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을 심의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를 기소하라고 권고한 가운데 검찰이 최 목사만 기소하는 결론을 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품을 받은 고위 공직자 배우자는 아무런 처벌도 하지 않고 금품을 준 사람만 재판에 넘기게 되는 셈이다.
검찰의 법리적 판단과 별개로 이 같은 최종 결론을 내게 되면 국민 법감정에 맞지 않아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김 여사와 최 목사가 금품을 서로 주고받아 공범의 일종인 '대향범' 관계이기 때문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이 수심위 결과대로 김 여사는 불기소하고 최 목사는 기소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수심위 결론을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지만 이때까지 수심위가 기소를 권고했는데 검찰이 불복해 불기소 처분한 적은 없다.
이어 최 목사의 명예훼손 혐의는 불기소 처분 의견 14명, 기소 의견 1명으로 불기소 처분 권고가 내려졌으며, 최 목사의 주거침입과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선 만장일치로 불기소 처분 권고가 결정됐다.
앞서 김 여사 조사 과정에서 불거진 특혜 시비 차단 차원에서 이원석 전 검찰총장 직권으로 지난 6일 김 여사에 대한 수심위가 열렸지만 만장일치로 불기소 권고가 내려졌다. 이후 최 목사 신청으로 이날 별도로 수심위가 열리게 됐다. 지난번 열린 수심위에선 불기소 권고가 나왔지만 이번 수심위에선 정반대 의견이 나온 것이다.
수심위 최대 쟁점은 이전에 열린 수심위와 마찬가지로 '직무관련성'이었다. 적용 대상 혐의인 청탁금지법 위반 등은 직무 관련성이 있어야 성립하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열린 김여사 수심위에서는 청탁금지법에 공직자 배우자를 처벌할 규정이 없고 직무 관련성을 인정할 근거도 충분치 않다고 판단해 누구도 기소 의견을 내지 않았다. 반면 이날 수심위는 최소한 직무 관련성은 있다고 본 것으로 해석된다.
법조계는 법리적으로 따졌을 때 검찰이 김 여사 불기소, 최 목사 기소라는 최종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보면서도 금품을 준 사람인 최 목사만 기소한다는 점이 국민의 법감정에 맞지 않아 비판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청탁금지법상 금품을 수수한 공직자 배우자 처벌 규정이 없어 검찰이 김 여사에 대한 무혐의 결론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며 "다만 법리적인 부분을 떠나서 금품을 준 사람은 기소하고 받은 사람은 무혐의로 결론을 내린다는 것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에서 결론에 대해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상세한 설명을 함께 내놔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최 목사는 윤 대통령에게도 금품수수 신고 의무 위반에 대한 형사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재영 목사는 수심위 결과 발표 이후 "윤석열 대통령도 직무 관련성이 인정된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배우자가 선물을 받은 것을 인지한 후 사정기관에 신고하지 않은 것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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