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 공사비 폭등, 부동산 시장 침체 등 '트리플 악재'로 시름에 잠겨 있는 건설업계는 30일 임기가 시작되는 22대 국회를 향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을 위한 법적 뒷받침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또 부동산 전문가들은 세제 완화를 비롯해 재건축·재개발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한 법 개정도 추진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가뜩이나 힘든데.." PF 정상 사업장도 '경공매行' 우려
29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전체 230조원 규모의 PF 사업장 가운데 5~10%인 23조원 규모의 사업장이 '유의' 또는 '부실 우려 등급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중 경·공매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되는 규모는 전체 230조원 중 2~3% 정도다. 경·공매 대상 사업장은 PF 만기를 3회 이상 연장했거나 준공예정일 이후 18개월이 지났을 때 분양률이 50% 미만으로 '부실 우려' 등급을 받은 사업장이다.
금융당국이 대출만기 연장 횟수, 분양률 등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면 유동성이 부족한 지역 중소형 건설사들이 줄도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건설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PF 연착륙을 위한 사업장 옥석 가리기는 필요하지만 획일적인 잣대로 부실 사업장을 솎아내는 것은 오히려 지방 건설사 줄도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며 "부실사업장 정리 시 건설사, 시행사 등이 막대한 손해로 도산하지 않도록 양도세, 취득세 완화 등 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또 공사비 폭등의 주범인 공사기간 연장을 막을 '국가계약법' 개정도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공사기간 연장을 놓고 건설사와 정부 산하기관, 지방자치단체 간 공사비 분쟁이 줄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총 공사기간에 대해 계약을 체결하지만 예산은 1년 단위로 받아 공사를 진행하는 '장기계속계약'의 맹점 때문이다.
국가계약법상 발주처의 과실로 공사기간이 연장되더라도 공백기 동안 간접비를 지급할 의무가 없는 실정이다. 여기서 간접비는 공사 공백기 중 발생한 인건비, 사무실 운영비, 수도광열비 등이다. 21대 국회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국가계약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소관 상임위의 문턱을 넘지 못해 폐기됐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총 공사비에서 간접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공사 규모, 공백기 기간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적지 않은 규모"라면서 "건설 경기 불황으로 영업이익이 낮은 상황에서 간접비를 자체적으로 감내해야 하는 기업으로서는 부담이 작지 않다. 발주처에 요청해도 감사 부담에 꺼리기 때문에 소송 아니면 사실상 받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부동산 세제 규제 완화도 시급...'재건축 패스트트랙' 법 개정해야"
부동산 전문가들은 보유세(재산세, 종부세), 거래세(양도세, 취득세 등) 등 부동산 세제 개편 방안이 22대 국회에서는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임 정부 때 세금으로 집값을 잡겠다며 징벌적 과세를 도입했지만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다"며 "현재 주택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것도 다주택자들이 세금 부담에 매매에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양도세 중과 폐지 등 거래세를 정상화하는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짚었다.
정부가 주택 공급확대를 위해 신속하게 추진 중인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하는 법 개정도 병행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현재 2~3년 후면 주택 공급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지난해 인허가 물량은 38만9000가구로 정부 목표치(47만가구)의 82% 수준에 불과했다. 올해 1~3월 인허가 주택 수 역시 7만4558가구로 연간 인허가 목표치의 13.8% 수준에 그쳤다. 주택 공급난이 불거졌던 지난해(1~3월, 9만6630가구)에 비해서도 23% 낮은 수준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재건축·재개발 관련 규제 완화를 위해선 안전진단 면제 등이 담긴 도시정비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조합원들의 부담을 늘리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금법도 폐지되지 않는다면 재건축, 재개발을 통한 주택공급이 될 수가 없다. 개발이익이 나는 강남3구나 마포·용산·성북구를 빼고는 사실상 재건축이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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