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택 없애기' 돌입한 서울시에...조합장들 "사업 잘되게 규제 풀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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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새롬 기자
입력 2024-06-2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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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지역주택조합이 가장 많은 동작구 주택가 풍경 [사진=박새롬 기자]

최근 서울시가 성공 사례가 드물고 피해가 큰 지역주택조합에 대해 대대적인 관리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사업이 원활히 진행되는 곳에 대한 지원책은 부족하다며 구체적인 규제 완화책을 요구하고 있다. 지주택 사업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려는 서울시와 추진 중인 사업장 간 다른 눈높이로 추가적인 갈등도 예상된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국지역주택조합연합회 등 일부 지주택 집행부들은 현재 지주택 사업계획승인 요건인 '토지소유권원 95% 이상 확보' 기준이 과도하다며 이를 완화해 달라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연합회 측은 현재 사업계획승인 조건인 토지소유권원 95% 이상이 주택법상 지주택에만 해당되는 과도한 기준이라며, 도시정비법처럼 80%대로 완화해달라는 내용의 입법 제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 동작구의 한 지주택 조합장은 "95% 기준은 토지소유주 알박기를 유도해 사업비만 높이고 진행이 어렵게 만드는 독소조항"이라고 말했다.

김옥진 전국지역주택조합연합회 회장은 "최근 서울시가 내놓은 관리방안은 잘 되는 지주택 살리기가 아닌 사실상 ‘지주택 없애기’에 가깝다"며 "잘 되는 곳에 대한 지원방안은 모호한데 규제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는 무분별한 지주택 사업 추진을 막기 위해 신규 지주택조합 진입요건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당초 조합원을 모집한 뒤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했던 절차를 개선, 앞으로는 도시계획을 선행하고 모집 신고토록 한다는 내용이다. 허위 또는 과장된 계획으로 조합원을 모집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업계에서는 해당 방안은 사실상 신규 사업 추진을 어렵게 만드는 제도라고 보고 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실제로 개발사업이 안 되는 곳에서 지주택 사업을 하겠다고 조합원 가입을 유도하는 곳들이 많았는데 도시계획 선행 후 모집 신고를 하면 어느 정도 사업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게 된다"며 "다만 지주택은 가입계약을 체결해 조합원 분담금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구조라, 도시계획절차를 진행할 사업비를 조달할 수 없어 사실상 사업 추진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주택 관련 주택법 개정만 규제 강화 추세라는 불만도 나온다. 서울시가 지주택 관리방안을 발표한 다음날인 지난 20일부터 주택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 중 지주택 사업 시 토지사용 동의서 서식 관련 내용이 시행된 바 있다. 기존 지주택 사업 토지 사용권원 확보 시에는 성명과 지장 날인, 신분증명서 사본 첨부가 필요했는데 이번 개정에 따라 앞으로는 토지사용승낙서에 인감도장 날인과 인감증명서를 첨부해야 한다. 조합 입장에서는 토지확보를 더 어렵게 만드는 규정이 신설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지주택연합회 측은 "이는 사업주체에게 사업 추진의 어려움만 가중시키는 제도로, 전국에 있는 700여 개 지주택 추진 단체, 주거안정을 기원하는 수십만 명의 조합원과 그 가족들에게 사업 지연과 내집마련에 대한 염원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서울에만 118곳의 지역주택조합이 있는 만큼 원활히 추진 중인 곳은 규제 완화를 통해 빨리 공급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며 "지주택에 대해 채찍만 줄 것이 아니라 당근도 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주택 사업 추진현황을 두고 서울시와 조합 측 눈높이가 달라 앞으로도 지주택 사업현장에서 갈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모집신고(87곳), 조합설립(14곳) 단계에 있는 사업지 101곳 중 84곳이 일몰기한이 경과했다. 일몰기한은 주택법상 조합원 모집신고 후 2년 이내 조합설립인가를 받지 못하거나, 조합설립인가 후 3년 이내 사업계획승인을 받지 못한 경우를 뜻한다. 

서울시는 사업계획승인 전 단계에 있는 지주택 조합 80% 이상에 대해 구청장 직권 해산을 유도한다는 방침이지만, 조합 측은 조합 해산 시 조합원들은 납부한 분담금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동작구 한 지주택 조합원 A씨는 "더 많은 피해를 막기 위해 조합이 해산돼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알고 있는데, 조합이 해산되거나 조합원이 조합 상대로 한 분담금 반환소송에서 이겨도 이미 낸 돈을 돌려받을 방법은 없다"고 우려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직권해산 시 조합원이 이미 납입한 비용의 손실은 불가피하며, 이를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내놓기 어렵다"며 "조합원 피해가 추가 발생하는 것을 막고, 진행이 불가능한 사업에 추가 피해를 막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청산되는 곳에 코디네이터 등 전문가를 파견해 지주택 말고 다른 유형의 정비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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