와 반도체 업계가 우려를 해왔다.
실제로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은 첨단 반도체 생산 기업에 지원하려는 총 보조금 규모는 약 280억 달러인데 반해 기업들이 요청한 지급 규모는 700억 달러를 넘겼다고 말한 바 있다.
정 본부장은 "지원 규모는 미국 측이 정해놓은 가이드라인이 있고, 그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 기업에 대한 불이익 여부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정한 가이드라인은 반도체 설비투자액의 5~15% 수준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한국·대만 등에 흩어져 있는 첨단 반도체 생산설비(파운드리)를 미국 본토로 가져오기 위해 지난 2022년 8월 반도체 지원법을 제정하고 생산 설비 보조금과 연구개발 지원금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 규모는 개별 기업의 미국 투자 규모와 협의에 따라 결정한다.
지원금 규모가 예상보다 줄어든다고 해서 당장 삼성전자의 3㎚(나노미터) 미만 차세대 공정 구축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자국 기업 우선 정책을 확인하고, 이에 따른 막대한 보조금을 업고 미국 반도체 기업이 삼성전자가 TSMC와 경쟁하며 파운드리 업계에서 쌓아온 입지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인텔은 지난해부터 시스템 반도체에 주력하던 기존 사업에서 벗어나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해 삼성전자·TSMC 등과 경쟁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이어 지난 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인텔 파운드리 포럼'에서 2025년 1.8㎚ 상용화를 포함해 3㎚, 1.4㎚ 공정을 차례대로 상용화하며 삼성전자·TSMC보다 1㎚대 초미세 공정에 우선 진입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여기에 3D 첨단 패키징 설계를 위한 'TSV(Through Silicon Via) 기술'을 발표하며 반도체 패키징 업계를 선도하는 삼성전자·TSMC에 도전장까지 냈다.
인텔의 이러한 공격적인 투자 배경에는 반도체 설계·생산에 관한 모든 설비를 미국 본토로 끌어들이겠다는 미국 정부의 야심이 있다. 실제로 러몬도 장관은 인텔 파운드리 포럼에 연사로 참석해 "이제 반도체를 다시 미국으로 가져올 때다"며 "세계 반도체 시장을 (미국 기업이) 주도하기 위해 추가적인 반도체 지원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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