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환의 Next Korea] 독일식 '대마초 부분 합법화' …우린 안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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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환 전 경기대 교수
입력 2024-04-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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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경기대 교수
[김택환 전 경기대 교수]


지난 4월 1일 독일 연방의회는 ‘독일 방식’으로 대마초를 합법화하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대마초를 부분적으로 합법화하는 법률로 찬성 407표, 반대 226표, 기권 4표로 가결되었다. 10년 넘는 논의 끝에 합법화 결정이 난 것이다. 연방정부를 구성하는 중도좌파 사민당, 진보 계열의 녹색당, 리버럴의 자민당이 주도했다. ‘독일 방식’이란 일반인에게 대마초 사용을 무제한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성장과 환자에 기여하기 때문에 허가된 약국과 클럽에서 오락과 즐거움을 위해 ‘통제된 대마 공급’을 말한다. 독일은 ‘경제동물국가(?)'답게 재배와 가공, 유통과 판매를 포함한 대마 산업은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기 때문에 합법화에 나선 것이다. 대마 양성화가 더 이익이 된다고 판단해서다. 법이 통과된 이날 자정에 1500명이 베를린 광장에 모여 자축 파티를 열고 대마초를 즐기는 자욱한 모습이 포착되었다. 독일에서 맥주 대신 대마초를 들고 있어도 더 이상 범죄자로 보지 않게 되었다. 일반시민이 대마초를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독일은 이미 7년 전 법적으로 의사의 대마 처방을 허용했다. 이번 합법화 조치에 따라 개인이 자유롭게 대마를 처방받을 수 있게 되었다. 특히 환자의 심한 통증이나 특수 약물에 대해 모르핀으로 사용할 수 있다. 토마스 프라이스 독일약국협회 회장은 “독일에서 대마초 사용 합법화는 유럽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허용하는 가속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세계적으로 유럽의 네덜란드, 스위스, 스페인을 포함해 미국, 캐나다, 칠레 등 10개국이 대마초 합법화 조치를 취했다. 아시아에서 태국이 가장 먼저 허용했다.

그럼 독일에서 통과된 대마초 합법화는 어떤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을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권력의 관료주의 통제가 사라지고 일반인이 의사 처방으로 대마초를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또한 의사 처방 없이 약국에서도 대마초를 구입할 수 있다. 나아가 18세 이상 성인이 소지할 수 있는 양은 25그램이고, 가정에서 3뿌리를 재배할 수 있는데 씨앗은 7개, 꺾꽂이한 대마 가지는 5개까지 허용된다. 또한 대마초 클럽을 통해 상업적인 영업을 할 수 없지만 회원들에게 한 달에 50그램까지 배분할 수 있다. 다만 여러 클럽에 회원으로 중복 가입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광범위하게 사용함으로써 대마초 시장은 경제성장에 기여하고 동시에 세수를 크게 올릴 것으로 전망한다. 독일에서 대마를 연간 약 400~750톤 소비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그램당 10유로 가격을 기준으로 약 40억~75억 유로(약 10조3000억원) 규모로 계산할 수 있다. 2017년 의사가 대마초를 처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금값에 비교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2020년 1억5000만 유로에 해당하는 32만건의 대마 처방전이 있었다. 현재 100개 이상의 대마 도매업자들이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대마초 사업가 야콥 존스 대표는 의료·제약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데 “새 법률로 대마 시장이 향후 2년 동안 3배, 향후 5년 동안 10배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또 다른 대마 기업가 토마스 헨 회장은 더 낙관적인 예측을 한다. 그는 “향후 2년 동안 현재 불법적으로 대마초를 사용하는 사람 약 15%가 의약제품으로 전환한다”면서 “가격은 암시장보다 낮기 때문에 매년 10톤, 2년 안에 의료용 대마가 70톤 이상 판매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법률에 따라 연방의회가 대마 허용 기준, 자기 재배, 대마초 사용 클럽 등을 결정해 정부는 간접적인 통제에 나선 것이다. 민주적 통제 방식인 내각제의 장점이다.

대마초는 만성 통증과 다양한 정신 건강관리 분야에서 치료 특성이 인정되고 있는 만큼 환자들 삶의 질을 높여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독일 연방마약·의료기기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대마초 75%가 만성 통증에 처방되고 있다. 또한 경련과 거식증 치료에도 활용되고 있고 대부분 여성이며 환자 평균 나이가 57세로 조사되었다. 독일약사협회에 따르면 암으로 인한 통증 완화에 좋은 약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류머티스 질환자의 만성 통증에는 효능이 작거나 불충분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따라서 대마의 의학적 특성과 새로운 치료 방법의 개발을 위한 과학적 연구와 혁신이 뒤따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독일 약용 대마초클럽 창립자 케빈 스타식 회장은 “의학적이든 의사가 처방한 것이든 아니면 개인적으로 마련한 것이든 어쨌든 환자들은 대마초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합법화로 이득을 보는 집단은 환자들뿐만 아니라 제약회사, 약사·의사 등도 크게 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제약협회은 올해 의사 처방전 제조가 약 33만8000건 있고, 제약박스가 약 9만3000건 생산될 것으로 전망한다. 독일 약사들은 “훨씬 더 많은 대마 수요를 기대한다"면서 “개인 처방이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다. 크리스티안 노이바우어 대마초공급약국협회(VCA) 회장은 “개인 처방전 증가를 기대한다”면서 ”다만 법적 보험을 받는 더 많은 처방전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처방하는 의사들은 건강보험회사에 비용 부담 신청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마초 합법화에 따른 부작용으로 먼저 위조 처방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전자 처방은 금지하고 다만 법적 보험을 가입한 사람에게는 허용한다. 또한 모든 약국에서 대마초를 구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론적으로는 모든 약국에 판매를 허용했지만 판매할 수 있는 약국으로 VCA는 전국 2000개 약국을 예상한다. 이는 독일 전체 약국 1만7000개 중 12%에 해당된다. 노이바우르 회장은 “많은 사람들 주위에 대마초를 처방할 의사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대마를 제공하는 약국 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대마 합법화에 따른 암시장 걱정거리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합법화로 대마초 암시장을 억제할 수 있다는 주장은 희망 사항일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 연방경찰청에 따르면 2022년 마약이 밀매 사건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경찰노조(GdP)는 “암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일 것이며 심지어 합법화의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전문가들은 대마 암시장과 관련해 가격과 품질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캐나다는 2017년 대마를 합법화했는데 66%만, 우루과이에서는 50%만 합법적인 시장에서 구입했으며 이는 ‘가격과 품질’ 때문으로 밝혀졌다.

또한 청소년들의 대마 접근도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대마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캐나다, 우루과이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음주 운전처럼 대마초 흡연 운전도 금지 대상이 되고 있다. 대마초 합법화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청소년 소비가 증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대마 흡연이 청소년 정신병이나 정신분열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증거가 있다”고 말한다. 이들에 따르면 뇌가 성숙하는 과정에 있는 25세까지 심리적·신체적·사회적 장애에 대한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의사 출신인 칼 라우터바흐 독일 보건부 장관도 이를 경계하고 나섰다.

입법 조항에 대마 소비의 위험을 경고하기 위한 예방 교육 프로그램도 들어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대마초를 판매·배달하면 처벌된다.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보행자 구역뿐만 아니라 18세 미만 청소년들이 활동하는 장소에서 대마 흡연을 금지한다. 즉 놀이터, 학교, 어린이와 청소년 시설, 스포츠 시설, 이들 눈에 보이는 곳 100m까지 흡연을 금지한다.

독일의 대마 합법화는 글로벌 차원에서 대마 활용에 날개를 달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대마를 마약으로 간주해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글로벌 트렌드를 파악해 안동 바이오산업단지를 산업용 헴프(대마)특구로 지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형 헴프산업화를 위해 안동을 중심으로 대마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해 글로벌 경쟁에 나서는 전략이다. 하지만 아직 의료용 수출까지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규제 대못에 막혀 옴짝달싹할 수 없는 환경이다.

독일의 대마 합법화로 대마초를 오락 목적으로까지 허가한 나라가 10개국으로 늘면서 우리 대마 정책 방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학적인 검증에 기반해 ‘대마가 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네덜란드·독일의 정책을 우리도 펼 수 있을지는 5월 30일 열리는 22대 국회에 달려 있다. 글로벌 트렌드에 부응하는 국가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서다.
 


김택환 작가
국가비전전략가와 독일·4차 산업혁명 전문가로 활동. <넥스트 코리아> 등 넥스트 시리즈 8권을 포함해 20권 이상 집필한 작가다. 독일 본대학에서 언론학·정치학·사회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회·지자체·상공회의소·삼성전자 등 300회 이상 특강한 유명 강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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