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뚫은 가계빚] 2021년 여름 데자뷔? 사실상 총량규제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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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근 기자
입력 2024-09-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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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계대출 증가세를 꺾기 위한 금융당국의 대출 조이기가 심화하면서 사실상 2021년 도입됐던 대출 총량규제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총량규제 이후 대출은 줄어 2021년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년 대비 7.1% 상승으로 마쳤고, 2022년에는 대출 규모가 전년 대비 0.8% 줄어드는 등 효과를 발휘했다.

    총량규제가 정식 도입된 것은 아니지만, 지금도 2021년에 못지않은 대출규제가 시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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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량규제 적용시 신용할당·풍선효과 우려

  • 대출 규제, 현금 가진 부유층 자산증식에 유리

  • 금융위기 막기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규제 유지 의견도

서울 영등포구의 아파트 사진아주경제DB
서울 영등포구의 아파트 [사진=아주경제DB]

가계대출 증가세를 꺾기 위한 금융당국의 대출 조이기가 심화하면서 사실상 2021년 도입됐던 대출 총량규제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나친 규제가 시장에 각종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의견과 가계대출 증가세가 워낙 가팔라 최소한의 금융시장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2일 한국은행 통계 등에 따르면 집값 상승기가 이어지던 2020년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년 대비 10.2% 뛰면서 2006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크게 상승했다. 이듬해에도 이 같은 상승세가 이어지자 금융당국은 그해 8월 ‘총량규제 방침’을 세웠다. 총량규제 이후 대출은 줄어 2021년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년 대비 7.1% 상승으로 마쳤고, 2022년에는 대출 규모가 전년 대비 0.8% 줄어드는 등 효과를 발휘했다.

총량규제가 정식 도입된 것은 아니지만, 지금도 2021년에 못지않은 대출규제가 시행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연간 계획 대비 실적을 초과한 은행에 대해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이어가고 있다. 당국은 대출 실적이 과도한 은행에 내년도 평균 DSR을 줄이겠다는 경고도 했다. 은행별 대출 한도를 정하는 것으로 사실상 총량규제로 볼 수 있다.

남은 기간 매달 대출 규모를 줄여나갈 수밖에 없게 된 은행들은 대출 억제안을 동시다발적으로 내놓고 있다. 전날 우리은행은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서 유주택자가 주택을 추가로 사려고 하는 경우 대출을 내주지 않기로 했다. 전세자금대출도 모든 세대원이 무주택자인 경우에만 내줘 갭투자를 원천 차단할 계획이다.

다만 실수요자의 대출까지 막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21년 당시 총량규제를 통해 신용·전세대출을 포함한 대출을 전반적으로 제한하다 보니 청년과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가 피해를 봤다는 지적이 있었다. 총량규제로 갈 곳 없는 수요가 2금융권으로 쏠리며 풍선효과도 발생했다. 2금융권 가계대출은 2020년엔 전년보다 2.4% 늘었지만, 총량규제가 시행된 2021년엔 3.5배 커진 8.5%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지금도 이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규제 상황에서는 은행이 유리한 차주에게만 돈을 빌려주는 ‘신용할당’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대출이 필요한 사람이 아닌 능력이 좋고 신용이 높은 사람만 돈을 빌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금융권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는 취약계층은 결국 2금융권, 대부업 등으로 넘어가게 된다”고 덧붙였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대출규제는 현금을 가진 부유층의 자산증식에 더 유리한 측면이 있어 시장에 맡기는 것이 옳다고 본다”며 “(수도권을 제외하고)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도한 대출 억제는 부작용을 부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을 유지해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지금 가계대출 증가세를 조절하지 않을 경우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강력한 대출규제를 최소한 봄 이사 수요가 발생하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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