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자와 얘기를 나눈 한 자영업자가 한 말이다. 그는 배달의민족 등 플랫폼의 중개수수료가 과도하게 높다고 하소연했다. 자영업자들이 물가 상승과 내수 부진으로 인한 불경기를 정면으로 겪고 있는 가운데 배달앱에 10% 가까운 중개수수료를 내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자영업자들의 하소연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 수는 98만6487명으로 역대 최고치다. 현재 추이로는 올해 사업체를 접는 자영업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배민은 지난해 20.5%의 영업이익률을 올린 상황에서 중개수수료율 인상까지 발표했다.
정부도 자영업자의 고충을 모르지 않는다. 지난 7월 정부 주도로 자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상생협의체가 출범했다. 하지만 입점업체와 플랫폼업체 양측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논의는 공회전하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 라면 이번달 안으로 플랫폼 업체와 입점업체 사이 수수료 타협점을 찾아 상생안을 도출해야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양측을 중재하는 정부가 과도한 입법, 보여주기식 대책을 내놓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이를 나타내듯 이번 국정감사에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양측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입법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수수료율 인하를 성과로 생각하는 정부는 이를 입법을 통해 해결하려 들 가능성이 커 보인다.
법만으로 시장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당장 합의가 선행되지 않은 상태로 정부가 수수료율 인하를 강제하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플랫폼 업체가 광고를 강화하거나 애플리케이션 화면을 조정하면 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효과는 사라진다. 업체의 편법적 행위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자영업자에게 돌아간다.
분명 플랫폼 시장이 커지면서 순기능이 발생한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배민 등 플랫폼 업체가 등장하면서 요식업 시장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요식업 자영업자도 매출이 증가했다. 일부 과도한 행위에 대한 교정이 필요할 뿐이다.
정공법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정공법은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양측을 설득하는 일이다. 시간에 쫓겨 법으로만 해결하려고 든다면 오히려 부작용만 만들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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