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투표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4·10 총선 사전투표율이 31.28%로 역대 총선 중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정치권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이번 결과는 사전투표 제도가 도입된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이후 치러진 선거(재·보궐선거 제외)에서 지난 대선(36.93%)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사전투표율이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높은 사전투표율을 두고 '아전인수'격 분석을 내놨다. 국민의힘은 "사전투표 독려로 보수가 집결했기 때문"으로 분석한 반면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정권심판을 바라는 민심이 집결했다"고 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국민들은 이미 사전투표를 통해 민주당의 후안무치함을 심판하셨을 것이다. 본 투표일에도 다시 준엄한 심판을 내려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반면 김민석 민주당 선대위 총선상황실장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견제와 심판 쪽이 높은 것이다. 그것이 현재의 투표율을 견인하고 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그간 정치권에서는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진보 정당에 유리하다는 통념이 있어왔다. 실제로 지난 2020년 치러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의 사전투표율은 26.69%로 사전투표제도 도입 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는데, 당시 진보 진영이 가져간 총 의석수는 192석으로 보수 진영(미래통합당, 미래한국당)이 가져간 103석보다 89석 많았다(무소속 5석 제외).
지난 대선에서도 높은 사전투표율은 진보 진영에 유리하게 작용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0.73%포인트(p) 차이라는 헌정사상 최소 득표차를 거뒀던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의 사전투표율은 36.93%이다. 당시 이 수치는 모든 선거를 통틀어 '역대급' 사전투표율로 기록된다.
결과적으로 보수 정당 소속인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48.56% 득표로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진보 진영에 포함되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47.83%)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득표율(2.37%)을 합산하면 진보 지지층이 더 결집됐다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이번 사전투표에서도 진보 진영 지지세가 강한 지역의 사전투표율이 높았다. 특히 호남(전남·전북·광주) 지역의 사전투표율은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전남 지역 사전투표율은 41.19%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전북의 사전투표율은 38.46%. 광주광역시의 사전투표율은 38%로 각각 기록됐다.
4년 전 총선에서도 전남·전북·광주 지역 사전투표율은 각각 35.77%, 34.75%, 32.18%로 당시 사전투표율이었던 26.69%보다 높았다. 지난 대선에서도 전남·전북·광주 지역의 사전투표율은 각각 51.45%, 48.63%, 48.27%였다.
총선의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도 4년 전 총선과 비교해 모두 사전투표율이 상승했다. 서울 지역은 27.29%에서 32.63%로 올랐고, 경기(23.88%->29.54%)와 인천(24.73%->30.06%)에서도 5% 포인트 이상 늘었다.
서울에서 특히 진보 진영 지지세가 강한 은평·강동·강서·도봉·동대문중·중랑 등에서 높은 사전투표율을 보였다. 이 지역의 사전투표율은 각각 △은평구 33.35% △강동구 33.80% △강서구 32.95% △도봉구 33.93% △동대문구 31.91 △중랑구 32.01% 등이다. 동대문구와 중랑구를 제외하면 모두 서울 전체 지역의 평균 사전투표율보다 높다.
민주당이 '압승'을 거두며 180석을 가져갔던 2020년 총선에서 은평구의 사전투표율은 27.53%였고 강동구 27.01%, 강서 26.86%, 도봉 25.95%, 동대문구 25.49%, 중랑구 25.44% 순이었다. 해당 지역은 현재 민주당이 현역 의석을 갖고 있는 곳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이나 한국에서 사전투표를 애용하는 유권자층은 민주당 지지 성향이 많다"며 "예를 들어 소상공인, 학생 등이 사전투표를 많이 이용하는데 이 유권자층이 대부분 민주당 유권자층과 비슷하다"고 봤다.
다만 대구와 경북 등 과거 사전투표율이 낮았던 지역에서도 이번에는 사전투표율이 올라 통념이 그대로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여권에서는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사전투표에 대한 불신이 옅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 등 여당 지도부가 유세에서 사전투표를 독려했던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이번 총선의 대구 지역 사전투표율은 25.60%, 경북 30.75%로 지난 총선의 사전투표율이었던 △대구 23.56% △경북 28.70%보다 각각 2.04%p, 2.05%p 올랐다.
결국 전문가들은 사전투표율보다 본투표율이 어느 정도까지 오르느냐가 선거 판세 분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진단했다. 이해찬 민주당 상임 선거대책위원장도 "투표율이 65%가 넘어야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사전투표율은 그간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전체적으로 보면 사전투표에서 젊은층과 민주당 지지자들이 좀 더 많이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총 투표율과 세대별 투표율이 중요하지 사전투표율은 중요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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