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에 팬이 찍은 '직캠' 영상 하나가 알고리즘을 타고 올라왔다. 한 페스티벌에서 촬영된 영상으로 더위마저 낭만으로 치환되는 그야말로 '록앤롤' 정신이 담긴 곡이었다. 질주하는 밴드 사운드와 무대를 장악하는 퍼포먼스 그리고 폭발하는 샤우팅은 현장의 관객들을 휘어잡았고 모니터 너머의 청중들까지 사로잡았다. 해당 영상의 조회수는 2024년 5월 기준 58만회. 아직까지도 조회수는 무럭무럭 오르고 있다.
아주경제는 직캠 속 '그 밴드'를 만났다. 밴드 명가 JYP엔터테인먼트의 신예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다. 그동안 보이밴드들이 '밴드의 대중화'에 힘써왔다면 이들은 하드록과 펑크록의 장르를 입고 본격적으로 밴드신에 뛰어들었다. 탄탄한 실력을 기반으로 음악성과 스타성까지 겸비한 '록스타'로 마음대로 무대 위를 휘젓고 뛰노는 중. 과연 모를 수는 있어도 잊을 수는 없는 록스타.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등장이다.
"와! 그 직캠이요! 굉장히 부끄럽지만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영상을 보고 또 저희 콘서트에 와주시는 분들도 있다고 들었거든요? 어떤 부담감과 사명감도 생겨요. 더 멋진 걸 보여드려야 한다는 마음이요! 스스로도 그런 걸 느끼고 있고요. 그걸로 인해서 우리 팀을 알릴 기회가 된 것 같아서 뿌듯해하고 있어요."(주연)
"첫 정규 앨범 '트러블슈팅(Troubleshooting)'으로 인사드리게 되었는데요. 굉장히 설레고 감격스럽습니다. 열심히 준비한 앨범이고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앨범인 만큼 좋아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건일)
멤버들이 전곡 작업에 참여한 이번 앨범은 타이틀곡 '어리고 부끄럽고 바보 같은'을 필두로 '노 매터(No Matter)', '언디파인드(UNDEFINED)', '페인트 잇(Paint It)', '머니 온 마이 마인드(Money On My Mind)', '꿈을 꾸는 소녀', '언틸 디 엔드 오브 타임(until the end of time), '워킹 투 더 문(Walking to the Moon)', '머니볼(MONEYBALL)', '불꽃놀이의 밤'까지 총 10곡이 수록되었다.
"1번 트랙부터 10번 트랙까지 거를 타선이 없어요. 엑디즈의 색깔도 많이 들어있고요. 심혈을 기울여서 곡 작업을 해온 앨범이라 애정이 많이 갑니다."(정수)
새 타이틀곡 '어리고 부끄럽고 바보 같은'은 짜릿한 록사운드, 폭발할 듯한 질주감이 돋보였던 기존 타이틀곡과는 또 다른 결을 띠고 있다. 엑디즈 특유의 시원하게 터지는 밴드 사운드에 캐치하고 서정적인 멜로디, 솔직한 마음을 풀어낸 가사를 더했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라는 콘셉트를 가지고 가사 작업을 할 때 '우리의 이야기'를 녹여내는 게 가장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시작이 온라인이었더라도 사람 대 사람으로 직접 만나서 겪어야 하는 이야기들을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다면 더욱이 우리가 직접 경험한 일들을 가사에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준한)
처음 '어리고 부끄럽고 바보 같은'이 타이틀곡으로 거론되었을 때 멤버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고 했다. 그동안 보여준 엑디즈의 음악 색깔과는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실적인 반응으로는 의견이 분분했어요. 여섯 멤버 모두 이 곡을 좋아했고 마음에 들어 했지만 '타이틀곡'으로서는 의견이 달랐죠. 기존 곡들과는 색깔이 달랐으니까요. '기존과 다르더라도 모두가 좋아하는 곡으로 가자' '엑디즈의 색깔로 가자'로 나뉘다가 결국 이 곡으로 의견이 모아졌죠."(정수)
"'노매터' '머니 온 마이 마인드'도 좋았지만 기존 세계관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세계관이 열리는 걸 알리는 만큼 '어리고 부끄럽고 바보 같은'을 타이틀곡으로 골랐던 것 같아요."(준한)
엑디즈의 타이틀곡 '어리고 부끄럽고 바보 같은'과 수록곡 다수가 지난 단독 콘서트 '클로즈드 베타 6.0'에서 선공개된 바 있다. 취재진 역시 해당 곡들을 미리 들어보고 인터뷰에 방문한 만큼 대화를 나누기에 어려움이 없었다. "기존 곡들과 달리 대중 친화적인 무드"라는 말에도 공감이 가는 바였다.
"솔직히 대중성을 잡고 싶은 마음도 한편에 있었죠. 하지만 곡 작업을 할 때 '이 노래를 타이틀곡으로 만들어야지' 정해놓고 시작하지는 않아요. 열린 마음으로 곡 작업을 하고 있고요. 항상 재밌는 작업, 실험적인 시도를 해보자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어서 다양한 음악적 색깔이 나올 수 있는 거예요. 어떤 곡이든 타이틀곡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요. 또 앨범 자체를 들여다보면 색다른 변화도 있지만 수록곡들은 기존 색을 잃지 않았기 때문에 꿩도 잡고 닭도 잡았다고 봅니다."(주연)
앞서 언급한 대로 '어리고 부끄럽고 바보 같은'을 포함해 총 6곡의 신곡이 콘서트에서 선공개됐다. 한창 앨범 발매를 준비하는 시기인 만큼 이들의 파격적인 '선공개' 시스템이 놀라웠다. 독특한 행보였고 앨범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이 엿보이기도 했다.
"이번 정규 앨범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요. 1번 트랙부터 10번 트랙까지 거를 타선이 없고 모두 타이틀곡 급으로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었고요. 발매 전 라이브를 통해 공개했던 건 '많은 분이 좋아해 줄 거'라는 자신감이기도 했어요. 10곡 중 6곡을 선공개했는데요. 가장 먼저 들려드리고 싶은 곡들로 추려봤던 거 같아요. 마지막 콘서트가 아니니까. 계속해서 신곡들을 하나씩 선보일 예정이고요."(건일)
"마지막 콘서트인 3일째가 되니까 '아, 틀리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콘서트에서 신곡을 들려드리면서 '30일이 정말 기대된다!'고 생각했어요."(정수)
"선공개가 긴장감을 가져오더라고요. 무게감이 있을 수도 있고요. 팬분들이 좋아하고 잘 즐겨주셔서 저 역시도 행복하게 무대를 할 수 있었어요."(오드)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지난해 유럽과 아시아 총 12개 지역을 도는 월드투어를 진행해 왔다. 이들은 월드 투어를 돌며 경험을 쌓았고 많은 걸 배웠다고 털어놨다.
"다양한 문화권 분들이 엑디즈를 좋아해 주시는 감사한 경험을 했어요. 투어를 하다 보니까 어느 부분에서 좋아하고 감동하시고 호응하시는지 느낌이 오더라고요. 곡 작업할 때도 도움이 돼요. 라이브 무대를 하고 경험이 쌓이니까 어떤 모션을 취해야 하는지도 감이 오고요. 그런 게 쌓이면서 무대 매너들도 익혀지는 것 같아요."(건일)
'무대 매너'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아이돌 그룹과 밴드의 퍼포먼스는 다른 만큼 이들만의 '퍼포먼스'에 관해서도 궁금해졌다. 특히 기타리스트처럼 화려한 퍼포먼스가 어려운 키보디스트나 베이시스트는 '관심' 받기 위한 자신들만의 비책이 있는지 물었다.
"투어를 하면서 느낀 건 우리가 한껏 즐기면 관객 분들도 그걸 느끼고 같이 즐거워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머리를 격하게 흔들수록 더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하하."(오드)
"키보디스트로서 뭔가 앞에 키보드가 놓여 있으면 공간이 제한되어 있기는 하거든요. 투어를 돌고 공연을 하면서 느낀 건 팬 분들이 가까이 다가갈수록 좋아해 주셔서요. 가끔은 멤버들을 믿고 키보드 앞을 넘어서 (팬에게) 갈 때가 있어요. 물론 제 파트가 아닐 때만요! 하하하. 직접적으로 맞닿고 소통할 때 좋아해 주시더라고요."(정수)
"저는 어릴 때부터 동경해 왔던 록스타의 모습을 보고 참고를 많이 했어요. 특히 머틀리 크루의 베이시스트 니키 식스를 보면서 공부했거든요. 어떻게 하면 저 사람의 마음에 불을 지필 수 있을까? 베이스를 메고 고개만 까딱까딱하면서 관객의 마음에 불을 지피는 방법을 익히곤 했어요. 실제로 써먹기도 했고요. 그러다가 싸악 베이스 한 바퀴 돌려주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퍼포먼스를 해요."(주연)
"제가 느낀 건 현란한 연주도 좋지만, 오히려 솔로 파트를 넘겨버리고 손을 들어버리는 파격적인 행동을 하는 거예요. 그런 파격적인 행동도 생각보다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예상하지 못한 행보!"(가온)
가온의 '예상하지 못한 행보'에 일동 손사래를 친다. 그러더니 주연이 비장한 투로 말한다. "솔로 파트를 비우면 밴드원들은 안 좋아합니다. 저희가 안 좋아합니다." 멤버들의 성격이 한 번에 읽히기도 했지만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팀이라는 인상이 물씬 드는 대목이기도 했다.
엑디즈의 콘서트에서 인상 깊었던 게 또 있었다. 팬들과의 떼창이었다. 라이브와 합주가 익숙한 이들이다 보니 팬 '빌런즈'와도 서로 호흡하며 앙상블을 이뤘다. 이후 알아보니 '빌런즈'는 팬덤 사이에서도 노래 잘하기로 유명하다고.
"무대에서 떼창을 강요하는 편이긴 한데요. 하하. 미리 준비해달라고 하지는 않아요. 노래 자체에 후킹하고 캐치한 멜로디가 많아서 그걸 알아봐 주시고 불러주시는 거 같아요. 이번 '어.부.바'의 경우는 후렴 멜로디가 무난한 음역대라서 외우기 쉽거든요. 후렴 떼창을 들어보고 싶네요."(주연)
"'빌런즈'가 노래를 정말 잘하죠? 가끔 팬들을 믿고 넘길 때도 있어요. 하하. 감탄하면서 연주하고 있답니다. 정말 잘해요."(오드)
"'스트로베리 케이크'는 정말 음역대가 높거든요? 첫 콘서트 때는 그 정도로 나오지 않았는데요. 여러 번 무대를 하면서 보니까 마지막 콘서트 때는 정말 완벽하게 해내시더라고요. '빌런즈' 분들이 계속 발전하시는 것 같아요."(가온)
한때 주춤했던 록밴드의 인기가 다시 오고 있다. 꾸준히 밴드 음악을 해왔던 이들이 전성기를 맞고 있고 밴드 사운드에 귀 기울이는 다양한 세대가 늘고 있다. 그야말로 '록 윌 네버 다이(Rock will never die)'다. 밴드 음악이 사랑받는 시대 속 엑디즈가 목표로 삼는 지점들을 물었다.
"세계 최고의 밴드가 되어 그래미어워즈에 나가거나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콘서트를 열거나 하는 것도 멋지고 좋은 일인데요. 그보다는 우리의 초심을 지키는 일이 중요한 것 같아요. 우리의 음악을 통해 (리스너들이) 힘이 되었으면 좋겠고요. 특별하지 않다고 느끼는 이들이 특별하다고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런 마음가짐, 초심을 잃지 않는 게 목표예요."(건일)
"저는 지금 음악방송('쇼 챔피언') MC를 하고 있는데요. 제가 저희 팀에 1위 트로피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가온)
"나이 들고 아프고 흰머리가 나더라도 함께 모여서 음악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 모습을 팬 분들께 보여드리고 싶습니다."(가온)
"제 사심인데요. 호주 밴드의 파이브 세컨즈 오브 서머의 루크 해밍스에게 샤라웃을 받아보고 싶어요. 제 사랑이 닿았으면 좋겠어요."(주연)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