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폭탄에 가까운 집중호우로 접경지역에 ‘대국민 지뢰주의보’가 내려졌다. 군 당국은 북한이 폭우를 이용해 지뢰를 남쪽으로 흘려보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는 ‘목함지뢰’부터 맨눈으로 구분이 어려운 ‘나뭇잎 지뢰’까지 섞여 있어 인근 주민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17일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군은 전선 지역에서 지뢰매설, 불모지 조성, 방벽 설치 등의 작업을 수개월 동안 지속하고 있다. 현재 비무장지대(DMZ) 약 250㎞ 기준 불모지 작업은 약 10% 진도율을 보이고 있다. 방벽 설치는 약 1% 수준이고, 지뢰매설은 수 만발 이상으로 추정됐다.
국방부는 “북한은 작업 중 10여차례의 지뢰폭발 사고와 온열 손상 등으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무리하게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군은 임시형 천막 등 열악한 숙소에서 생활하며, 휴일이나 병력 교대 없이 하루 평균 12∼13시간씩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철야 작업과 함께 김일성 사망일(7월 8일)에도 작업을 실시한 곳이 있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여군도 동원됐다.
열악한 작업환경에서의 우발적 귀순 가능성과 함께 작업 중 군사분계선(MDL) 침범 가능성에도 우리 군은 대비하고 있다.
군 당국은 집중호우에 따라 황강댐, 평강댐, 임남댐 등 남북 공유하천에 건설된 북측 댐에서 기습적인 방류가 이뤄질 가능성에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아울러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가 유실돼 남측으로 유입되거나 북측이 집중호우를 틈타 의도적으로 지뢰를 남측으로 살포할 가능성에도 대비해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북한군은 지난 4월부터 DMZ 북측 지역에서 지뢰매설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북한군이 지뢰를 매설한 지역 중 일부는 임진강, 역곡천, 화강, 인북천 등과 같은 남북 공유하천과 연결됐다.
집중호우가 발생할 경우 북측 지뢰가 유실돼 우리 지역으로 유입될 우려가 있다. 북한군 매설 지뢰 중에는 기존 목함지뢰와 다른 나뭇잎 지뢰 등 새로운 형태가 식별되기도 했다.
나뭇잎 지뢰 폭약량은 40여g 정도로 일반적인 대인지뢰(20여g)와 목함지뢰(70여g) 중간 정도의 폭발력을 지닌다. 북한에서 떠내려올 수 있는 지뢰로는 2015년 우리 장병에게 부상을 입혔던 목함지뢰도 있다.이 지뢰는 금속 탐지 회피를 위해 나무 상자에 들어 있다.
북한은 장마 기간 호우가 예상됨에도 유실 방지를 위한 안전 조치 없이 지뢰를 땅에 묻기만 한 것으로 포착됐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은 사방공사 등 유실 방지 조치 없이 허술하고 마구잡이로 (매설을) 한다”며 “의도적이든 자연 유실이든 하천을 따라 내려올 가능성이 예년에 비해 높다”고 우려했다.
군은 남북 공유하천 인근에서 활동할 때 북한의 유실 지뢰에 유의하고, 지뢰로 추정되는 미상 물체를 발견하면 절대 접촉하지 말고 가까운 군부대나 경찰서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이날 북한 도발과 기상이변 수준의 폭우가 쏟아지고 있는 것을 ‘복합 위기’로 규정하고 ‘북 도발 및 재해재난 대비 긴급지휘관회의’를 주관했다.
신 장관은 “지금 우리는 북한의 도발 위협과 예측하기 어려운 자연재해까지 대비해야 하는 복합적인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각급 제대 지휘관들은 각자 제 위치에서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