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폭발 직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군의 철군 범위를 두고 대립하며 휴전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60일간 휴전’을 위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논의가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스라엘 관계자는 협상이 이뤄지지 않는 원인이 하마스에 있다고 지적하며 “하마스가 완고하게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중재자들이 합의 진전에 나설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하마스는 이전부터 협상을 가로막는 주된 원인이 이스라엘의 과도한 요구에 있다고 주장해 왔다.
팔레스타인 측 소식통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이 제안한 철군 범위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이 제안에는 남부 라파 등 가자지구의 약 40%에 달하는 지역을 이스라엘 통제하에 남기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종전 보장과 원조 문제도 협상 타결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하마스는 남은 인질들을 석방하기 전 종전 보장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모든 인질이 석방되고 하마스가 해체돼야만 전쟁을 멈출 수 있다고 고집해왔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군의 총격으로 식량 지원을 받으려던 주민 최소 31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목격자 중 한 명은 로이터에 “갑자기 총성이 들려왔고 어떤 사람은 머리에, 어떤 사람은 심장과 몸통에 총을 맞았다”고 말했다.
반면 이스라엘군은 경고사격을 가한 사실은 있지만 자국군의 총격으로 부상자가 발생했다는 증거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구호품을 탈취한다며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지난 5월부터 미국과 함께 만든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을 통해 제한적인 배급만 허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10일 나흘간의 미국 방문 일정을 마무리했지만 가자지구 휴전안과 관련해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이 1년 9개월 넘게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데에는 정권을 연장하려는 네타냐후 총리의 개인적인 정치적 계산이 부분적인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고위 관리는 로이터에 하마스와 1~2주 안에 가자지구 휴전과 인질 석방 합의를 할 수 있지만 당장 하루 만에 이뤄질 가능성은 작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자지구 휴전 시점과 관련해 “임박했다고 생각한다”며 “다음 주 내로 휴전을 이룰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지난달 미국과 이스라엘로부터 공격당한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다시 나설 경우 이란에 대한 추가 공격을 하겠다는 네타냐후 총리의 구상에 트럼프 대통령이 반대하지 않았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 전했다.
WSJ는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의 셈법이 서로 충돌하고 있어 이란 핵문제 해결을 위한 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이란과 협상을 하되, 이란이 비핵화 합의를 하도록 압박하는 차원에서 이스라엘의 추가 공격 경고가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외교를 통해 이란의 비밀 핵 개발을 저지하는 것 자체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은 미국과의 핵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더 이상 대이란 군사 공격에 나서지 않을 것을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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