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서울역, 미래세대 공간으로 재구조화 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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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교 기자
입력 2024-06-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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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도년 성균관대 교수 인터뷰 

김도년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미래도시융합과 교수가 아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김도년 성균관대 교수는 19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서울역은 걷기 좋은 광장, 다양한 교통시설의 편리한 환승 등을 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입체적으로 어우러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차도로 단절된 서울역과 서울역 인근 보행환경을 개선했을 때 서울역은 도시활동이 일어나는 문화장소로 바뀌며 다양한 정보 교환 등이 이뤄지는 ‘문화의 샘’ 역할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김도년 성균관대 건축학과·미래도시융합공학과 교수는 19일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이같이 말한 뒤 서울역이 시민 중심의 공간으로 재편되기 위해 보행과 대중교통의 입체적 연결, 서울역의 공공성 회복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철도 교통 본연의 모습을 중심으로 공공성을 회복시키고 미래 세대를 위한 공간으로 재구조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하루 30만여 명이 오가는 서울의 관문이자 국가의 관문인 서울역과 이 일대는 교통과 문화의 허브"라며 "수도 서울을 대표하는 중심 공간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서울시가 서울역 공간 개선을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서울역 주변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시민 편의성을 높임과 동시에 국가 중앙역으로서 서울역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서울역은 국가 중앙역임에도 본래 기능을 상실한 채 혼란스러운 경관 등으로 상징성과 공공성이 현저히 떨어졌다고 김 교수는 진단했다. 철도·도로로 인한 공간 단절과 보행 불편, 판매시설 위주 경관, 게다가 노숙인 등 개선해야 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현재 서울역은 광역철도 확충, 철도 지하화 등 여건 변화에 걸맞은 공간으로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서울역이 국가 상징적인 공간 조성과 시민 중심 공간으로 재구조화 사업을 필요로 하고 있는 시점이다.

이에 따라 도시설계 등 국내 도시공학 최고 전문가인 김 교수를 만나 서울역 공간 개선에 대한 필요성과 방향을 짚어봤다. 김 교수는 현재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서울역 공간구상 아이디어 공모운영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서울역의 특징을 간단히 소개해 달라. 
"과거 서울역은 국가 중앙역으로서 대한민국에서는 가장 근대화된 문물을 철도로 접할 수 있는 대표적 공간이었다. 서울역을 세대별로 느끼는 게 다르겠지만 과거에는 설날·추석 등 명절 때 귀성·귀경을 위해 국민들이 이용한 역사적인 장소이자 관문 역할을 해왔다. 이처럼 서울역이라는 공간은 공공시설로 시민 모두의 장소이고 역사·문화적으로 중요한 정체성을 가진 곳이다."

-외국 철도역들은 어떤 모습인지.
"예컨대 독일 베를린 중앙역은 서독과 동독이 통일된 다음 첫 프로젝트로 다시 만들어진 게 특징이다. 바로 역이라는 공간이 통일의 상징이 된 것. 바로 역이라는 것이 통일의 상징이 된 것. 이 가운데 베를린 중앙역의 상징성을 높여주는 건 광장이다. 베를린 중앙역 광장은 모든 옥외활동의 중심 역할을 하면서 도시 사람들의 편의시설로 작용한다. 광장은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네트워크의 중심이자 모든 문화활동의 정수로 작용한다. 

일본 도쿄역 앞에는 마루노우치라는 공간이 있다. 역사 보존에 맞춰 주변 지역 디자인을 통일되게 함으로써 역과 광장이 조화롭게 연결돼 있다. 도쿄역은 이 같은 경관 창출과 더불어 주변 일대를 종합적인 계획하에 조성했다. 주요 대중교통은 지하로 연결해 접근성을 높였으며 사람들이 지상·지하에 형성된 보행녹지 공간을 이용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서울역 상황을 진단한다면.
"오늘날 서울역은 공공시설로서 품격과 이미지를 활용하지 못하는 한계에 놓여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베를린과 일본 등 다른 나라 역을 살펴보면 역 앞에 광장이 있고 그곳에서 활발하게 여러 활동들이 이뤄진다. 그런데 서울역 앞은 택시와 버스를 타는 곳에 불과해 교통을 이용하는 곳에 그치고 있다. 아울러 낡은 역사를 개선하고 상업적인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했던 민자역사가 되레 서울역의 역사·공공성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서울역 공간 대개조의 핵심 과제는 무엇이 돼야 하나.
"서울역이 보행활동이 활발히 이뤄지는 장소가 되는 것이다. 앞으로 미래의 서울역이 국가 중앙역으로서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는 경복궁-광화문-남대문-서울역-한강 등에 이르는 국가상징가로 프로젝트와 연계한 보행 네트워크를 조성하는 게 필요하다. 이로써 서울역 앞에 광장이 만들어지고 보행 환경이 주변 지역까지 연결되면 서울역 인근 건물들도 자연스럽게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자원으로 진화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보행 환경이 대중교통은 물론이고 주변 건물, 공공공간과 잘 연결될 수 있도록 다차원적이고 입체적인 보행·교통 환경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공항과 같이 사람들이 활동하기 좋은 공간은 사람들에게 주고 지하·지상에 대중교통 환승 시설을 함께 넣는 방식 등으로 이뤄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후변화 대응, 탄소 저감 등 세계적 가치를 연계해 서울의 정책 방향을 공공건물을 통해 잘 보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도로까지 서울역 광장을 확대하는 것과 '서울로7017'에 대한 의견은.
"서울역 광장을 도로까지 확대한다는 것은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다. 서울역이 서울의 첫 번째 이미지를 규정 짓기 때문이다. 서울역의 역할은 시대별로 다른데, 과거엔 역 앞 광장에 시계탑 같은 게 있었다고 하면 지금은 백화점과 택시 승강장 등 불편함을 주는 경관들이 많아 우리가 그런 것들을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서울로7017'과 관련해서는 시민들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시민들 생각을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전문적인 판단을 덧붙여 합리적인 미래 공간을 조성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서울역 일대에 다양한 기관이 연계돼 있다. 문제는 없는지.
"서울역 공간개선 사업의 주체에 대한 부분이 정해져야겠지만 시민들에게 좋은 공간을 만든다고 할 때 누구의 것인지가 중요한 부분은 아니라고 본다. 공공·민간 구분 없이 협력을 끌어내기 위한 한 차원 높은 소통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서울시, 국토교통부, 국가철도공단, 한국철도공사 등이 함께 국가 중앙역인 서울역 일대를 좋은 문화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는 게 현재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책무라는 점이다. 다음 세대가 더 이상 이런 고민을 하지 않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 예컨대 KTX가 생기기 전 세대는 그 혜택을 보지 못했지만 다음 세대는 이를 활용할 수 있게 되는 등 사례가 있다. 그런 현 세대의 도전 정신들이 대한민국 성장에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 된다고 본다." 

-더 하고 싶은 이야기는.
"요약하면 서울역은 도시문화의 샘 같은 시민들의 자유로운 도시활동이 이루어지는 걷기 좋은 광장과 다양한 교통시설을 편리하게 환승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입체적으로 어우러진 장소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서울의 미래 장소를 만드는 데 있어 서울역 일대 공간을 잘 조성하면 앞으로 역과 역 주변에 대한 개발과 정비, 공간 회복에 대한 새로운 모델 제시가 가능해질 거다. 그러기 위해 서울역 앞은 차만 다니는 공간이 돼서는 안 되며 시청 앞, 광화문 광장처럼 품격 높은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직접 서울역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적극 반영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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