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균형과 합의가 난제 해결의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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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진 BNK 증권 감사위원장
입력 2024-10-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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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의 세계에서는 가격은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이 정반대로 다른 매수와 매도 세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형성된다.

    국민은 새로운 정부를 선출할 때 사회적으로 합의하기 어려운 난제들에 최적의 균형 가격을 찾는다.

    최대 다수의 국민이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가격 결정의 권한을 시장 대신 정부에 위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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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희진 BNK 증권 감사위원장



투자의 세계에서는 가격은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이 정반대로 다른 매수와 매도 세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형성된다. 정반대 세력의 균형점을 기준으로 환경 변화에 따라 새로운 매수와 매도 세력이 출현하여 새로운 가격 형성을 반복한다.
 
투자의 세계에서는 의견이 180도로 상반돼도 상대 세력을 적대시하지 않는다. 의견이 다른 상대방이 존재하지 않으면 가격 형성이 안 된다.
 
반대편이 없으면 스스로도 존재할 수 없다. 어두움이 없으면 밝음의 의미는 없어진다. 못하는 사람이 있어야 잘하는 사람이 존재할 수 있다. 야당이 없으면 여당이 존재할 수 없는 이치와도 동일하다. 상반된 세력은 공생을 위해 필요하고 존중할 대상이지 미워할 대상은 아니다.
 
상반된 세력이 합의를 하는 것은 가격의 문제로 귀결된다. 매수자와 매도자를 모두 만족시켜 합의를 할 수 있는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된다.
 
개혁에 있어 의견이 상반된 세력의 균형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투자처럼 시장에서 시시각각 새로운 균형 가격이 형성되면 간단하다. 하지만 개혁 이슈에 있어서는 이러한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다. 
 
국민은 새로운 정부를 선출할 때 사회적으로 합의하기 어려운 난제들에 최적의 균형 가격을 찾는다. 최대 다수의 국민이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가격 결정의 권한을 시장 대신 정부에 위임했다.
 
국민은 정부가 최적 가격을 찾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정부가 정한 가격이 최적 가격인지를 늘 지켜 보고 있다. 노력을 게을리하면 선거를 통해 더 잘할 수 있는 정치 세력에게 그 역할을 맡긴다.
 
정부는 미래 필수 의료 수요 증대를 고려해 매년 2000명 증원이 합리적인 균형점이라고 판단했다. 의료계는 오랫동안 의사 증원이 이루어 지지 않아 공급 희소성의 바탕 위에 독점적 지위까지 이용해 의료 서비스 가격 결정에 유리한 위치를  유지해 왔다.

대다수 국민은 의사가 많아지면 더 나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의사 입장에서는 의사 수가 늘어나면 독점적 지위를 누릴 수 없어 반발하게 된다. 
 
모든 개혁에는 유사한 문제가 따른다. 새 균형점을 찾아가는 데에는 손해보는 세력의 반발이 따를 수밖에 없다. 개혁에 저항하는 세력을 잘 설득해 동참할 수 있게 하느냐가 개혁 성공의 관건이다. 
 
의료 개혁 역시 의료계가 개혁의 필요성에 동의하고 증원  규모와 로드맵을 국민 의료 서비스 향상 측면에서 보는 것이 문제다. 정부와 의료계가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꼬인 매듭을 푸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 
 
주식시장에서 기업이 망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항상 새로운 가격이 정해진다. 골짜기의 깊이나 산봉우리의 높이에도 한계가 있다.
 
단칼에 개혁을 이루겠다는 것은 개혁 대상의 극심한 반발을 불러일으켜 개혁으로 인한 국민 편익보다 사회적 비용이 더 크게 발생할 수도 있다. 
 
개혁 대상의 반발을 완화하면서 개혁을 실행해 나갈 수 있는 방향은 단칼 개혁보다는 점진적 개혁이 더 나아 보인다. 개혁을 추진하는 현 정부의 입장에서 단칼 개혁이 시원해 보이지만 개혁 대상이 되는 상대방도 국민의 일부라는 점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의사 증원이 2000명 필요하면 한번에 늘리는 것이 아니라 매년 200명씩 10년에 걸쳐 늘리는 로드맵을 짜야 한다. 정권이 바뀌어 그 로드맵이 바뀐다면 그것은 차기 정부의 몫이다.
 
의료 개혁뿐만 아니라 노동, 교육, 연금 등 다른 개혁 분야에서도 개혁으로 인한 국민 편익과 이를 실행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을 보다 정교하게 계산하여 실질적 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된다. 일회성 개혁이 아닌 지속적 개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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