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동부 해역에서 3일 25년 만의 가장 강력한 규모 7.2 지진이 발생해 현지 반도체 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대형기술기업)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인공지능(AI)칩 공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대만에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 UMC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이 위치해 있다. 대만 반도체 업체에서 생산하는 칩은 애플 아이폰을 비롯한 전 세계 소비전자 제품의 약 80%에 탑재되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거대기술기업)에 첨단 반도체를 공급해 온 TSMC 생산 능력에 불확실성이 커졌다.
TSMC 본사와 연구개발 기지를 비롯해 대형 반도체 공장 7곳이 몰려있는 대만 반도체 허브인 신주에서 지진이 발생한 화롄 지역까지는 직선거리로 약 120㎞에 불과하다. 이날 지진 발생 직후 대만 증시에서 TSMC 주가는 장중 한때 1.5% 급락하기도 했다.
3일 대만 연합보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진 발생 직후 TSMC 측은 성명을 발표해 "내부 매뉴얼에 따라 특정 지역 직원을 긴급 대피시키고 공장 구역에서 철수시켰다"며 "회사 안전 시스템은 정상 운영 중"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이번 지진의 영향에 대한 내용을 파악 중"이라며 구체적인 피해 상황은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인베스팅닷컴은 TSMC 반도체 공장 일부 석영 튜브가 파열되고 웨이퍼가 부분 손상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부 설비는 지진으로 인해 미세한 오차가 발생했을 것을 우려해 가동을 멈추고 재점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진으로 인해 식각 등 제조 과정에서 미세한 오차가 발생할 경우 웨이퍼 전체가 파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더 복잡한 회로 설계와 높은 정확도를 요구하는 최첨단 AI칩의 경우 단기 생산량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 경제매체 진룽제는 TSMC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지진으로 인해 TSMC 생산 가동이 6시간 이내로 멈출 경우 TSMC 2분기 매출이 약 6000만 달러, 순이익이 0.5%포인트 정도 영향받을 것으로 추정했다.
TSMC는 4일부터 나흘간 이어지는 청명절 연휴를 활용해 이날 중단된 작업량을 채운다는 계획이다. TSMC 장비 공급업체 관계자는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청명절 연휴 기간 직원을 추가로 파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TSMC가 일부 장비를 재점검하고 수리하고 성능 테스트까지 하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 만큼 향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TSMC는 세계 최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 엔비디아와 긴밀한 협력 관계다. 최근 글로벌 AI칩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엔비디아 GPU 생산이 지연돼 가격이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함께 대만 2위의 파운드리업체인 유나이티드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UMC)는 신주과학단지와 타이난(臺南)에 있는 일부 공장의 가동을 멈췄으며, 직원들도 대피시켰다.블룸버그는 TSMC와 UMC, 세계 최대 반도체 후공정업체인 ASE 테크놀로지 홀딩스 등 대만 반도체기업의 생산시설들이 지진에 취약한 지역에 입주해 있으며, 정밀하게 만들어진 이들 기업의 반도체 장비는 지진으로 인한 단 한 번의 진동으로도 전체 가동이 중단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대만 중앙기상국에 따르면 3일 오전 7시 58분 대만 화롄현 해역에서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했다. 진원의 깊이는 약 20㎞이고, 지진이 발생한 해역은 대만 동부 인구 35만의 도시 화롄에서 약 7㎞ 떨어진 곳이다. 이날 정오까지 최소 4명이 사망하고 97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건물 30여채가 붕괴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 당국은 이번 지진이 1999년 2000명 이상 사망자를 낸 규모 7.6의 '921 지진' 이후 가장 강력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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