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 칼럼] 10년만의 '국9조' 중국 증시 되살릴까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24-04-23 06: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 소장
[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 소장]



 
‘올해 하반기 중국 주식시장이 회복될 가능성은 있나요?’ 요즘 필자가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다. 중국 주식시장은 2021년 고점 대비 3년간 시가총액 약 5조 달러 이상이 증발하며 해외 투자자뿐만 아니라 2억2000만명이 넘는 중국 투자자들에게 많은 손실을 안겨다 주었다. 세계거래소연맹 자료에 의하면 2024년 1월 말 기준 상위 10대 거래소 중 2022년 대비 시총이 줄어든 거래소는 상하이(-10%)·선전(-23%)·홍콩(-21%)뿐이며 나머지는 모두 늘었다. 특히 도쿄증권거래소(18%)가 상하이(5위)를 앞지르며 아시아 시총 1위를 탈환하면서 세계 4위로 올라섰고, 인도거래소(34%)가 선전(7위), 홍콩(8위)을 제치고 6위를 차지했다. 중국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중국에서 빠져나온 자금들이 일본과 인도 주식시장으로 유입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지방정부 부채 등 중국 내부 요인과 미국의 중국 제재 심화, 우크라이나∙중동 전쟁 등 외부 요인이 더해지면서 투자자의 심리를 위축시킨 결과이다. 그런데 지난 3월 중국 양회 이후 글로벌 투자자들의 중국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최근 HSBC 조사에 따르면 라자드∙매뉴라이프투자운용 등 글로벌 투자사들이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인도 투자 비중을 줄이고 중국 비중을 늘리고 있다.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가 심화되면서 글로벌 주식시장이 혼조세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 증시는 나름 선방하는 모습을 보이며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기대감을 주고 있다. 특히 최근 2가지 주가 반등 모멘텀이 나타나면서 중국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첫째, 점차 회복되고 있는 경제지표가 폭락한 중국 주식시장을 반등시킬 것인가이다. 중국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있지만 내수소비와 부동산시장이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단시일 내 주식시장의 반등은 매우 제한적이다. 우선 1분기 GDP 성장률이 5.3%로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면서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 초반에서 상향 조정하고 있다. 1분기 핵심 지표인 수출(5.0%)∙고정자산투자(5.0%)∙산업생산(6.1%)과 소매판매(4.7%) 등이 전반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1분기 경제지표는 중국 경제성장의 핵심인 소비와 부동산 투자가 부진한 상황에서 작년 하반기 발행한 1조 위안(약 190조원)의 특별국채효과로 신형 인프라와 제조업 투자의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다. 내수경기의 바로미터인 소매판매가 증가했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서비스 소비증가율(10.0%) 대비 경기 부양 효과가 큰 내구재 상품소비는 여전히 부진한 상태다. 또한 부동산개발투자(-9.5%)∙부동산개발면적(-11.1%)∙신축건물 판매액(-27.6%) 등 1분기 부동산 관련 지표 대부분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이다. 따라서 가처분소득이 증가하지 않은 상황에서 실물자산인 부동산 가격 하락, 그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로 인해서 단시일 내 소비 회복 가능성은 낮다. 중국 유명 경제채널인 우샤오보 미디어가 올해 초 발표한 <2023 신중산층 백서>에 의하면 조사 대상 중산층의 43% 이상이 ‘2023년 한 해 재산이 감소했고, 46.1%는 투자보다 저축이 우선이고, 60% 이상은 부동산을 구매할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따라서 주식시장 부양 없이 중국 중산층의 소비 확대를 견인할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둘째, 10년 만에 발표된 ’국9조‘ 자본시장 부양책이 어느 정도 효과가 나타날 것인가이다. 지난 4월 12일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3번째 ’국9조(国9條)‘ 정책이 발표되면서 중국 증시가 3000 초반 박스권에서 향후 어느 정도 반등할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난 첫 번째(2004년)와 두 번째(2014년) 국9조 발표 이후 시간차를 두고 강력한 유동성 장세를 유도한 바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04년 국9조 발표 이후 상하이종합지수가 1600에서 3년이 지난 2007년 6124로 폭등했고, 2014년 두 번째 국9조가 발표된 후 당시 약 2000에서 1년이 지난 2015년 5178로 상승한 바 있다. 올해 발표된 신’국9조‘는 2004년∙2014년에 이어 주식∙채권∙선물 등 자본시장 회복을 위한 중국 정부의 고육책인 셈이다, ’국9조‘의 공식 명칭은 <자본시장의 고품질 발전을 위한 관리감독 강화와 리스크 방어에 관한 의견>으로 동 정책이 9개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어 시장에서는 함축적으로 ’국9조‘라고 부른다. 올해 국9조 정책은 지난 2차례 발표된 국9조와는 다른 특징과 차이점을 보인다. 2004년 국9조의 핵심은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비유통주 문제 해결을 위한 주식 개혁과 중소기업판∙차스닥 개설 등 자본시장 개방이었다. 2014년 국9조는 사모펀드 심사제도 완화, 상장기업 인수합병 장려 등 자본 유입을 통한 자본시장 성장과 발전에 방점을 두었다. 한편 올해 국9조의 핵심은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한 상장기업 감독관리 강화 및 리스크 방어로 귀결된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중국 개인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의 주범으로 보고 있는 무분별한 신주 발행과 좀비기업들의 시장퇴출제도를 더욱 강화해 증시를 부양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상장기업협회 자료에 의하면 본토거래소(베이징·상하이·선전) 상장기업 수가 5346개로 2023년 한 해 본토거래소에 상장한 기업만 313개에 이르며 조달한 금액이 3564억 위안(약 67조7000억원)에 달한다. 경제 하락과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투자 수요는 제한적인데 신규 공급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 주식시장은 대략 매년 평균 250개 이상 상장기업이 퇴출되는데 중국은 평균 20~30개 기업만 퇴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상장 좀비기업의 모럴 해저드가 심각하고 우회상장 목적의 특별관리종목주(ST주)로 활용되는데도 좀비기업을 퇴출시키지 않고 오히려 보호하고 있다. 매년 퇴출되는 상장기업 수를 보면 2019년 11개→2020년 19개→2021년 22개→2022년 42개→2023년 45개로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좀비기업들이 존재한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다양한 증시 부양책들이 시장에 팽배한 불신과 불안감을 잠재우지 못한 상황에서 3번째 국9조는 중국 증시 부양에 새로운 모멘텀이 될 수 있다. 중국은 정책이 시장을 이기는 사회주의 국가다. 실물자산인 부동산 가격 하락 속에 중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결국 증시 부양을 통한 소비 유도밖에 없다.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욱 커져가는 만큼 어느 정도 시간차를 두고 이번 국9조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박승찬 필자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2010년) 및 미주리 주립대학(2023년) 방문학자로 미·중 기술패권을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중연합회 회장 및 산하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더차이나> <딥차이나>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등 다수가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