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중국산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국내 업체들이 반사 이익을 볼 가능성이 커졌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기존 삼원계(NCM·NCA)뿐 아니라 중국산을 대체할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투자·양산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30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캐즘(일시적 수요적체)에서 벗어나고 있는 전기차 시장은 기존 삼원계를 중심으로 공략하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충 등으로 북미 수요가 급증하는 ESS 시장은 LFP로 대응한다는 게 국내 배터리 3사의 전략이다.
LFP는 그동안 CATL, BYD(핀드림스) 등 중국 업체가 주도했으나 미국이 중국산 ESS 배터리 관세율을 상향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중국산 ESS 배터리에 부과하는 관세는 10.9%였으나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40.9%까지 올렸다. 내년에는 미국 무역법 301조에 따라 누적 관세율이 58.4%에 달할 전망이다. 중국산 LFP 배터리 셀의 미국 내 가격은 지난해 73달러에서 2026년 87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많은 미국 기업이 현지 생산거점을 구축해 관세로부터 자유로운 한국산 LFP로 눈을 돌리고 있다. 수요에 가장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6월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에서 ESS용 파우치형 LFP 배터리 양산에 착수했다. 글로벌 주요 배터리 업체 중 미국 현지에서 LFP 배터리 양산을 시작한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 유일하다. 해당 LFP 배터리는 테슬라뿐만 아니라 테라젠, 델타 등 미국 주요 기업에 공급을 확정했다.
여기에 GM과 함께 만든 미국 자회사 얼티엄셀즈의 테네시주 스프링힐 공장을 개편해 2027년 말부터 전기차용 LFP 배터리도 양산할 방침이다. 중국 배터리 업체의 저가 LFP 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된다.
삼성SDI는 여전히 삼원계를 중심으로 ESS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최근 8곳의 컨소시엄을 사업자로 선정한 국내 제1차 ESS 중앙계약시장 경쟁입찰에서 6곳의 컨소시엄에 자사 삼원계(원형 NCA) 배터리를 공급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다만 ESS 시장 급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LFP 생산을 시작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SK온도 북미 ESS 시장을 겨냥한 LFP 사업에 속도를 내며 연말까지 성과물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이석희 SK온 대표는 지난 1분기 SK이노베이션 정기주총에서 "ESS 시장은 현재 LFP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며 "(SK온이) 기술 경쟁력을 갖춘 파우치형 LFP로 시장에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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