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상위 10위 대형 건설사들의 현금 흐름이 악화되면서 지난 2000년 이후 처음으로 2조원 이상 현금이 순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금융감독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 중 8개사(삼성물산·호반건설 제외)의 지난해 연결 기준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 합계는 마이너스(-) 2조1545억원으로 집계됐다.
순영업활동현금흐름은 회사의 총영업활동현금흐름(OCF)에서 매출채권이나 재고자산 등 현금이 아닌 운전자본 투자 분을 제외한 수치로, 실질적으로 회사에 현금이 얼마나 들어왔는지 살펴볼 수 있는 지표로 꼽힌다. 순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라는 의미는 해당 기간 회사에서 지출한 돈이 벌어들인 돈보다 많다는 의미다.
2000년 이후 8개 대형 건설사의 순영업활동현금흐름 합계는 2007년과 2011년~2013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순유입을 기록해 왔으나, 2022년 5722억원이 순유출된 데 이어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순유출을 기록했다.
이는 건설 경기 위축으로 영업활동 전체가 주춤한 것도 영향이 있다. 이들 업체의 총영업활동현금흐름은 지난 2021년 4조1665억원에서 2022년 3조4199억원, 지난해 3조5824억원으로 14% 이상 줄었다.
가장 큰 요인으로는 건설사가 공사를 한 이후에 현금이 아니라 매출채권을 받거나 아직 판매를 하지 못해 재고자산으로 쌓이는 등 운전자본 투자 항목이 급증한 탓으로 분석된다. 운전자본 투자 합계는 2022년 3조9921억원과 지난해 5조7369억원으로 2년 연속 2000년 이후 최고치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 2021년 운전자본 투자 규모가 3533억원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2년 만에 16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쉽게 말해 건설사가 공사 등을 위해 현금을 대규모로 썼는데 아직 현금을 벌지 못해서 2022년 말 대비 2조1545억원만큼 현금이 줄어든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현금흐름이 악화될 경우 회사 내 여유자금이 부족해 ‘돈맥경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건설사의 경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지급보증 등도 많아 최근 경기 악화로 PF 사업장에 연이어 문제가 발생한다면 위기가 커질 수 있다.
이에 재무·회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해는 건설사들이 외부 자본을 조달하거나 내부 운전자본 투자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규모 현금을 순유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대규모 현금 순유출 흐름이 3년째 이어진다면 규모가 큰 건설사도 자칫 위기를 넘기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김정주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10대 건설사도 상황이 좋지 않아 올해 PF 위기가 발생한다면 대형 건설사라고 하더라도 마냥 안전할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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