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불리는 둔촌주공(올림픽파크레온) 입주가 한 달 남은 시점에도 대출 경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올해 연간 목표치를 넘어선 가계대출로 인해 더 이상 확대가 어렵기 때문이다. 조건부 전세대출은 물론 집단대출 역시 공급에 신중한 모습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규모 대출이 몰리는 둔촌주공 입주를 앞두고 현재까지 5대 은행 중 집단대출(잔금대출) 취급기관에 참여하기로 확정한 곳은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뿐이다. 1만2000가구가 넘는 둔촌주공은 다음 달 27일 입주를 시작한다.
아직 KB국민은행과 신한·하나은행은 잔금대출을 공급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집단대출은 재건축이나 분양 등에서 조합원과 입주 예정자를 대상으로 개별 심사 없이 일괄 승인하는 대출이다. 중도금이나 잔금, 이주비 대출 등이 해당한다. 그중 잔금대출은 아파트 입주 전 잔금을 치르기 위해 받는다.
통상 둔촌주공 같은 재건축은 대출 영업 실적을 대거 늘릴 수 있어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하다. 그런데 올해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은행들이 관리 강화에 들어갔다. 이미 지난달 말 5대 은행은 가계대출 증가액이 연간 목표치 대비 두 배를 넘어섰다. 금융당국은 올해 증가액이 목표치를 넘은 은행엔 내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 계획 수립 시 더 낮은 목표를 주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5대 은행은 가계대출 제한을 강화해 대출을 내주지 않고 있다. 대출 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유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취급 제한, 최장 대출 기간 10년 축소 등에 나섰다. 실제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이달 들어 큰 폭 줄었다. 지난달 5조6029억원 늘었던 잔액은 지난 24일까지 9053억원 증가에 그치고 있다.
조건부 전세대출 공급도 원활하지 않다. 신규 분양 아파트는 집주인이 세입자의 전세대출로 잔금을 치르는 방식이 대부분이라 사실상 또 다른 잔금대출로 여겨진다. 하지만 현재 5대 은행 중 하나은행을 제외한 네 곳은 전부 조건부 전세대출을 제한하고 있다. 전세대출이 '갭투자(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매해 시세차익을 거두는 것)’로 활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다.
다만 KB국민은행은 이번 주 중 조건부 전세대출 제한을 풀지 결정할 예정이다. 당초 전세대출을 받는 당일 임차인 보증금으로 분양 대금을 완납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침을 10월 말까지 운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가계대출 연간 목표치 대비 현재 증가 수준을 고려해 규제 연장 여부를 정할 것으로 보인다.
5대 은행은 지방은행 대비 가계대출 잔액이 많아 부담이 더 큰 상황이다. 지난해 말 692조642억원이었던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올해 9월 말 기준 730조9671억원으로 증가액이 38조9029억원에 달한다. 은행별 증가 폭은 3조원에서 최대 11조원이다. 반면 지방은행 다섯 곳(경남·광주·부산·전북·제주)의 가계대출 잔액은 올해 상반기 말 48조3915억원에 그친다. 같은 기간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 709조5351억원과 비교해도 14배 넘게 차이 난다.
금융권 관계자는 “입주 아파트마다 증가하기만 하는 조건부 전세대출은 가계대출을 줄여야 하는 은행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잔금대출도 둔촌주공 가구 수가 많아 총 5조~6조원가량 대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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