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는 건전재정을 기치로 내걸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을 3% 이내로 낮추고, 2027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50% 중반대로 관리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론적으로 건전재정이란 재정수지가 균형 또는 흑자 상태에 있거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높아지지 않고 일정 수준으로 안정되는 상태를 의미하지만, 만성적 적자 상태인 국가재정을 이어받은 상황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당초 재정정책 목표 정도만이라도 달성할 수 있다면 건전재정으로 가는 발판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윤석열 정부도 어언 3년 차에 접어들고 있다. 신정부 들어 세 번째인 2025년도 국가예산을 어떻게 편성하느냐가 건전재정 기조 전환의 성공 가능성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기점이 될 수 있다. 5월 말이 되면 2025년도 예산의 윤곽을 알 수 있는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리겠지만 최근 야당의 확대 재정 공세가 치열해지고 있어 건전재정으로 방향을 선회하기가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2023년 8월 말 국회에 제출된 2023∼2027년 중기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윤석열 정부의 2025년도 국가예산 방향은 짐작 가능하다. 중기계획상으로는 2025년도는 재정지출 684조4000억원, 재정수입 661조5000억원으로, 통합재정수지가 22조9000억원 적자로 되어 있다. 국민연금기금 등 사회보험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72조2000억원(GDP 대비 -2.9%)으로, 국가채무는 1273조3000억원(GDP 대비 51.9%)으로 계획되어 있다. 따라서 2025년도 실제 국가예산안 편성 시에 관리재정수지를 GDP 대비 -3.0% 미만으로 편성 가능할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신정부의 건전재정 정책 방향은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으나 체감경기가 낮은 상황에서 재정지출 증가율을 2024년과 동일하게 경상GDP 성장률 아래로 내려 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2025년 재정지출 증가율을 경상GDP 성장률로 잡으면 정부가 건전재정 기조를 지켰다고 볼 수 있다. 2023∼2027년 중기재정운용계획에서 2025년도 재정지출은 4.2%, 재정수입은 8.1%로 계획하고 있으나 최근 경상GDP 성장률 전망을 감안하면 2025년도 재정지출 증가율은 4.5% 내외로 잡아도 확대 재정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건전재정이 되려면 재정지출을 충당할 수 있는 재정수입이 확보되어야 한다. 2023∼2027년 중기재정운용계획에는 2025년 661조5000억원인 재정수입을 국세수입 401조3000억원, 세외수입 30조9000억원, 기금 수입 226조6조000억원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여기서 관건은 국세수입이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2024년 1∼3월 국세수입은 84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조2000억원 부족하다. 부가가치세는 더 걷혔지만 법인세 수입은 5조6000억원 덜 걷혔고 소득세도 7000억원 감소했다. 2023년 주요 기업별 영업손실로 누적된 적자액에 따른 이연 법인세가 삼성전자 11조5000억원, 하이닉스 4조7000억원이라는 점이다. 2024년도 세수도 걱정이지만 2025년도 국세수입을 계획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인지 우려된다.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가 감세 기조를 이어가고 있어 관리재정수지를 GDP 대비 3.0% 미만으로 억제하기 쉽지 않다.
운석열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는 지난 정부의 적자 누적·확대 재정 기조를 정상화하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중장기적으로 균형재정을 위해서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의무적 지출의 급속한 증가를 감안할 때 적정 수준의 재정수입 확보가 중요하고, 실현 가능한 중장기 세수 확보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2025년도 국가예산안의 건전재정 가능성은 기존 감세정책 방향을 어떻게 수정할 수 있을 것인지에 달려 있다.
김용하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전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전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 △현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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