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할 심의 절차가 본격 개시하자마자 업종별 차등 적용에 대한 장외 논쟁이 뜨겁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률이 1.4%만 되더라도 경영계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는 최저임금 1만원을 넘게 된다. 이에 따라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 경영계에선 업종별 차등 적용을 통해 부담을 덜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최저임금 심의·의결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에 2025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공식 요청했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고용부 장관은 매년 3월 31일까지 최임위에 다음 연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해야 한다. 최임위는 이달 중순께 첫 전원회의를 열 예정이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사이에선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화가 이뤄질 수 있을지가 핵심 화두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최임위 심의를 거쳐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 시행 첫해인 1988년에만 딱 한 번 적용됐고 이후 36년간 실시되지 못했다.
내년에는 최저임금이 경영계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1만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860원으로 140원만 올라도 1만원을 넘게 된다. 인상률로는 약 1.4%다. 최저임금 제도가 도입된 이후 가장 낮았던 인상률은 1.5%(2021년)였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내년에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등 경영계에선 고금리, 고물가 등 복합 위기에 빠진 경제 여건을 감안해 일부 업종에 대해 최저임금을 차등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영계는 지난해 올해 최저임금을 논의할 당시 편의점, 택시 운송업, 숙박·음식업 등 지급 능력이 현저히 낮은 3개 업종은 최저임금을 낮게 설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당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안은 반대 15표, 찬성 11표로 부결됐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지난해 심의 때 "영세 중소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최저임금은 오히려 제도의 실효성이 하락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반면 노동계에선 업종별로 임금을 차등 적용할 경우 낙인효과가 생겨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저임금 업종으로 분류될 경우 근로 의욕을 상실하는 등 부작용을 가져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 등 업계는 22대 국회에 최저임금 차등 지급 내용 포함한 '노동시장 규제혁신 방안' 정책안을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최저임금 차등적용 도입에 우호적인 여당이 참패하면서 논의 시작 전부터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군다나 총선에서 승기를 거머쥔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022년 '최저임금 차등적용 방지법' 발의하면서 노동계를 지원 사격한 바 있어 경영계 목소리를 대변하기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편 최저임금 심의 법정 시한은 심의 요청을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로 올해는 6월 27일까지다. 또한 최저임금은 오는 8월 5일까지 고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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