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동안 '학생을 성적으로 줄 세우는 교육을 개혁하고, 교육 불평등에 도전하는 교육감이 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최근 취임 10주년을 맞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아주경제신문과 만나 "가장 '잘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점은 '교실혁명 프로젝트'를 통한 교실 수업의 혁신이다"라며 "학생 중심의 교육과정을 다양화하고 교과 성격과 내용에 맞는 다양한 수업 방식을 도입하며 학생 성취를 파악해, 교수학습을 개선하는 과정 중심 평가를 시행하는 등 교육과정, 수업, 평가 전반에 걸쳐 변화를 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과정에서 교사들은 교육청의 연수와 교원학습공동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교육과정 재구성-수업-과정중심평가-학생별 성장을 담은 기록'까지 이어지는 수업‧평가 혁신을 주도했다"고 강조했다.
조 교육감은 임기 내 교육 불평등 해소에 중점을 뒀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무상급식의 확대, 학습준비물 지원, 입학준비금 지급 등을 통해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특수학교 신설과 특수학급 설치를 통해 특수 교육 대상 학생들의 교육 기회를 보장했다"며 "주류 학생뿐만 아니라 비주류 학생들까지 공교육의 따뜻한 손길이 미치도록 든든한 지원을 확산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 취임 직후 공교육의 뿌리인 일반고 살리기에 돌입해 추진한 '일반고 전성시대' 사업의 중심이었던 '자율형사립고등학교 일반고등학교의 전환'을 위해서도 노력했다. 다만 윤석열 정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자사고 존치를 결정한 탓에 지난 10년간 서열화한 고교체제를 수평적 다양화의 모습으로 바꾸고자 했던 노력이 벽에 부딪힌 것은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다음은 조 교육감과 일문일답한 내용.
-취임 후 주력했던 핵심 사업은.
"서울시교육청이 선도적으로 실시해 전국화된 사업들이 여럿 있다. 2019년 조직한 학교통합지원센터가 전국화되었고, 21세기형 학교로 만든다는 목적하에 공간 혁신도 주도했다. 화장실에서 시작해 교실 공간, 놀이터 개선으로 이어졌다. 경계선 지능 등 가려져 있던 소수 학생을 지원하는 노력도 선도적으로 해왔다. 그 외에 성평등 팀이나 노동인권 전문관 신설, 학교 밖 청소년 교육 참여 수당도 서울시교육청이 최초로 시도했던 정책들이다."
-서이초 사건 이후 학생인권조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일각에선 교권과 학생 인권의 대립으로 귀결된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더 이상 교권 추락의 원인을 학생인권조례와 연결 짓지 않아야 한다. 교권 추락 현상 및 극단적 교권 침해 사례들의 주된 원인은 '과거부터 지속된 과도한 입시 압박', '경쟁 중심의 교육 풍토'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있다. 학생 인권, 교사 인권, 교육활동 권한 모두 각각 최대한의 범위에서 보장될 수 있어야 한다. 학생인권조례나 교육활동 보호 조례는 각각의 의미와 가치가 있으므로 폐지가 아닌 보완하고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인권 친화적인 학교 문화 정착을 위해 교육 공동체 모두의 인권을 담아내는 형태의 법률 제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교권 보호 5법'이 통과됐지만 여전히 현장에선 체감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다. 추가적인 교권 보호 조치가 있다면.
"교원이 실제 체감하는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법령이 제·개정되어야 한다. 현장 선생님들은 여전히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아동학대 유형 중 정서적 학대 조항을 문제 삼고 있는데, 실제로 교원 대상 아동학대 신고 건 중 정서적 학대 신고가 가장 많다. 지난해 9월 25일부터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 선생님을 대상으로 정당성 여부를 조사하고 판단해 수사기관에 교육감 의견서를 제출하고 있다. 정서적 학대로 신고당한 교사 중 약 70%가 정당한 생활지도였고, 이 중 (수사가 진행 중인 건도 있으나) 검찰 기소로까지 이어진 건은 아직 한 건도 없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은 아동복지법 개정 요구와 관련해 내부 협의 과정을 가졌고,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 안건을 제출한 상태이다."
-늘봄학교에 대한 현장 반발이 크다. 늘봄학교 갈등을 풀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있다면.
"예산 이외에도 인력, 공간의 이관도 반드시 추진되어야 하며 특히 인력의 경우 서울시‧자치구 내 보육 인력의 이관이 안 될 경우 보육 공백으로 인한 보육 교육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 재정‧인력‧공간의 이관이 철저히 이루어지는 안전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서울형 늘봄학교만의 특색이라면 서울이 가지고 있는 훌륭한 인프라를 늘봄학교와 연계하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서울교육대학 등 서울 소재 3개 대학 및 5개 기관, 산림청 등과 MOU를 통하여 질 높은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급할 계획이다. 서울시와도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또한, 초1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에서 기초학력 분야를 확대해 단위 학교 기초학력 책임자가 더욱 공고해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유보통합 시작부터 재정 확보 문제, 특수교육 대상 영·유아 배제 등의 논란이 많다. 가장 큰 문제점과 해결 방안은.
"서울시·자치구와의 재정 이양이 유보통합 성공의 가장 큰 요건이지만 아직 해결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22대 국회에 ‘유보통합의 안정적인 재원 확보를 위한 특별회계 및 전입금 등 설치’ 내용을 포함한 교육과제 제안을 했다. 영유아 교육‧보육에 소요되는 안정적인 재원 확보 및 합리적인 이관 방안 마련도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시‧군‧구비 재정 확보를 위해 '영유아보육경비전입금' 설치도 필요하다. 지자체의 영유아 보육경비 부담 및 교육비 특별회계로의 전출을 법정의무로 규정하는 경비 부담 조항을 신설하여, 국비 대응투자 외에 지자체에서 자체 투자 보육사업 예산도 이관(부담)할 수 있도록 이관 법률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지방 교육재정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앞으로 교부금 개편 논의 과정에서 반영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면.
"교육재정은 학생수뿐만 아니라, 학교 수, 학급수, 교직원 수, 학교 신‧증설, 노후 학교 개축 등 다양한 교육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학생 수에만 초점을 맞춘 세입 축소 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 올해 2학기부터 늘봄학교 확대, 2026년 이후 유보통합, 저출생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추진 등을 위해서는 지방 교육재정에 대한 중장기적인 연구‧검토 후 개편 방향 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농촌유학 재정 문제로 의회랑 계속 갈등이 있었는데.
"최근 반전이 일어났다. 얼마 전에 행안부에서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한 중요한 국가 정책의 하나로 농촌유학 활성화와 지원을 표방했다. 귀농해서 농촌의 정착민을 늘리는 그 정책뿐만 아니라 이제 미래 세대들이 농촌에 대한 연결성을 갖도록 하는 농촌유학 정책이 중요하다. 국가 정책으로 수용돼서 저는 너무 환영하는 입장이고, 국가적 지원 정책을 해서 이게 더 광범위하게 일어나도록 하면 좋겠다."
-외국에 자랑할 만한 서울시 교육청만의 좋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친환경 무상급식은 세계 최고라고 본다. 또 중학교 협력종합예술 프로그램도 자랑할 만한 프로그램이다. 서울의 모든 중학생이 한 학기 동안 학급 단위로 모두가 협력해서 연극, 뮤지컬, 영화 등 종합 예술을 만드는 것이다. 중학교 협력종합예술이야말로 문화 부국을 지탱하는 굉장히 좋은 교육 프로그램일 수 있다."
-남은 임기 동안 비전 및 계획은.
"'국·토·인·생' 정책과 '공동체형 학교' 문화 형성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인·생' 정책은 ‘국(국제공동수업)’, ‘토(토론교육)’, ‘인(인공지능 교육)’, ‘생(생태전환교육)’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 교육공동체의 삼심(교사를 향한 학생의 존경심, 학생을 향한 교사의 존중심, 학교를 향한 학부모의 협력심)이 모여 새로운 교육의 도전이 가능한 ‘공동체형 학교’ 구축을 위한 기반을 튼튼히 하고자 한다. 이와 함께 AI 시대가 요구하는 미래 인재 역량을 위해 서울시교육청이 새롭게 제시한 것이 독서캠페인 '북웨이브(BookWave) 캠페인'이다. 학부모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권장해 초등학교 학부모 아이와 하루 10분 책 읽기, 중학교 학부모 아이와 함께 한 달에 한 번 도서관 방문하기, 고등학교 학부모 아이와 함께 한 달에 한 번 서점 방문 하기 등을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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