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수출과 '따로 도는' 내수 …선순환 구조 만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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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입력 2024-07-10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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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교수
[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태생적으로 국토가 좁고, 부존자원이 빈약하며,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나라가 잘살기 위한 수단은 눈을 밖으로 돌려 시장의 지평을 넓히는 것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다. 한국 경제는 지난 60여 년 동안 이에 순응하여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의 성취를 이루어냈다. 선진국 문턱에 진입한 지금도 이러한 선택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른 의미로 해석해 보면 해외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으면 언제든지 추락할 수 있다는 개연성은 불변의 상수다. 주어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긴장감이나 경계심을 늦출 수 없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따라서 수출은 그 어떤 시기에도 한국 경제의 최정예 병기이며, 부족한 내수를 어떻게 최대한 끌어올려 수출과 내수가 선순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내느냐 하는 것이 경제 운용의 상시 딜레마다.
 
과거에는 수출이 잘 되면 경제에 활력이 넘쳐났다. 시중에 자금이 돌고, 고용이 늘어나면서 소비가 진작되는 긍정적 흐름이 나타났다. 흥청망청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엔 수출과 내수가 따로 도는 경향을 자주 목격한다. 이유는 간단명료하다. 해외에서의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물건을 팔아도 남는 것이 별로 없다. 설사 돈을 벌었다 하더라도 기업이 국내보다 해외에 투자하는 쪽을 택한다. 국내 100대 기업의 사내 유보자금이 1000조가 훌쩍 넘지만 갖은 규제에다 반(反)기업 정서가 만연하다 보니 투자 심리가 살아날 리가 만무하다. 당연히 좋은 일자리는 생겨나지 않고, 소비는 둔화한다. 지난 정부가 내건 해괴망측한 소득주도 성장은 실패로 끝났다. 경제의 흐름을 거꾸로 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 내수를 끌어 올리겠다고 발버둥을 쳤지만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 일반적으로 자체 내수 시장으로 버티려면 최소 인구 규모가 1억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에 도달하지 않는 국가들의 경우 외국인을 내수 시장으로 끌어들여 소비를 진작시키려고 발버둥을 친다. 더 많은 외국인이 자국에 들어와 돈을 쓸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분주하다. 매력적인 요소가 많은 국가에 몰리기 마련이다. 다른 한편으론 되도록 내국인이 밖으로 돌지 않고 안에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충족시켜 주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주변에 해외로 나가 돈을 쓰는 사람들이 좀처럼 줄지 않는다. 그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여름에도 짜증 나는 국내보다 해외로 나가는 인파가 넘쳐난다.
 
수출은 9개월 연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수출은 늘고 수입은 줄면서 무역흑자도 13개월 플러스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6월에도 80억 달러 흑자를 냈다. 그러나 무역(상품)에 더해 서비스·투자·배당 등 다양한 대외 거래를 포함한 경상수지는 매월 흑자와 적자를 거듭해오고 있다. 현 추세대로 수출이 계속 호조를 보이면 경상수지 흑자도 안정적인 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무역 이외에 눈여겨볼 만한 대목은 전혀 개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여행수지 적자다. 그리고 내국인의 해외 주식 매수 증가로 인한 자본 유출이다. 세계 주요 22개국 중 증시 성적 꼴찌라는 불명예를 안겨주고 있다. 증시 부양을 위해 정부가 ‘밸류업’ 정책 표방을 하고 나서고 있지만, 부처 간의 불협화음으로 속도를 내지 못한다.
 
반대만 일삼는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논리적 무장과 공감 외연 확대해야
 
여행수지 적자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고 고질적이면서 만성적이다. 줄어들기는커녕 늘어날 이유만 계속 쌓인다. 여행수지 적자가 내수 부진의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이 코로나19 이전의 90%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수지가 호전되지 않고 있는 것은 밖으로 나가는 내국인 관광객이 더 많고, 방한 외국인의 소비 규모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매달 평균 10억 달러 정도로 여행수지 적자를 보이는 마이너스 행진이 굳혀졌다. 내수를 살려야 한다고 중앙이나 지방 정부가 입버릇처럼 떠들지만, 실효성이 있는 대책은 아예 볼 수가 없다. 아예 포기하고 있다는 말이 더 정확할 정도로 손을 놓고 있다.
 
수출과 내수의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는 보다 근원적 처방이 요구된다. 내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실사구시적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밖으로만 나도는 내국인 관광객을 국내로 눈을 돌리게 해야 한다. 내국인의 관광 눈높이를 맞출 수 있도록 지방의 관광 인프라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대체 공휴일에 더해 요일제 공휴일을 도입한다고 한들 여행수지 적자를 더 부추기기나 하지 않을지 우려된다. 이웃 일본을 보면 법정 공휴일 이외에 다양한 기념일을 정해 내수 진작에 열을 올린다. 고양이의 날(猫の日), 후지산의 날(富士山の日), 좋은 고기의 날(いい肉の日)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외에도 도쿄 각 구는 물론이고 전국적으로 축제(まつり, 마쓰리)를 통해 사람을 모이게 한다. 주민 간의 화합 효과도 커 일거양득이다.
 
내수를 활성화하려면 접근 방법이 바뀌어야 한다. 공돈을 안기는 일시적 처방보다 소비가 생겨날 수 있는 여건을 확대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돈을 가진 자들이 국내에 쓸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시급하다. 기업을 밖으로 몰고, 부자를 쫓아내는 현행 방식으로 내수를 살리겠다는 발상은 연목구어(緣木求魚)에 불과하다. 최저임금 관련 업종별·지역별 차등화 합의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시스템 미작동이 아직도 진행 중이다. 고금리·고물가로 자영업자는 물론 가계도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가계 빚은 천정부지로 늘어 지난 10년간 상승 폭이 선진국 중 1위다. 살기 위해 자영업자들은 가격을 올리고, 소비자는 지갑을 닫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대안 없이 반대를 위한 반대만 일삼는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리더십과 이를 백업할 수 있는 논리에 더해 공감 외연을 확대해야 한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년)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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