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국제금융센터의 한국경제 해외시각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수출은 지난달 전년 대비 11.4% 증가했다. 지난해 10월(4.9%) 플러스(+) 전환한 이후 11개월 연속 증가세다.
이는 2022년 말 제조업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한 영향이 컸다. 지난해 12월 수출은 575억7000만 달러로 2022년 7월(602억4000만 달러) 이후 17개월 만에 최고치 달성했다.
때문에 올 연말로 갈수록 기저효과는 소멸될 것으로 예상된다. 월평균 560억 달러 내외의 실적을 기록한 상황에서 남은 기간 월간 수출 실적이 600억 달러를 달성하더라도 수출 증가율은 한 자릿수대로 둔화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성장둔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경기냉각 징후가 포착돼 수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주요 IB들은 중국의 올해 전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침체 및 내수부진에 따른 성장둔화가 불가피한 것으로 평가하면서다.
미국의 경우 8월 공급관리협회(ISM)의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가 47.2로 5개월(4월 49.2→5월 48.7→6월 48.5→7월 46.8) 연속 위축 국면에 있다. 비농업고용(3개월 이동평균)도 8월에 11만6000명으로 5개월 연속 둔화했다. 해외 주요 IB들이 올해 미국의 성장률이 2분기 3.0%에서 3분기 1.7%, 4분기 1.4%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한국 수출 증가율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글로벌 제조업 PMI(4월 50.3→5월 51.0→6월 50.8→7월 49.7→8월 49.5)는 2개월 연속 기준치 50을 하회했다. 향후 글로벌 제조업 경기위축에 따른 수출 증가세 둔화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한 주요국에서 올 상반기 중동사태, 미국 대선 불확실성 등에 대한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일시적으로 수입을 확대했던 움직임도 경기둔화 우려로 점차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도체 가격 상승세 약화, 국제유가 하락도 수출 증가세를 끌어내릴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올해 한국 수출 실적의 27.9%를 차지한 반도체(20.0%), 석유제품(7.9%)의 타격이 클 것이란 전망이다.
글로벌 반도체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중국기업들의 반도체 생산과 공급 확대로 향후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일부 제한될 수 있다. 실제 한국의 반도체 수출물량 증가율은 지난 2월 49.6%에서 7월(-1.6%)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최근 국제유가도 배럴당 70달러 이하까지 하락했는데 이런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한국의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제품 수출 단가도 동반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김우진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한국 수출에 대한 주요국 경기의 영향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여 관련 상황과 함께 미중 무역갈등, 중동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 변화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구조적으로 한국 수출은 특정 국가 및 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대외여건 변화에 영향을 크게 받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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