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31일 공식 취임했다. 후보자 시절 사흘간 인사청문회, 야당 측에서 자진 사퇴와 탄핵 압박을 받아온 이 위원장은 이날 공식 임기에 들어갔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이 위원장을 방통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이 위원장은 대통령 임명장 수여와 현충원 참배 과정을 생략하고 임명 직후 방통위로 출근했다.
이 위원장은 방통위 최우선 과제로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을 꼽았다. 공영방송 공영성과 공정성을 재정립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다.
취임 일성에서도 이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전 열린 취임식에서 "방통위원장으로서 공영방송이 공정한 보도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면서 "공영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한 이사회 구성을 조속히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취임 당일 오후 전체회의를 소집했다. 전체회의에는 문화방송(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와 한국방송(KBS) 이사 선임안이 안건으로 올랐다.
공영방송 수신료 분리징수 제도 정착 등도 언급했다. 이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공영방송에 대한 국민 신뢰도 제고를 위해 수신료 사용 내역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등 공적 재원 투명성 확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윤 대통령이 방통위원장으로 지명한 이 위원장은 '국내 첫 여성 종군기자' 타이틀을 지닌, 30년 경력의 언론인 출신이다. 1987년 MBC 기자로 입사해 사회부·국제부·문화부 등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1991년 걸프전과 2002년 이라크전 종군 기자로 활동했다. 당시 이라크 전쟁 현장에서 미군의 공습을 보도해 한국방송대상 보도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이후 국제부장, 워싱턴 특파원, 홍보국장, 기획홍보본부장, 워싱턴지사장 등을 지냈다.
본인이 몸담았던 언론에 대한 애정은 취임사 곳곳에서도 드러났다. 이 위원장은 "'제4부'라고 불리는 언론은 말 그대로 공기(公器)"라면서 "공적인 그릇으로, 우리 삶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는 30년 넘게 방송사에서 일했던 방송인으로서 방송을 사랑했고, 전쟁의 실상을 국민에게 있는 그대로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전장을 누볐던 언론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살아왔다"고 했다.
대전MBC 대표이사를 끝으로 언론을 떠난 이 위원장은 20대 총선을 앞둔 2019년 10월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 '1호 영입 인재'로 지명됐다. 2021년 4월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 캠프에서는 언론특보로 활동했고, 지난해엔 국민의힘 몫 방통위 상임위원(차관급)으로 지명됐지만 국회 표결이 미뤄져 취임은 무산됐다.
이 위원장은 "불과 1년이 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두 분의 전임 위원장이 자리를 떠나야 했다"면서 "두 위원장의 희생과 직원들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방통위에 부여된 책무를 최선을 다해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김홍일 방통위원장이 자진 사퇴한 지 29일 만에 방통위 수장을 맡은 이 위원장의 임명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사흘에 걸쳐 국회 인사청문회를 치렀다. 과거 국무총리 지명자나 대법관 후보자들이 3일에 걸쳐 청문회를 한 적이 있지만 방통위원장은 전례가 없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야당 주도로 24일부터 3일 연속으로 이 위원장에 대한 청문회를 진행했다. 27일엔 야당 단독으로 대전MBC를 방문해 이 위원장이 사장 재임 시절에 사용한 법인카드 내역을 확인하는 현장 검증을 벌였다.
야당은 편향된 정치적 성향과 언론관, MBC 재직 시절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등을 문제 삼으며 부적격 인사라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은 언론 경력과 업무 전문성을 이유로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여야 대립 끝에 결국 청문보고서 채택은 불발됐다. 이에 윤 대통령이 전날 이 위원장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30일까지 재송부해 달라고 국회에 요청했으나 국회가 불응함에 따라 이날 임명을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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