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원자력발전소(원전)의 신규 원자로가 천신만고 끝에 가동을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달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이 다시 원전 발전에 눈을 돌리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는 소형 모듈 원자로(SMR)가 대세가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서던컴퍼니(Southern Co) 산하 전력업체 조지아파워의 보글(Votgle) 신규 원자로 2기(3, 4호기)가 이날 정식으로 상용 가동을 시작했다. 이는 1980년대 건설된 1, 2호기에 이어 새롭게 건설된 원자로로, 건설 비용은 당초 예상치의 2배 이상인 300억 달러(약 41조6000억원) 이상이 들었다. 보글 원전은 미국 내 최대 원전으로, 2기의 신규 원자로는 각각 50만호의 가정과 기업에 전력을 공급하게 된다.
서던컴퍼니의 크리스 워맥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신규 원자로 완공에 대해 "특별한 성과"라며 "이 새로운 보글 원자로들은 우리 지역 경제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글로벌 선두업체로서 우리의 능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원자로 건설 지연은 원전업계에서 비교적 흔한 일로, 이러한 단점을 고려할 때 WSJ는 보글 원전이 "마지막(대형 원자로)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하지만 건설 지연 등과 같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최근 인공지능(AI) 발전 등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를 감안할 때 대형 원자로는 여전히 그 필요성이 있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전했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의 시행 착오에서 배운 교훈과 함께 그동안 발전한 공급망으로 인해 앞으로는 대형 원자로 건설이 한층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고, 만일 대형 원자로 건설을 포기한다면 미국이 해당 분야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더욱이 현재는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는 친환경 에너지 정책 덕택에 원전 건설업체들 역시 풍력 발전업체들과 비슷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원전업계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WSJ는 전했다. 세제 혜택이 많게는 건설 비용의 절반까지 주어질 수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원전업체들의 부담도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와중에 원전업체들은 소형 모듈 원자로(SMR)에서 대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WSJ는 보도했다. SMR은 대형 원자로에 비해 규모가 작으면서도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어 원전업계의 차세대 솔루션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만 현재 중국과 러시아는 SMR을 운영하고 있는 반면 미국에서는 아직 활성화되지 못한 상태이다.
미국에서는 빌 게이츠가 지원하는 테라파워가 와이오밍주에 첫 SMR 건설을 계획 중이고, 오픈AI의 샘 올트먼이 지원하는 핵분열 스타트업 오클로가 상장을 통해 규모를 확대할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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