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주택시장 침체기가 장기화하고 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 올해 들어 계속해서 증가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또 분양 물량이 쏟아져 나올 예정이어서 공급 과잉 우려가 크다. 이에 청약 시장에서도 미달이 속출하며 찬바람이 불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대구의 미분양 적체 현상이 해소되지 않는 한, 청약 수요 감소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대구지역 내 준공 후 미분양 주택 규모는 3456가구로 지난해 1분기 대비 58% 급증했다.
올 들어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월별로 보면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수는 △1월 1065가구 △2월 1085가구 △3월 1306가구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3월엔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많은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6개월 연속 증가세다. 대구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전국 규모(1만2194가구)의 11% 가량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미분양 사태의 원인으로 공급 과잉이 꼽힌다. 지난해 1월 하이투자증권이 발표한 ‘2023 부동산시장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대구는 2020~2021년 2년 간 5만7704가구 분양 물량이 쏟아졌다. 올해도 연간 적정 공급 물량(1만1843가구)의 두 배 가까운 2만1869가구가 입주 예정인 점을 고려하면 미분양 적체 현상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분양 물량이 쌓이면서 청약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건설사들이 청약 수요가 급감하자 분양 일정을 잡지 않으면서 대구의 분양 진도율은 전국 최저 수준에 이른다.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에 따르면 대구 아파트 분양의 연간 계획 물량 8601가구 중 1096가구만 청약이 진행됐다. 대구의 분양 진도율은 12.7%로 세종(0%)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낮았다.
청약 미달도 속출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이달 수성구 황금동 일대에서 후분양한 '힐스테이트 황금역 리저브'는 1순위 청약에서 미달됐다. 1, 2단지가 도로를 가운데 두고 나뉘어져 있는데다 분양가도 인근 아파트보다 2억원 정도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 들어 처음으로 후분양한 '반고개역 푸르지오'는 지난 2월 실시한 1순위 청약에서 239가구 모집에 단 8건만 접수돼 흥행에 실패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미분양 적체가 장기화되면서 당분간 아파트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고 봐야 한다"면서 "시세 차익이나 자본 이득을 노리고 아파트 투자를 하려는 사람들이 대구를 선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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