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거물급 경영인들이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공식화했다. 이를 의식하듯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을 ‘증세 대통령’이 아닌 ‘관세 대통령’이라고 주장하며 강력한 보호주의 무역 정책을 펼 것을 천명했다.
7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대선 경합주인 위스콘신주에서 열린 옥외 유세에서 “나는 ‘관세 대통령’이지 ‘증세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동맹국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강력한 보호주의 무역 정책을 펼치겠다고 시사한 것이다.
트럼프는 “우리의 동맹들은 소위 적국보다 우리를 더 부당하게 대우했다”며 “우리는 관세국가가 될 것이며 그것은 여러분의 비용이 아니라 다른 나라들의 비용이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특히 “중국이나 다른 나라가 우리에게 100% 또는 200%의 관세나 세금을 부과하면 우리는 똑같이 그들에게 100%나 200%의 관세나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달러 결제망을 이탈하려는 국가들에도 100%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달러를 기축 통화로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가 이날 자신을 증세 대통령이 아닌 관세 대통령이라고 부른 것은 보호주의 무역 정책을 펴겠다는 의지를 나타냄과 동시에 전날 미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해리스 지지에 나선 것을 일부 의식한 언급으로 풀이된다.
전날 90여개 미 기업 전·현직 CEO들은 공개서한을 통해 오는 11월 대선에서 해리스 지지 의사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경영인 중에는 미 프로 농구 댈러스 매버릭스의 구단주로 유명한 억만장자 투자자 마크 큐반, 21세기폭스의 전 CEO인 제임스 머독 등이 포함됐다. 또한 미국 사법기관 전·현직 관리 100여명도 해리스 지지를 선언했다.
앞서 트럼프는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만 법인세율을 현재 21%에서 15%로 인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트럼프의 세금 공약은 해리스 부통령의 공약과 정면 배치된다. 해리스는 법인세율을 28%까지 올리겠다고 공언한 상태이다.
해리스는 이날 대선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의 피츠버그에서 유권자들과 만났다. 그는 공화당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부통령을 지낸 딕 체니와 그의 딸 리즈 체니 전 하원의원 부녀의 지지를 받은 데 대해 “영광”이라고 말했다.
종이·펜만 들고 90분간 토론…해리스·트럼프 ‘진검승부’
한편 올해 미국 대선의 주요 승부처가 될 대선 후보자 TV토론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TV토론은 미 동부시간 10일 오후 9시(한국시간 11일 오전 10시) 미국 ABC뉴스 주관으로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에서 총 90분 동안 진행된다. 후보자들은 펜과 종이, 물병만 들고 무대에 오를 수 있다. 토론회 현장 관객은 없고, 토론 주제 및 질문은 사전 공개되지 않는다. 토론회는 진행자 질문에 후보자들이 답변하는 식으로 진행되고, 후보자들은 서로에게 질문할 수 없다. 상대 후보 발언 시간에 마이크를 켜 놓는 규칙을 두고 해리스 측이 강력 반발했지만 결국 음소거에 합의했다. 마무리 발언은 2분간 트럼프가 하고, 해리스는 연단 위치를 화면 오른쪽으로 선택했다.
이번 대선을 '검사 대 범죄자' 구도로 프레임을 짜고 있는 해리스는 토론회에서 강경한 자세로 나오면서 트럼프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상대로 대승을 거두었던 첫 번째 토론회와 달리 이번 토론회는 트럼프에게도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최근 지지율 조사에서 열세에 몰린 트럼프에게 이번 토론이 최선의 역전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도, 일부 공화당원들은 그가 이 기회를 날려버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트럼프가 이전과 같이 해리스에 대한 비난 중심으로 나간다면 좋은 기회를 망칠 것이라며, 트럼프가 비난보다는 정책 비판에 집중해야 한다고 폴리티코는 평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